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한 달 살기 에세이!
[한 달의 홋카이도]
윤정 지음
세나북스
2023.8.21 출간
P. 17 삿포로 시내의 돌아볼 만한 장소와 맛집 그리고 홋카이도 여러 지역의 여행기가 적혀 있다.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설국의 풍경 비에이와 낭만적인 여행지 오타루, 개항 날로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예스러운 도시 하코다테로 향하는 기차여행도 있다. 삿포로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즐길 수 있는 조잔케이 온천과 삿포로 국제 스키장에서의 가슴 떨리는 액티비티도 담겨 있다.
P. 45 삿포로의 대표 라멘은 ‘미소라멘’이다. 미소(된장) 베이스니만큼 조금 짰지만 꼬들한 면발에 수북한 파 토핑이 만족스러웠다. 라멘 가게의 이름은 ‘키라이토’였다. 할머니가 자리를 안내해 주고 주문받고 음식을 가져다주는 등 모든 서빙 일을 맡아서 하고 주방 안에는 할아버지가 요리를 하고 있었다. 일본에는 이런 풍경이 흔하다. 친절한 할머니는 계산할 때 우리에게 사탕을 나눠 주며 ‘다음에도 방문하길 기다리고 있을게요’라고 산뜻하게 말했다.
P. 82 디저트 가게를 나와 오타루 운하로 향하는 길, 할 게 없다는 말이 무색하도록 우리는 바쁘게 발을 움직였다. 르타오 근처의 메르헨 교차로 광장에서 오타루 운하로 가는 길은 ‘사카이마치 도리’인데 사카이마치 상점가로도 불린다. 사카이마치 상점가에는 유리 공방, 유리공예품 가게를 비롯한 각종 장식품 및 기념품 가게가 즐비하다. 그 외에도 벽돌 가게, 해산물 가게, 멜론 아이스크림 가게 등 걸음을 멈추어 구경하고픈 매력적인 가게가 너무나도 많았다. 거리 자체도 너무 예뻐서 사진도 많이 찍었다. 그러다 보니 예상보다 더 늦은 시간에 운하에 도착했다.
P. 88 여행지에는 언제나 과대광고의 함정이 있다. 맛있기로 소문난 맛집은 그저 마케팅을 잘했을 뿐인 빈 수레일 수도 있다. 모두가 줄 서서 기다리는 포토 스팟은 그저 사진 한 장 남기면 끝나는 무경험의 공간이기도 하다. 여행이 ‘인증샷’을 남기는 게 전부가 아닌데, 가끔 나도 사진에 정성을 들이느라 여행을 제대로 만끽하거나 공간에 대한 오감을 동원한 제대로 된 체험 자체를 잊을 때가 많다.
P. 114 노천탕은 실외에 목욕 시설을 갖추어 놓은 온천으로 외부의 자연경관을 즐기며 차가운 공기를 느끼며 온천욕을 할 수 있다. 지붕 없는 곳에서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근 채 고개를 들어 떨어지는 눈송이들을 보았다. 얼굴은 시원했고 몸은 따뜻했다. 동생도 나도 노천 온천은 처음이었다. 주위에는 사람도 많이 없었다. 동생과 가만히 누워 차가운 눈송이를 손으로 받아보기도 하고 뜨거운 물 속에 몸을 푹 담그며 온천을 즐겼다. 행복해 보이는 동생을 보니 안도감이 들었다.
P. 119 3년 만의 눈축제였다. 코로나로 잠시 주춤했던 해외 관광객들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왔다. 오도리 공원의 TV타워를 둘러싸고 축제와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스스키노 거리에도 반짝이는 얼음 조각들이 각각의 자태를 뽐내고 오도리 공원에는 눈 조각상들이 줄을 지어 전시되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외국인 할아버지,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일본인 부부, 커플 등 모두 밝은 표정으로 눈 조각을 관람하며 걸음을 이었다.
P. 134 인도풍 인테리어의 수프 카레 식당 ‘라마이’에 갔다. 잠시 기다린 후 자리에 앉았을 때 카레가 맛있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기대만큼만 나오기를 바랐다. 그러나 수프 카레는 기대를 초월하는 맛이었다. 수프 카레의 따뜻하고 매콤한 국물이 마음을 녹였다. 스트레스가 확 달아났다. 초라해진 마음 탓에 지친 머리카락도 생기를 되찾는 기분이었다. 여러 종류의 신선한 채소가 국과 잘 어우러져 있었다.
P. 162 2월 11일은 삿포로 눈축제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동안 아름다운 일루미네이션과 눈 조각들로 삿포로에서 보내는 겨울을 행복하게 해준 고마운 축제다. 삿포로에서도 중요한 행사로 외국이나 타지에서도 이 눈축제를 보러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예술적인 조각품들과 그 사이를 걸으며 감상을 주고받는 경험은 분명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
P. 174 에도 말기에 지어진 서양식 요새인 고료카쿠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별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전차에서 내리자마자 별 모양 공원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고료카쿠 타워에 올라갔다. 하코다테산 전망대에서 겪은 엄청난 인파 이후로 하코다테 여행 내내 그 정도를 경험한 적은 없었다. 고료카쿠도 다행히 하코다테 전망대만큼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봄에 벚꽃이 만개할 때 방문한다면 분홍빛으로 덮인 아름다운 절경일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아름다운 고료카쿠의 매력을 홍보하는 전단을 보며 언젠가 모든 계절의 고료카쿠를 직접 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P. 182 알고 보니 식당 고토켄은 140년 전통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곳이었다. 일본 황후가 와서 식사를 했을 정도다. 식당 안에는 박물관도 있어 역사의 흔적들을 전시해 두었다. 고토켄은 하코다테에서 1879년에 러시아 요리와 함께 빵을 판매하는 가게로 문을 열었고 후에는 서양의 영향을 받은 카레와 일본식 카레를 만들며 발전해 왔다. 오래된 만큼 건물 자체가 문화재로 보존되고 있다고 한다.
P. 191 핫도그 안에는 구운 소시지와 치즈, 토마토소스가 잘 버무려져 있었는데 빵과 함께 한 입 베어 물으니 환상적인 맛이었다. 핫도그라는 메뉴가 상식을 초월할 만큼 맛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맞은 편에 앉은 알렉스도 맛있어서 환호하는 속마음을 간신히 감추며 엄지손가락만 계속 내밀어 보였다. 하코다테뿐만 아니라 삿포로 여행을 통틀어 가장 맛있었던 식당이 파인 데이즈 버거였다.
P. 213 비에이는 사계절 아름다운 절경으로 유명하다. 여름에는 푸른 자연이, 겨울에는 하얀 언덕 위의 나무가 떠오르는 장소다. 크리스마스 나무 같은 유명 관광지 외에도 폭포나 호수 등의 자연환경이 훌륭한 관광 명소다. 대중교통으로 가기 어려워 보통 투어를 통해 버스를 타고 가는데 우린 기차를 여러 번 갈아타는 모험을 해 보았다.
P. 223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들과 가끔 서툰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그건 행운이다.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거나 길을 묻거나, 떨어진 물건을 주워준다든지 하며 작은 친절과 배려가 오가는, 여행지의 어색하면서도 따뜻한 만남을 나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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