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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 세오 Aug 11. 2020

도대체 미술치료사는 무엇을 하는 사람입니까?

내가 생각하는 미술치료사의 역할

그러게요. 도대체 미술 심리치료사 혹은 미술치료사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 사람들일까요? 현대사회에서는 다양한 치료사들이 있습니다: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상담치료사 등등. 미술치료사란 미술을 매체로 이용하여 내담자들과 소통의 통로를 여는 심리 상담 치료사이죠. 미술치료사라는 직업의 존재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미술치료가 무엇이고, 미술치료사는 어떠한 과정을 통해 미술치료사로 성장하는지 먼저 알아야겠죠.


미술치료 혹은 예술치료라고 불리는 꽤 신선한 매체는 20세기 중반에 미국과 유럽에서 발견되고 학문으로 꾸준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죠. 한국에서는 예술치료, 미술치료, 미술 심리치료, 예술 심리치료 등등 뉘앙스가 살짝 달라져 불리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art therapy 그리고 독일에서는 Kunsttherapie라고 통일된 한 단어로 불리고 있고요. 미술치료 앞에 붙는 수식어에 따라 어떠한 뿌리를 가지고 연구되어 왔는지 알 수 있죠. 예를 들어, 인지학 미술치료, 게슈탈트 미술치료, 정신분석 미술치료 등등 수식어에 따라 듣는 이는 어떻게 미술치료가 진행될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미술 상담 치료에서는 미술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미술 재료도 다양하게 쓰입니다. 크게는 그림을 그리거나 드로잉을 하는 평면작업, 조소 작업과 같은 입체 작업, 그리고 이 외에 몸의 동작을 이용하거나 언어, 시, 사진 등등 경계가 없는 모든 예술 활동을 미술치료 분야에서 창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죠. 요즘에는 조금 더 세분되어 불리고 있는 것 같고, 제가 위에 나열한 재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술치료라는 용어보다는 예술치료가 더 적합한 것 같습니다. 우선 제 글에는 미술치료라는 용어를 사용해 제가 이해한 미술치료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참고해주시고요.


이러한 경계 없는 다양한 예술 재료를 상담에서 다루는 미술치료는 크게 클리닉 분야, 교육 분야 혹은 사회 분야에서 적용되죠. 제가 있는 독일의 상황을 예로 들자면, 클리닉 분야에서는 정신과, 내과, 외과 등등 입원 혹은 통원 환자들의 심신 건강을 위하여 다른 분야와의 통합 의학을 통해 체계적으로 미술치료 분야가 활발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각 분야 간의 소통과 존중, 교류는 활발하게 이루어지죠. 이러한 시스템이 잘 구축된 병원에서 의사, 간호사, 치료사들의 환자 회의는 일주일에 한 번 진행되고 있습니다. 교육 분야에서는 특수학교나 자폐, 정신과 진료를 받는 아동들이나 학교 부적응 학생들이 학교에 적응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 시스템의 일환으로서도 미술치료는 미술 교육과 확실히 구분되어 적용되고 있죠. 사회 분야에서는 사회복지관이나, 치매 센터, 각각의 환경적 이유로 사회 적응이 힘든 아동과 청소년들이 모여 사는 기관 등등에서 미술치료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미술치료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한 학문적 연구는 필수일 텐데요. 더욱 탄탄하게 미술치료 학문 분야를 발전 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학부 때부터 교육학, 심리학, 미학, 철학, 사회학, 의학 등등 미술치료가 적용되는 다양한 분야에 관한 기초 쌓기가 필수입니다. 미술치료의 특색이나 발전 가능성 등등 넓은 분야에서의 미술치료 기초 지식을 탄탄하게 쌓은 뒤, 미술치료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가늠하게 되는 것이죠. 학사를 졸업해도 미술치료가 뜬구름 잡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실습이 그 뜬구름을 잡게 해 주는 열쇠가 되죠. 즉, 학사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차근차근 미술치료와 연결된 모든 분야의 지식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인풋 과정이 주가 되어, 자신이 배우는 학문 분야의 성향과 색깔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학사를 졸업할 때가 돼서야 미술치료가 무엇인지 알게 될 정도로, 미술치료는 학문으로서 그리 만만한 분야가 아닙니다. 학사 과정 동안 많은 실습은 기본 중의 기본이죠.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겠죠. 학사를 졸업할 때에는 자신이 앞으로 일하고 싶은 분야에서 마지막 실습 기간을 거치는 게 현명하겠죠.

학부 졸업 후, 바로 취직을 할 수도 있지만, 자신이 학부 동안 얕고 넓게 배운 미술치료 학문을 한층 더 깊이 있게 임상 실습을 통해 연구하고 싶다면 석사에 진학하게 되겠죠. 연구하고자 하는 분야와 주제가 뚜렷하게 생긴다면 그 연구주제를 가지고 석사에 가 알맞은 임상 실습 기관에서 멘토의 일대일 조언을 받으며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가는 것이죠. 연구 주제를 잡는 방법이나 논문을 쓰는 방법, 논문 심사를 위한 발표 방법 등등도 교수와 함께 일대일로 깊이 있게 연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학사 과정에서 경험한 미술치료라는 분야의 이해도와 석사 과정의 더욱 집중도 있는 심층 연구 분석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학문 연구를 위해서 박사라는 과정을 밟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직 독일에서는 미술치료 박사 과정은 개설되어 있지 않지만, 미국과 한국 등등에서는 주로 석사와 박사가 시스템화되어 있죠. 독일에서는 학사와 석사에 더욱더 치중해 있는 학교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미술치료라는 학문을 대학교에서 깊이 있게 배운 사람이라면, 수많은 실습을 거치게 됩니다. 크게는 사회 복지기관이나 병원의 정신과 혹은 학교 등등에서 실습이 이루어집니다. 실습에서 중요한 점은 인풋을 통해 배운 미술 매체들을 적합한 그룹에 적용하여 이론과 실습에서의 오류와 확인 과정을 거치는 것이겠죠.


