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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둥 Apr 25. 2023

34. 영흥도 다녀왔습니다

기획의도와 완벽하게 합치된 여행이라고 볼 수 있지

 제 지인들은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여러 라벨이 붙어있습니다. 그중 시간별/그룹별 라벨링은 알파벳으로 하는데 지금 기준으로는 A(중고등)부터 I(호텔)까지 9종류가 있습니다. 그때그때 시간을 보내며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을 같이 묶어두고 있어요. F그룹은 군대 관련인데, 이중 저와 진주 훈련소에서 같은 소대로 지냈던 친구들과 짧게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만난 지 12년 만의 첫 여행인데 자주 보긴 했지만 어딘가로 같이 떠나가본 것은 진주 이후 처음이라 아주 기대했었어요.


 여행지로는 지난 3월 25(토) 일과 26(일) 일 이틀간 영흥도를 다녀왔습니다. 영흥도는 인천에 있는 섬인데 시흥시를 거쳐 시화방조제를 지나 대부도, 선재도를 거쳐 갈 수 있어요. 서울 동쪽에 있는 저희 집에서 출발해 차로 2시간 즈음 걸립니다. 안면도를 갈까 하다가 이동시간이 조금 덜 걸리면서 사람도 덜 붐비는 곳을 찾다가 영흥도가 딱 마음에 들어서 결단을 내리고 숙소를 예약했습니다. 셋이 모이면 수다로 3박 4일도 부족한 친구들이라 바다가 가까우면서 독채이고, 별도 바베큐장이 있는 깨끗한 숙소를 찾느라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아주 너무 완벽하게 마음에 든 숙소였습니다.


 1박 2일이 아쉬워 출발은 아침 일찍 했어요. 8시에 출발해 시화방조제 중간의 휴게소에서 잠시 걷다가 영흥도로 들어가 장을 보고 나니 12시가 조금 넘었더라고요. 바지락칼국수가 유명하다고 해서 점심을 먹을까 하다가 저녁 바베큐 파티를 다섯 시부터 하려면 점심을 먹기가 좀 부담스럽더라고요. 카페에 가서 얘기하는 도중에 숙소 사장님께서 혹시 섬에 들어오셨다면 미리 체크인을 하고 갯벌체험을 해도 괜찮다고 하셔서 한시 반쯤 숙소에 도착해 장화를 신고 갯벌로 나갔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가볍게 서해에 왔으니 갯벌체험은 해줘야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호미질을 하다 보니 다들 욕심이 좀 났던 것 같습니다. 다음날 아침 라면에 넣을 정도만 캐고 말자는 마음으로 집에 가져갈 용기도 안 가져왔는데 각자 한 바구니씩 캐고 나니 꽤나 양이 많더라고요. 사실 절반쯤은 사장님께서 도와주셨지만 한 시간쯤 캐다 보니 끝에 가서는 약간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옷을 버릴까, 재미는 있을까 살짝 걱정했었는데 안 했다면 너무 서운할 뻔했을 정도로 재미있었어요. 바지락을 깨끗이 씻어 해감을 시켜 놓고, 사장님께서 알려주신 횟집과 수산시장에 가서 자연산 광어와 조개들을 사서 숙소에 돌아왔습니다.


 야외에 따로 마련된 바베큐장에서 조개구이와 바비큐를 먹으며 친구(페르노리카로 최근 이직하심)님이 가져오신 발렌타인 17년산을 마셨습니다. 5시에 시작한 저녁 만찬은 숙소 내부로 이동해 회를 먹으며 새벽 3시 반까지 이어졌어요. 10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대화가 끊기기 전에 잠이 먼저 들어 아쉬웠습니다. 다음날 바지락 무파마 라면으로 깔끔한 아침을 먹고 숙소를 나서는데 완벽한 여행을 오랜만에 했다는 생각이 들어 참 기뻤습니다. 깨끗하게 해감된 남은 바지락들은 사장님께 드리고 섬을 떠났습니다.


 국내여행을 참 많이, 자주, 여러 곳으로 다녀도 아직도 이렇게 신기하고 좋은 곳이 많아요. 영흥도는 2001년에 다리가 생겨 육로로 들어갈 수 있지만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은 것 같았습니다.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친구들과 꼭 다시 오고 싶은 장소와 숙소였어요. 무엇하나 아쉬운 게 없었습니다.



 대중교통이 있긴 하지만 섬에 들어가기도, 섬 안에서 움직이기도 어려워서 꼭 자차를 이용하셔야 합니다. 섬 초입에 하나로마트와 수산시장이 있어서 필요한 것들은 들어가신 후 구매하셔도 될 것 같아요.


 제가 이번에 이용한 숙소는 편백나무쉼이라는 숙소예요. 독채 2개로 이루어진 펜션이고 전체가 편백나무로 되어 있어 향을 좋아하신다면 적극 추천합니다. 자연산 회와 조개는 펜션에서 소개해주신 곳에서 샀는데, 영흥도 초입에 어부들이라는 수산문 직판장의 은하호에서, 조개는 바로 옆의 주차장(회센터가 있었는데 화재로 공사 중이었습니다)의 한국수산에서 구매했습니다. 서해의 맛을 간편하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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