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란 것은 참 이상하다. 이 프로젝트만 하면 한숨 돌리겠다 하는 순간에 또 다른 것이 밀려온다. 설상가상으로 프로젝트 중간에 다른 것이 보태져서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이러다가 죽겠다 하는 순간, 먼저 하던 일을 마치고 나면 중간에 보태진 일은 수월한 느낌마저 든다. 중간에 하나의 일만 더해지면 정말 다행이다. 두 개, 세 개의 업무가 보태진다. 그렇게 계속 지내다 보면 '나'라는 존재를 생각할 수도 없이 눈가리개를 한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달리던 어느 순간, "나는 언제 멈출 수 있지?"라는 의문이 든다. 나의 삶이 아주 기초적인 산수보다 못하다는 두려운 생각이 문득 스치고 지나간다.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산수, '1-1=0'. 하나에서 하나를 빼면 무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일은 하나에서 하나를 빼면 두 개가 되기도 한다. 나는 삶의 반환점에 서 있는 것 같다. 이 선 앞에서 나는 생각한다.
['1-1=0'이 내 삶에서 완성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무엇을 위해서 달리고 있는지?]
라는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그냥....
어느 추운 겨울 눈이 펑펑 내리면 하던 일을 접고 과감하게 "우리 오늘은 일찍 들어가죠."라며 일찍 귀가한다.
단풍이 너무 고운 가을날, "하늘도 나무도 참 곱네요."라고 이야기하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갖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에는 비상 연락을 돌려, "오늘 기상이 위태롭네요. 오늘은 출근하지 맙시다."라고 긴급 휴가를 보낸다.
그리고, 봄바람 살랑이며 꽃들이 풍성하게 피어날 때는 "잠깐 산책 어때요?" 하며 동료들과 소소한 즐거움을 누린다.
그냥...
적고 돌아보니 이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당연한 것 같은데, 말하는 이나 듣는 이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까?
이게 불가능하다면 [5분]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보는 것은 어떨까? 순수하게 '0'이 되는 순간을 만나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일은 나의 존엄성을 지켜주기도 하고, 나를 피폐하게 만들기도 한다. 나를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한다. 한없이 달콤했다가 쓰디쓴 독 잔을 마신 것 같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오늘도 묵묵히 해야 할 것들을 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