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민 Jun 08. 2023

데이터의 숲에서 길을 찾는 방법

웹 데이터 분석학-아비나쉬 카우쉭 [1/4] 

첫 회사 대표님께서 내가 갓 CRM Marketer로 전직(?)했을 때 디엠으로 책을 여러 권 추천해 주셨다. 그러나 실무와 현실에 허덕이던 나는 배움보다 빠른 실행에 더 급급했고, 충분한 인풋 없이 아웃풋을 꺼내기만 했다. 그렇게 아쉬운 과거를 회상하던 찰나, 당시 구매만 하고 책장에 꽂아둔 [웹 데이터 분석학 - 아비나쉬 카우쉭] 이 눈에 들어왔다.


최근 커리어란 무엇일까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으로 가득하여 길을 잃었다. 그러나 이 책은 나에게 "적어도 데이터를 보면서 길을 잃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역시!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면 공부하면 된다. 다시 한번 그 깨달음을 되뇌면서 몇 차례에 걸쳐 이 책에서 내가 뽑아낸 주요 인사이트를 공유해 보고자 한다.



"웹(앱)은 살아있는 유기체다"
사진: Unsplash의Michael Schiffer
"젠장, 고객의 속옷 사이즈를 안다면, 그들이 구독하는 잡지와 연관 지을 수 있고, 노트북 컴퓨터를 더 잘 팔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었을 텐데"라고 하면서 항상 빠져 나갈 수 있는 면책 특권이 있었던 것이다. (30p)


위 문장을 읽으면 헛웃음이 나온다. 너무나도 나 같기 때문이다. 데이터 부족으로 인사이트를 뽑지 못해서 성과 내는 액션을 못했다 변명하던 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많은 데이터가 있음에도 의사결정을 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사이트밖에 얻을 수 없는 현실을 저자는 '데이터의 역설'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데이터의 세부적인 정확성보다 방향의 정확성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 웹은 서로 비슷한 부분이 없는 각각의 독특한 유기체이다.' 따라서 제각기의 독특한 접근 방식을 요구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데이터의 정합성은 90%만 맞으면 일단 진행하라." 이 문장을 읽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실제로 제 머리를 한 대 치기도 했다.


담당하는 웹/앱서비스에 완벽하게 구조화된 데이터 택소노미를 기대하면 100% 실망한다. 심지어는 데이터의 부정확성에 절망을 할 때도 있다. 그러나 해내야 한다. 그럴 때마다 이 문장을 되뇌이면 도움이 된다. 웹/앱은 수많은 사람들이 빚어내어 만든 유기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데이터가 아닌 "내가 무엇을 보고 액션하고자 하는가?"이다.



"데이터로 한 사람을 바라보아라"
사진: Unsplash의Brooke Cagle


이 책이 작성된 2013년부터 현 2023년까지 전환율은 가장 많은 사랑과 관심을 갖는 지표이다. 저자는 전환율 측정에 사용하는 분모 기준 설정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퍼센트로 표현되는 전환율은 결과를 개별 방문자(혹은 방문)로 나눈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비즈니스적 의사결정이 필요해진다. 분모를 방문자 수로 할 것인가, 방문 수로 할 것인가?


방문 수를 분모로 사용한다는 것은, 모든 사이트 방문을 "주문/전환을 시키기 위한 기회"로 이용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별 방문자를 분모로 선택한다면 "방문자가 구매하기 전에 사이트를 수차례 방문하는 경우를 허용하는 것"이 된다.


저자는 별 방문자를 모수로 잡는 것을 추천한다.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를 추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데이터를 "한 명의 사용자"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소비자 한 명의 '행동 유형을 반영하는 사고 모델로서 개별 방문자를 분모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이다.


'개별 방문자 지표를 사용한다는 것은 실제 고객의 구매와 고려 과정을 가깝게 반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당장 사세요"가 아니라 "천천히 둘러보고 사세요"의 차이가 될 것이다.



