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이것이 감탄문일 수 밖에 없는 것은
너는 나와 이런 점이 같지만
이런 점은 이렇게나 다른데,
그러니까 우리는 딱맞는 퍼즐조각처럼
아주 잘 맞는 짝은 아마 아닐텐데
그러니까 나중에는 격하게 싸우고
결국 서로 미워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너는 왜 나의 손을 잡고,
나는 왜 너를 보고 웃었을까
매번 새로운 연애가 시작되고 끝날 때 마다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라는 책을 읽어보지만
거기서도 너를 사랑하는 이유를 찾을 수는 없었어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선,
'한 사람을 이해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말해
너는 내게 우리가 잘 어울릴지,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말해,
한 가지 아는 건
'너를 좋아하는 것 뿐' 이라고 말해.
하지만 나는 두려워
왜 기분이 좋은지
왜 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편안한지
왜 하루에도 몇 번씩 네 얼굴이 생각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게,
너는 너무 타인이고,
이해 안되는 부분이 무수히 많은
다른 우주라는 것을 인정하는것이
이유없이 주어진 것은
이유없이 사라질 지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오랜 세월 몸에 밴 나쁜 습관처럼
나는 또 이 일을 이해하고 싶어서
이해해버리면, 잃지 않거나
잃기 전에 대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해하지 못하는게
모르겠는게
오히려 그것이 사랑의 본질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네 앞에서
나는 자꾸만 불안해져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너는 왜 나를 사랑하는가,
그 문장을 아무리 수없이 생각해도
결국 '나는' '너를' '사랑'만 남아버리고 말아서
그래서 아마 내가 너를 사랑하는 한,
네가 나를 사랑하는 한,
그 답은 영영 찾지 못하겠지
기껏해야
네가 너라서, 내가 나라서 정도가 되겠지
이게 정말로 사랑이라면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