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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둥 Sep 20. 2023

37-2. 도쿄에서 갤럭시 플립4 부쉈습니다

후지산에서 망가진 갤럭시 플립4 수리 도전기

 후지산을 오르는 도중 시간을 확인하려고 핸드폰을 펼쳤는데, 이질감이 느껴졌습니다. 플립 사용자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힌지 부분은 아주 예민하시고 뒤끝도 많으셔서 한 달 전에 떨어뜨리거나 굴렸던 기억도 잊지 않으시고 언젠가 꼭 복수해 주시거든요. 충격이나 손상으로 프레임이 틀어지면 열었다 닫았다 하는 과정에서 액정에 무리가 가서 결국 액정이 나가버리고 맙니다. 저는 정말 핸드폰을 험하게 다루지 않는다고 주장은 하지만 꽃일을 하다 보니 핸드폰을 떨어뜨리는 일이 몇 번 있었고, 작년 10월에 바꾼 플립4는 이미 4번의 액정 수리를 거쳤습니다. (LG폰을 10년 썼지만 한 번도 액정을 깨뜨린 적이 없다는 비루한 문장을 하나 덧붙입니다.) 이질감을 느끼는 순간 멈췄어야 했지만 등산에 힘이 든 저는 그냥 열어버리고 말았고, 플립4의 액정은 가운데에서부터 서서히 사망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정상에 오르기 전에 플립 4님은 사망하셨고, 저는 액정의 20% 정도가 보이는 상태로 열심히 이리저리 어찌어찌 분화구의 사진 몇 장만 건지고 나머지는 눈과 기억에 담아 후지산 등산을 완료했습니다. 그리고 도쿄로 돌아와 혹시 글로벌 기업인 대삼성이라면 일본에서도 수리센터를 운영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도쿄에 있는 '갤럭시 하라주쿠'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 다음날 오픈시간에 맞춰 하라주쿠로 향했습니다. 갤럭시 하라주쿠는 19년 3월에 도쿄 하라주쿠에 개점했으며 쇼케이스, 서포트 센터, 플래그십 스토어를 겸하고 있다고 합니다. 삼성이 운영하는 상설 쇼케이스 중에서는 세계 최대규모이고, 인터넷의 몇몇 후기들이 A/S를 받아 수리했다는 경험이 올라와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액정이야 이미 나갔으니 새로운 경험과 글감이다라는 긍정적인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저는 평일(화요일) 11시 오픈 5분 전쯤에 매장 앞에 도착했는데,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줄이 있더라고요. 이분들은 대부분 2층에 있는 'MYy Galaxy'에서 갤럭시 관련 액세서리를 만들러 오셨던 것 같아요. 제가 입장 대기줄에 있으니 직원분이 오셔서 방문목적을 물어보셨는데, 제가 수리 때문에 왔다고 하니 일본 판매용 모델이 아니면 수리가 어렵다고 하시더군요. 아쉬움에 우선 발길을 돌려 맞은편에 있는 아디다스 매장에 갔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돌아가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아서 다시 지하 1층에 있는 서포트 센터에 방문해서 사정을 설명했더니 잠시 기다려달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잠시 뒤 한국인 직원분이 내려오셨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일본에서는, 삼성이 운영하는 최대 쇼케이스 매장인 갤럭시 하라주쿠에서도 일본 판매용 모델이 아닌 갤럭시들을 수리할 수 없었습니다. 일본의 휴대폰 수리 구조는 [고객 - 통신사] 구조입니다. 판매의 대부분이 통신사를 통해 이루어지고, 수리 또한 각각의 통신사에서 담당하는 구조인 거죠. 우리나라는 (꽤나 바뀌긴 했지만) 판매 및 개통은 통신사가, 수리는 제조사가 한다면 일본은 이 모든 걸 통신사가 담당하고 있다고 해요. 갤럭시 하라주쿠에서도 플립5, 폴드5 등 신규 모델에 대한 쇼케이스가 진행되고 있긴 했지만 판매량은 적으며, 일본에서 구매량을 발주하는 것이 아닌 삼성 본사에서 일본으로 보내는 구조라서 물량이 많지 않고 대부분 품절상태라고 해요. 제가 인터넷에서 수리한 후기들을 봤다고 하니 19년 오픈 때는 플립2, 폴드2 같은 당시 신규 모델들에 대한 수리를 진행했었지만 그 이후 모델들에 대한 수리는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일본은 여전히 통신사를 통한 수리가 아주아주 지배적이고, 일본 모델이 아닌 제품의 경우 플립2, 폴드2 이후에는 갤럭시 하라주쿠에서 수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해요.


 스토어 오픈 전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돌아 나와서 아쉬운 마음에 다시 들어간 갤럭시 하라주쿠에서 한국 직원을 만나(아마도 파견이셨던 것 같습니다) 자세한 설명도 듣고, 6층에서 BTS 슈가님의 광고도 볼 수 있어서 새로웠습니다. 한국 제1 기업인 삼성이 일본에서는 제조 및 납품을 담당하는 생각보다 강력하지 않은 모습이어서 낯설었어요. 저는 결국 플립4를 한국에 돌아와 수리했고, 서비스 센터 영업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읍소해서 겨우 수리 신청을 올렸지만 아주 숙련된 수리기사님들의 실력 덕분에 방문한 지 1시간 만에 새것 같은 모습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삼성만세




 인터넷에 올라온 도쿄에서 핸드폰을 수리한 성공기들은 저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전부 19년도 더라고요. 글들 대부분은 일본 판매 모델이 아니면 수리할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 몇몇 성공사례에 의문이 들었는데 정책과 모델이 겹친 잠깐의 시간이었나 봅니다. 결론적으로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산 갤럭시의 수리가 불가능합니다. 이 한문장을 여러분께 꼭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저처럼 일본여행 가서 핸드폰이 부숴지는 일이 꽤나 많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죠.


 갤럭시 하라주쿠는 하라주쿠 메인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시부야 쇼핑을 계획 중이시라면 들려보시는 것도 괜찮아요. 제가 방문한 시기 기준으로 2층에는 카페가 있고 6층에는 슈가님의 플립5와 폴드5 광고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아주 보라보라 하더군요


 신주쿠와 긴자, 롯폰기와 달리 시부야는 여전히 살아있었습니다. 한국분들도 월등하게 많더군요. 이제 도쿄는 시부야 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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