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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dbury Apr 02. 2024

외계인 아기

요즘 온라인은 악의적인 글, 자극적인 글과 전쟁 중이다.

    혐오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외계인 아기 사진.

    수많은 게시글 사이로 자극적인 제목이 눈에 띄었다. 처음엔 ‘외계인 아기’라는 말에 진짜일까 궁금해졌고, ‘혐오 장면’이라는 말에 홀린 듯 클릭해 버렸다. 이제 막 태어난 듯 탯줄을 달고 있는 아기. 하지만 튀어나온 눈, 벌어진 입, 구멍만 두 개 뚫려있는 코, 두툼한 손가락과 발가락, 무엇보다 쩍쩍 갈라진 피부가 내 숨을 멎게 했다. 

    더 궁금해졌다. 그리고 의심이 들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던 외계인은 알을 깨고 나오던데 아기의 배에 탯줄이 있다는 건 외계인도 포유류란 건지.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그 아기의 정체를 알아버렸다. 할리퀸 어린선 환자. 피부가 갈라진 모양이 할리퀸의 옷 무늬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병명이다. 이 병은 유전질환이라 태어날 때부터 특징적인 외모를 지닌다. 흡사 외계인의 아기라 해도 정말 믿을만하다. 

    요즘 온라인은 악의적인 글, 자극적인 글과 전쟁 중이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하지 말아야 할 무리수를 둔다. 위험한 절벽 끝에 매달려 사진을 찍다가 사선까지 넘고 마는 사람들 이야기는 이젠 흔한 뉴스가 됐다. 현실에서도 그렇지만 자신의 모습과 삶을 마음껏 포장할 수 있는 온라인에서는 그 현상이 더 심할 수밖에 없다. 

    어떤 글엔 아예 ‘비방글, 악플 금지. 신고하겠음.’이란 꼬리표도 붙는다. 전쟁 선포다. ‘선플 운동’도 펼쳐진다. 선한 댓글을 달아주자는 것이다. 악플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으면 이런 일들이 일어나겠는가. 익명성의 잔혹성. 얼굴 보고는 차마 할 수 없는 말들이 화살처럼 쏟아져 와 박힌다. 랜선을 타고 달려드는 그들의 기세가 거세다. 나이, 성별, 출신도 알 수 없는, 흐리멍덩해진 양심들이 새까맣게 날아온다. 

    일리노이주에 사는 브리에나는 할리퀸 어린선 환자다. 피부가 다 벗겨진 것처럼 붉지만 오빠와 함께 웃고 있다. 엄마는 제발 아이를 바라보는 삐딱한 시선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들은 과연 무슨 이야기를 들었을까? 그걸 상상하긴 어렵지 않다. 괴물을 낳았네, 애가 외계인을 닮았네, 꿈에 나올까 무섭네, 병이 옮지는 않을까 모르겠네… 얼마나 많은 말들이 브리에나와 그녀의 가족에게 상처를 주었을지. 그들의 선택이 아니었기에 더 슬픈 그들의 이야기.   

    유명 검색 사이트에서 할리퀸을 찾아보니 울긋불긋한 다이아몬드 문양의 옷을 입은 광대 사진이 뜬다. 그리고 그 밑으로 이런 말이 적혀 있다. 

    할리퀸을 검색하면 할리퀸 어린선의 사진이 나오니 ‘주의’. 

    자신의 존재 자체가 타인에게 혐오감을 준다는 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일지. 자신의 사진에 ‘주의’하라는 경고가 달린다는 걸 아이는 알까. 그리고 그 경고를 단 사람은 아이의 고통을 알까. 귀엽다, 예쁘다는 말만 들어도 모자랄 나이의 아이에겐 주문을 외는 듯한 수근거림과 힐끔거리는 눈동자가 전부였을 것이다. 

    아이의 얼굴에 알록달록한 가면을 씌워주고 싶다. 아이의 몸에 다이아몬드 문양의 옷을 입혀주고 싶다. 아이의 아픔과 슬픔을 다 가려주고 싶다. 아이를 보며 모든 사람이 웃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비록 울고 있는 내면을 가린 거짓 얼굴일지라도. 아이가 사람을 당당히 마주할 수만 있다면, 세상을 향해 나갈 수만 있다면 할리퀸으로 만들어 주고 싶다. 

    남의 아픔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거나 희화화하는 그들이야말로 마음이 쩍쩍 갈라지는 병에 걸린 환자가 아닐는지. 메마른 땅처럼 입을 벌리고 인기를 구걸하는 사람들. 자신이 마시는 물이 다른 이들의 눈물이라는 걸, 그 짠맛 때문에 목을 축이고 축여도 갈증이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그들은 알까? 그걸 모른다면 그들은 사람이 아니라 외계인이다. 

    인터넷 창을 연다. 게시글을 쓰기 위해 자판에 손을 얹는다. 그들의 사진을 첨부한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이 내걸린 사진에 제목을 단다. 

    주의 : 혐오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외계인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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