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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둥 Aug 03. 2022

23. 여름 등산 다녀왔습니다

검단산을 추천하지만 여름을 추천하진 못하겠다는 그런

 호텔에서 일하다 창 밖을 보면 북한산 봉우리들이 보입니다. 사실 서울 대부분에서 북쪽을 보면 북한산이 보이긴 해요. 그래도 일터에서 넓은 통창 밖으로 보이는 북한산은 더 멋져 보입니다. 바로 앞 용산 도심의 건물들을 너머 더 그런 것 같아요. 북한산을 가면 보통 여섯 시간 넘게 산에 있다 오는지라, 여름 더위에 북한산은 꿈도 못 꾸고 아쉬워만 하다가, 지난 일요일(31일) 아침에 친구와 검단산을 다녀왔습니다.


 5호선이 길어지며 하남검단산역이 생겨 검단산 가는 길이 수월해졌습니다. 집에서 한 시간가량 걸리긴 하지만 예전을 생각하면 참 좋아졌어요. 검단산은 그리 험하지 않고, 길이 잘 나 있는 데다가 팔당댐을 앞에 두고 정산에서는 남한강, 북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어 아주 좋아하는 산입니다. 정산까지 갔다가 돌아 내려오는데 보통 세 시간쯤 걸려서 아침에 출발해 점심 먹고 돌아오기 딱 좋습니다. 검단산을 타고 남한산성까지 갈 수도 있다는데, 나중에 날이 좋으면 친구들을 좀 꼬셔볼까 해요.


 지난 토요일 저녁까지도 산행 당일인 일요일 아침에 비 예보가 있어서 친구와 '아침에 일어나 비가 오면 정지하자' 얘기하고 잠들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보니 비는 그쳤고, 비 예보도 열한 시쯤으로 밀렸더라고요. 토요일 날씨가 너무 더워 비와 더위가 걱정됐지만, 오늘이 아니면 여름 등산은 없을 것 같아 강행했습니다. 일곱 시쯤 역에 내리니 비가 좀 오긴 했는데 다행히 등산하는 동안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어요. 보통 등산할 때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닌데, 이번에는 날이 덥고 습해 땀을 많이 흘린 덕분에 이온음료 한통을 다 마셨습니다. 편의점에 들러 안 사던 음료수를 사 간 것, 비가 조금 오고 날이 흐려 온도가 좀 내려간 것, 세 시간 정도의 가벼운 산행을 할 수 있는 검단산을 고른 것까지 여름 산행에서 도움받을 수 있는 것들은 다 받은 덕에 수월하게 다녀왔습니다.


 내려와서 메밀국수를 먹으며 돌아보니 오늘, 지금 이 시간에 이 산이 아니었다면 여름 산행이 너무 힘들었겠다 싶었어요, 점심을 먹고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때 산으로 출발하시는 분들을 봤는데 조금 걱정이 됐습니다. 그 뒤로 비가 쏟아지기도 했거든요. 아슬아슬하게 통과한 것 같아 더 뿌듯했습니다. 물론, 9월까지 산에는 가지 않으려고요. 이런 우연이 다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서울의 동쪽에 계신다면 검단산은 정말 추천할만한 산이예요. 중간중간 가파른 길도 있고, 계단들도 있지만 천천히 오르시다 보면 곧 정상입니다. 팔당댐과 두물머리로 들어오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정말 멋져요. 시간은 넉넉히 세 시간에서 네 시간 정도면 되니까 아침에 출발에 산 아래에서 점심을 드시길 추천합니다.

 내려오면 메밀국숫집과 중국집이 있는데 두 식당 모두 맛이 좋습니다. 그 사이에 있는 카페도 공간이 재미있고 커피와 빵들도 괜찮아요. 접근성도 좋고 산도 좋고 식당과 카페도 좋아 쉬는 날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서울 제일산을 꼽으라면 역시 북한산입니다만 관악, 청계, 검단, 남한산성들도 다 매력이 넘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올라갔던 길 그대로 내려와야 하는 산들은 좀 피하는 편이에요.(주차 때문에 가끔 그래야 할 때도 있습니다.) 혹시 여름 산행을 생각 중이시라면 가벼운 옷차림과 이온음료, 그리고 낮은 난이도의 산을 고르시는 것을 추천해요. 즐기러 가는 산에 즐거움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다가도 문득 여름의 끝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지금 여수인데, 하늘과 바람을 보면 조금씩 가을이 겹쳐지는 것 같아요. 올해 추석이 빠르니까 가을도 빨리 오기를 기원합니다. 밤에도 습하고 더우니까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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