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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h Aug 29. 2017

몸이 기억하는 것

아아 큰일이다 남은 평생 자전거를 탈 때마다 당신을 떠올려야 한다는게

나는 원래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했지만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적극적으로 자전거를 탔던 것은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머물렀던 1년이었다


학교와 기숙사 사이에

대중교통 노선이 없어서

등교를 하려면 무조건 자전거를 타야했던 것이다


작은 지방의 소도시 답게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은 거리들이

온화하게 퍼져있어서

역이든 식당이든 친구네 집이든

자전거로 다니는 것이 가장 편했다


그 때 나의 연인이었던 당신은

고맙게도 몇 차례나

내가 살던 도시를 방문해줬다


내 친구의 자전거를 빌려탄 당신이

내 조금 뒤에서 페달을 밟으며 날 따라오고

그 조금 앞에서 내가 당신을 안내하며

간간히 뒤를 돌아보았던 그 순간들


그 때의 공기와

그 때의 마음과

그 때의 시선이


요즘처럼 볕 좋은 날 자전거를 타고 있으면

너무나 선명해져서

마치

그때로 돌아간 것만 같은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대단한, 착각

아름다운 환상


이제 뒤를 돌아봐도 당신은 없지만



그리고 나는

바람이 내귓가를 기분 좋게 스칠 때에

이런 날을 떠올린다


당신을 공항에서 기숙사로 데리고 와서

인사도 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잠깐 학교에 급한 과제를 내러 달려갔던 때


몸은 자전거 위에

거리에

학교에 있었지만

마음만은 온통

내 방에 와있는 당신에게로

쏟아져있던 날


그리고 결국 당신이 기다리는

내 방으로 페달을 밟아 달려갈 때의

가빴던 숨

어지러웠던 기대와

환희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어떤 영원과도 같은 기억


그 해

그 계절

그 사람

그 곳


이제는 완전히 지나가버린

과거라는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어떻게 나란 사람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잃고도

제정신으로 살고 있는건가- 가끔은

신기하기도 하지만


내일은 내일의 페달을 밟고

아주 가끔은 환상도 착각도 즐기면서

그래도 떠올릴 추억이 있어서

마음이 조금은 든든하다고 그렇게 위로할 것이다


이젠 더는 이 세상에 없는 그 때의 우리에게

그래도 고맙다고,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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