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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h Sep 17. 2017

술 먹고 한 얘기 5

사랑의 분산투자를 주장하던 그녀와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몰빵은 위험하대."


"무슨 소리야..?

투자같은거 할 돈있으면 술 사먹을거면서."


"돈 얘기가 아냐.

이 사람에게도 조금, 저 사람에게도 조금,

너무 깊지 않으면서 적당히 뜨거운, 말하자면

로맨스의 시작 단계에서 멈춰버린 것 같은 관계를

여기저기 뻗쳐놓으면 한 사람한테만

구질구질하게 집착할 필요도 없을거고,

위험 부담도 당연히 덜할거고

서로 바닥 보이지 않아도 될거고

...여러모로 좋지 않을까?"


"음 그 얘길 듣는데 갑자기 로마인이 생각나네.

음식을 입에서 맛만 보고 뱉었다는 사람들."


"그건 진짜 먹을 게 많으니까 미식의 축복 속에서

풍요로워서 그런거 아냐?"


"글쎄.. 물론 잘못된걸 먹으면 독이 되어서

몸에 안좋을 수도 있고...

그대신 좋은 걸 먹으면 뼈와 살이 될 수도 있고

그런 건데..."


"그래 그 독이 되는게 너무 힘들잖아,

다 결국 독이었어..."


"음, 그치만 아무것도 안삼키고 계속 맛만 보고

뱉다보면 나중엔.. 말라 죽어버리는거 아니야...?"


".....으음 마르는건 좋은거지."


"몸매 얘기 아닌거 알지..?"


"...에휴."


"자자, 짠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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