미화된 지표를 벗겨내라
사진: Unsplash의 Dollar Gill
잠깐 숨돌릴 틈이 있다면, 지표에 대해 미화를 시도하는 트렌드가 무척이나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하고 싶다. 사이트 체류 시간을 측정하고자 하면 사이트 체류 시간이라고 부르면 된다. 인게이지먼트가 아니라. (95p)


저자가 언급한 예시 단어는 인게이지먼트이다. Engagement는 CRM Marketing의 필수 지표이면서도 명확한 정의가 어려운 항목이다. 왜냐하면 100% 데이터로 측정할 수 없는 정성적인 요소가 많이 포함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호의적인 관심이나 흥미를 이끌어내는 일은 수치로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페이지 조회를 5회 일으킨 사용자와 50회 일으킨 사용자 중 누가 서비스 관심도가 높을까? 답은 '알 수 없다'이다. 후자의 경우 원하는 것을 찾기 못해 길을 잃어 한참을 헤매이다 이탈했을지 누가 아는가.


책에 언급된 테오(teo)는 인게이지먼트를 2가지로 분류하여 정의하였다. 첫 번째는 정도이다. 조회 빈도수 등으로 인게이징한 목적에 대하여 유추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종류이다. 이는 소비자가 서비스를 긍정 혹은 부정적으로 인식하였는디, 만족하였는지 화나 갔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긍정적인 인게이지먼트는 동정이나 믿음, 자긍심 등이 있다.


데이터 분석으로는 인게이지먼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종류'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이 종류를 알고 싶다면 설문조사 등 다른 출구를 통하여 수집하는 것을 저자는 추천한다. NPS는 순 고객 추천지수(Net Promoter Score)등의 예시가 있겠다. 


이렇듯 정성적인 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Engagement Rate를 자사 대시보드의 수치로 단순화하여 보여주는 분석/MMP 툴이 매우 많다. 저자는 이를 지표 미화라고 지적하며 자신이 다루는 비즈니스에 알맞는 인게이지먼트 지표의 정의를 내려 측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데이터가 지닌 한계는 명확하며, 영광을 원한다면 손쉬운 길은 없다.' 고 말이다.



거시적으로 보는 훈련을 하라
사진: Unsplash의Aaron Burden
덤불 속에서 일일 리포트와 중요한 측정 지표를 보면, 모든 게 중요해 보인다. 확인할 부분과 무시할 부분을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전부 다 하게 된다. 회사의 핵심을 개선하는 데 실패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112p)


거시적인 인사이트 macro insight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시적인 일에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모수가 너무 적어 임팩트가 작은 세부 데이터들 사이에서 길을 잃지 말자. 이 책에서는 당장 비지니스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거시적인 질문 4가지를 언급한다.


1) 얼마나 많은 방문자가 사이트에 오는가? 

2) 방문자들은 어디에서 오는가?

3) 방문자가 웹사이트에서 뭘 하기를 바라는가?

4) 방문자들이 실제로 무엇을 하는가?

- 주로 이용되는 진입 페이지, 가장 많이 본 페이지, 사이트 중첩 (클릭 밀도), 취소율(=포기율)


세부적인 데이터를 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전환율을 바로 측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건 좀 감정적이다. 그러고 나서 뒷걸음질 쳐버린다(눈을 감고서). 그리고 혼란스러워한다.' 저자가 언급했듯이 세부 페이지/퍼널별 전환율을 파고들다 보면 어느샌가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과도하게 세부적인 변수 실험에 몰두해 버린다거나, 영향이 없는 변화를 자잘하게 주면서 리소스 낭비도 심해질 것이다. (내가 그랬다)


데이터의 숲에서 길을 잃었다고 자각 한 순간 바로! 버드아이 뷰로 전환하라. 서비스의 전체를 관찰하고 거시적 지표에서 다시 시작하라. 그렇게 하면 '상사는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삽질보다 비즈니스에 전략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112p'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935451


책이 매우 두꺼워 엄두가 안 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저자는 생생한 경험을 구어체에 가깝게 적었다. 그렇기에 매우 빠르고 흥미롭게 읽힌다.


앞으로 약 4차례에 걸쳐서 내용 정리본을 작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음에도 이어서 작성해보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