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2일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세계 시총 (기업가치) 1위 기업에 복귀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총 1위를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미 1998년에 윈도 95 열풍에 힘입어 시총 1위 기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사는 제너럴 일렉트릭사에게 1위를 내줍니다. 에디슨이 세운 제너럴 일렉트릭 사는 미국에서 100년 넘게 최고의 전기회사였는데, 21세기 들어서 금융회사로 변모하는 게 성공하면서 다시 1위 기업에 복귀한 것입니다.
하지만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금융회사들이 어려움을 겪자,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이 시총 1위를 차지합니다. 이때쯤 애플은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엄청나게 도약을 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비스타의 실패, 스마트폰 진입 실패 등으로 악재만 계속되어 주식이 10년 넘게 횡보하는 상태에 머뭅니다.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킨 애플은 2012년에 마침내 시총 1위 기업에 오르고, 이후 2019년까지 1위 자리를 지킵니다.
2010년대는 스마트폰의 시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사람들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생활방식을 바꿔갔고, 이로 인해 IT 기기는 스마트폰 하나로 수렴되면서, 애플은 엄청난 성장을 이룹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스마트폰 전쟁에서 완패를 하고 철수한 마이크로소프트가 2010년대에 걸쳐서 엄청나게 성장을 합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주식은 2014년 이후 급성장을 하면서 다른 테크기업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보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2019년에 애플을 꺾고 시총 1위 기업에 복귀합니다. 무려 16년 만에 1위 기업에 복귀를 한 것입니다.
2010년대에 걸쳐 PC 사업은 위축되고 이로 인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주력상품인 윈도즈는 역성장을 합니다. 그럼에도 어떻게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이 기간 동안 빅테크 기업 중 가장 크게 성장한 기업이 될 수 있었을까요?
그건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사업전략을 완전히 바꿨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너럴 일렉트릭사가 전기회사에서 금융회사로 바꾼 것처럼 본업을 바꾼 건 아닙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는 여전히 IT 사업만 해 오고 있습니다. 다만, 주력인 윈도즈 대신 클라우드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그런데 클라우드 분야에는 ‘아마존’이라는 절대 강자가 있었습니다. 아마존은 AWS로 클라우드 사업을 개척한 회사입니다.
제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한 2012년에 아마존은 클라우드로 이미 엄청난 성장을 보여주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인 ‘애저’는 이제 걸음마 단계에서 겨우 벗어난 미미한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애저의 매출은 발표하기 민망할 정도로 작았고, 성공여부마저 불투명했습니다. 회사 내에서는 3년 내에 매출이 10배가 되지 않으면 모든 게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돌았습니다. 3년 안에 10배가 되려면 매년 두 배 이상씩 성장을 해야 하는데, 이게 말이 쉽지 어지간한 스타트업 회사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게 현실이 됩니다. 2015년 즈음에 마침내 10억 불 매출을 세우며 애저가 마이크로소프트 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합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처럼 큰 회사에서 10억 불 매출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닙니다. 이때 회사에서는 20-20라는 목표를 세웁니다. 2020년에 200억 불(20 billions)의 매출을 달성하자는 겁니다.
10억 불에서 200억 불이 되려면 20배를 성장해야 하는데, 3년에 10배가 커졌으니 같은 성장 속도라면 5년에 20배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문제는 매출 규모가 커질수록 성장 속도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이건 정말 너무 무리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2020년에 기어코 200억 불 매출을 넘어섭니다. 여기에는 약간의 운도 따랐는데, 2019년 즈음엔 이미 수많은 회사들이 클라우드로 전환을 끝내면서,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이 점점 둔화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애저의 성장률도 계속 떨어져서 더 이상 100% 이상의 기적의 성장률은 못 보여주고, 수십%의 성장률에 머물게 됩니다.
하지만 2020년에 터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으로 모든 생활이 비대면이 되자 클라우드의 사용량도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이로 인해 애저는 윈도즈를 넘어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주력상품이 됩니다.
그런데, 애저의 기록적인 성장은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의 확고한 이인자가 되고 아마존과의 격차를 점차 줄여나간 노력도 있지만, 클라우드 시장 전체의 파이가 커진 이유도 큽니다.
그런데 팬데믹이 끝나가면서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도 점차 둔화되기 시작합니다. 애저도 30%대로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클라우드 시장도 스마트폰 시장처럼 곧 포화상태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옵니다.
2019년에 잠시 시총 1위를 차지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성장이 둔화되면서 곧바로 애플에 왕좌를 다시 내어줍니다.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이후의 다음 10년을 책임질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많은 회사들이 새로운 시도들을 했습니다. 거기엔 블록체인도 있었고 메타버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공지능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애초에 클라우드 부서를 인공지능 부서와 통합하고 클라우드와 인공지능을 묶어서 발전시키기로 했습니다.
그 이유는 대규모 인공지능을 위해서는 클라우드의 인프라가 받쳐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 AI의 투자를 통해 GPT라는 결실을 맺고 생성형 AI의 선두주자로 나섭니다.
애초에 인공지능의 선두주자로 예상되었던 구글에 허를 찌르는 전략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앞서갈 뿐 아니라, AI를 오피스와 검색엔진인 빙과 통합하여, 곧바로 수익창출을 위한 상품까지 내어 버립니다.
그리고 마침내 2024년 1월 기업가치 전 세계 1위의 왕좌에 다시 복귀하게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컴백 스토리를 아주 좋아합니다.
90년대 말에 파산직전까지 몰렸던 애플이 스티브 잡스를 재영입한 이후 아이팟과 아이폰으로 되살아나서 세계 1위 기업으로 우뚝 선 스토리는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 경쟁에서 도태되어 IBM처럼 구세대 공룡취급을 받았던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와 인공지능으로 다시 재도약하는 이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듯합니다.
다음번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룡기업이 최고의 혁신 기업으로 바뀔 수 있었는지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