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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세영 Feb 14. 2021

달려야 달릴 수 있게 된다.

매일 달리기를 하는 이유


아침 달리기를 시작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꾸준히 달리는 건 어려운 일이다. '추울 텐데, 요즘 매일 달렸는데, 오늘 하루만 쉴까. 조금만 더 자자. 하루쯤 달리지 않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유혹의 목소리는 언제나 달콤하다. 부드러운 속삭임에 넘어가서 달리지 못하는 날들이 반복되면, 컨디션이 급격하게 떨어짐을 느낀다. 생존 달리기다.


일어나자마자 달리기 위해 운동복을 미리 챙겨놓고 잔다. 운동복과 양말을 최대한 신속하게 챙겨 입는 게 관건이다. 어떤 날은 운동복을 찾느라 한참을 헤매기도 한다. 그러고 나면 어김없는 속삭임을 들어야 한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오늘은 바빠서 안 되겠다. 그렇지? 미세먼지도 많은데, 어쩌려고. 그냥 집에 있어야겠다. 그래. 내일부터 하자!'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성격임을 잘 안다. 그래서 서둘러 나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스스로를 독려한다. 


일단 옷을 입고, 운동화를 신고 나가면 그때부터는 어떻게든 된다. 처음에는 춥고 마음이 내키지 않더라도 발을 움직이다 보면 달릴 수 있게 된다. 어떨 때는 한참을 걷고 나서야 달리기를 시도해보기도 한다. 걷다가 중간에 달리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달려야 달릴 수 있게 된다. 가벼운 웜업이 끝나면 무조건 달리는 걸 원칙으로 삼는다. 그렇다고 뛰는 수준은 아니지만.




아주 천천히 조깅을 한다. 


빠르게 걷는 사람의 속도랑 거의 비슷하다. 간신히 걷기를 면한 정도랄까. 물론 걷는 것도 좋아한다. 다른 시간대에는 산책하는 걸 즐긴다. 다만, 아침에는 무조건 달리려고 한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십여 년이 지났다. 중간에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인해 4년 정도의 공백이 있었지만 지난 수년 동안을 달리고 또 달렸다. 덥거나 추울 때도, 눈이 오거나 비가 올 때도 달렸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우울하거나 외로울 때도 가리지 않고 달렸다. 고민이 있거나 마음이 힘들 때면 의례히 달릴 생각을 한다. 


때론 불안과 함께, 때론 울분과 함께 달린다. 달리다 보면 감정이 정화되고 한결 가벼워지는 걸 경험하게 된다. 정리되지 않은 복잡한 생각과 고민을 껴안고 달린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교통정리가 된다. 공부를 할 때나 책을 써야 할 때는 특히 달리기를 우선순위에 놓는다. 달리기가 정신력과 집중력을 강화시켜 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끝까지 해낼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가져다준다. 


페이스를 찾으면서 천천히 달린다. 몸의 컨디션과 마음을 살핀다. 하늘과 땅과 나무를 보면서 달린다. 새소리와 매미소리, 풀벌레 소리를 듣는다. 숨을 들이쉬고, 내뱉으며 호흡과 함께 달린다. 11자로 보폭을 조정하고,  몸을 최대한 가볍게 하려고 한다. 발소리가 쿵쾅거리며 땅을 울리지 않도록 노력한다. 등과 허리를 펴고, 팔을 앞뒤로 흔든다. 자세를 바로잡으며 달린다.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햇살을 즐기며 달린다. 


무리하거나 욕심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자꾸만 퍼지려는 몸을 북돋고 격려하며, 꾸준히 달리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요즘은 매일 30분 달리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집 앞 노적봉 공원 한 바퀴를 달리면 30분이 걸린다. 족저근막염 치료를 받고, 겨울이 시작되면서부터 한 시간 달리기를 못한 지 두 달이 넘었다. 이제 슬슬 한 시간 달리기를 해보고 싶다. 한 시간을 달리다 보면, 발에 피로가 쌓이는 것이 느껴진다. 한 시간 달릴 경우에는 일주일에 3~4번 정도가 적당하다.






오랫동안 달리는 사람이고 싶다.