매체 연구를 할 때, 미술치료사들은 스스로 내면 연구를 하게 됩니다. 이 과정이 곧 인간 본질에 관한 연구가 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개인 작업도 실습과 마찬가지로 꼭 함께 진행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재료가 있고 칼 솜씨가 뛰어난 요리 연구가라도, 개인이 요리를 절대 하지 않고 말로만 요리한다면... 글쎄요. 그 사람이 요리했을 때 그 사람이 설명한 그 깊은 맛이 느껴질까요? 칼은 녹이 슬고 손의 감각도 무뎌지게 될 겁니다.


미술치료사가 알아야 할 점은, 내담자가 미술 활동을 통해 내면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온전하게 느끼며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스스로의 경험에서만 알게 되는 깨달음을 미술치료사가 글로만 익혔다면, 과연 이러한 미묘한 내담자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제때 개입할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미술치료란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미술치료에서는 내담자가 미술 활동으로 내면세계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내담자의 영혼을 비추어주는 거울과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더 깊게 알아가며 자신을 똑바로 볼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미술치료에서는 평가가 절대로 이루어져서는 안 됩니다. 이 점이 미술 교육과 다른 점이죠. 실수와 도전, 관습에서 벗어난 창의적 활동 모든 것이 미술치료 과정 안에서는 허락됩니다. 한계가 없다는 점이 미술이 가지고 있는 큰 장점이기도 하죠.


요즘에는 다양한 신식 재료들도 많이 사용되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누가누가 더 많이 새로운 신식 매체와 프로그램을 개발하냐가 아닙니다. 흙 하나로도 진득하게 깊이 있는 내면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는 게 제가 생각하는 미술치료의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대사회에 너무나 많은 외부의 자극이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차분해지는 자연에서 온 재료로 최대한 자극 없이 담백하게 깊이 있는 내면 연구를 내담자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게, 특히 현대의 스트레스 사회에 사는 내담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 그럼 오늘 제가 마지막으로 힘주어 전하고 싶은 미술치료사의 역할. 도대체 미술치료사의 역할 무엇일까요? 어느 정도 눈치를 채셨겠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내담자가 주변의 의식에 좌우되지 않고 온전히 내면 여행을   있도록 도와주는 길잡이 역할이죠. 그러려면 다른 심리치료와 마찬가지로 치료사와 내담자 사이에 신뢰 관계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치료사는 초기에 이러한 신뢰 관계를  성사시키고, 적정선을 유지하며, 때로는 아슬아슬 선을 살짝 넘어 자극도 주고, 때로는 멀찌감치 떨어져 지켜보는 그러한 동반자가 되어야 하죠. 우리는 눈에 띄지  원하면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닐까요?


위에서 설명했듯이 미술치료에는 미술이 주 매개체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내담자와 치료사의 대화가 빠져서는 안 되겠죠. 미술치료사는 현명한 질문을 할 수 있는 전문성도 갖춰야 하죠. 암시되거나 평가되지 않는 미술 활동을 내담자는 하게 됩니다. 자신의 작품 활동을 인지해 내면화시킬 수 있도록 깊은 대화가 이루어져야만 하죠. 이때 미술치료사들은 스스로도 평소에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연습이 많이 되어야겠죠. 눈앞에 나타난 작업에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 과정은 그림을 통해 다른 시각으로 나 자신을 인식하는 과정이 요구되죠. 이때 진정한 자기 탐구에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좋은 질문들은 보통 학업 과정이나 실습 기간에서 멘토 미술치료사에게 깊이 있게 배우게 됩니다. 이러한 질문과 탐구를 경험한 내담자는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게 되고, 상담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이 깨달음을 어떻게 접목하면 좋을지 치료사와 이야기 나누게 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과 작업을 기록해 두었다가,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난 뒤 함께 과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이때 내담자는 스스로 어떠한 변화 과정을 거쳤는지, 그 발자취를 두 눈으로 생생하게 보게 되는 거죠. 이러한 점이 미술치료가 가진 큰 강점입니다.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고 볼 수 있다는 점이죠. 이럴 때 저는 내담자에게 현재의 시점에서 예전 그림을 지금 다시 그린다면,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하는 등의 질문을 즐겨합니다. 내담자와의 피드백 과정은 미술치료사로서 홀로서기를 하기 전, 즉 실전에 들어가기 전에 충분한 연습이 이루어져야 하고요.


비록 한 미술치료사의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으로 전해드린 미술치료 이야기이지만, 오늘 저의 글을 읽고 미술치료가 무엇이며 미술치료사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를 희망해 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미술치료 혹은 미술치료사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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