가급적 편안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싶다고 생각한다. 반면, 자신을 극복하고 단련해가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달리는 자체가 보상이 된다. 그래서 계속 달리고 싶어 진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사람은 달린다.' 13년 전에 이 한 마디의 말이 가슴에 훅 들어왔다. 그래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바람을 가르며 가볍게 달리고 싶었다.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오랫동안 달리는 사람이고 싶다. 거북이처럼 천천히 달리더라도. 달릴 때의 내가 멋지다고 느낀다. 춤을 출 때, 달리기를 할 때 자유로움을 느낀다. 지금도 유혹에 빠져서, 달리지 못하는 날도 많이 있다. 그랬다 하더라도 다시 달리려고 마음먹는다. 작은 고통을 극복할 때 느껴지는 기쁨과 뿌듯함이 좋다. 그래서 달린다. 


달리기는 자신과의 싸움이자, 자신과의 소통이다. 꾸준히 달리기를 한다는 건 자신과의 약속이며, 그 약속을 지키는 행위다. 또한, 고독을 즐기는 행위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자기 자신과 절친이 된다. 달리기는 고독한 행위지만 외롭지는 않다. 내면과 소통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어디든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다들 각자의 삶의 무게를 감당하며, 자신의 인생을 달린다. 달리기를 하는 도중 달리는 사람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 마음으로 응원을 건넨다. 각자의 삶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승하기를 바란다. 달리는 사람은 삶의 무게를 진지하게 마주하는 사람이다. 달리기를 통해 고통을 피하지 않고 기꺼이 맞서는 법을 배운다. 고통을 기쁨으로 승화시키며 인생을 달린다. 




달리기를 친구로 삼았다.


달리기는 일이 잘 안 풀린 날이나, 마음이 슬프거나 복잡한 날에도, 언제나 다정하고 친절하게 나를 이끌어준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만 하면 된다. 어느 정도 달리기를 하고 나면 마음에 변화가 생긴다. 꼭 필요한 영감과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달리기는 늘 가까이하고 싶고,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은 오랜 친구다. 아침 달리기를 하고 나면 '오늘도 해냈구나! 잘했구나!'라는 뿌듯함과 성취감이라는 선물을 받는다. 나를 더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들어준다. 신체적으로는 심폐운동을 활발하게 해 주어 심장과 폐를 튼튼하게 해 준다. 심장병, 당뇨, 고혈압 등의 각종 성인병을 예방해주기도 한다. 대장 운동을 활발하게 해서 소화기능을 좋게 해 주고,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준다. 면역력을 키워주고 생기와 활력을 높여준다.


달리기는 대표적인 전신운동이자 유산소 운동이다. 특히, 30분 이상 달리기를 하면 러너스 하이라는 기분 좋은 쾌감을 느끼게 된다.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지고, 우울감은 줄어든다. 하체 근육이 튼튼해지고, 지구력이 생긴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달리기를 꾸준히 하는 사람은 두뇌가 계발되어, 집중력과 기억력, 창의력까지 증대된다고 한다. 달리기가 주는 혜택들은 그야말로 놀라울 정도다. 신체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나 뇌개발에도 좋은 최고의 운동이다. 이런 엄청난 효과들에 대해 알고 하면 더 좋은 게 바로 달리기다. 




코로나로 인해 1년에 한두 번 참여하던 마라톤 대회가 전부 취소되었다. 올해는 체력을 좀 더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 내년쯤엔 하프마라톤을 달릴 수 있을 만큼 체력을 만들고 싶다. 달리기는 내가 아는 한 가장 성품이 곧고 믿음직한 친구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만날 수 있고, 돈도 들지 않는다. 먼저 배신하는 법도 없다. 운동복과 운동화만 준비하면 언제든지 선하고 든든한 친구를 만날 수 있다. 


오늘 아침에도 달리기와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그렇게 좋은 친구인데도, 운동복을 입기 전엔 언제나처럼 유혹의 속삭임을 떨쳐내야 했다. 추운 날씨엔 밖에 나가는 것조차 용기를 내어야 한다. 요즘엔 약간의 웜업 댄스를 하고 달린다. 유튜브로 다이어트 댄스를 틀어놓고, 3곡 정도 흔들면 워밍업이 된다. 그러면 운동복을 입을 용기가 생긴다. 


마음을 먹어야 달리기를 시작할 수 있다. 달려야 달릴 수 있게 된다. 언제까지 달리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오랫동안 달릴 수 있으면 좋겠다. 적어도 70세까지 달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아주 천천히 달릴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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