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후기
지난 7월, 대전 여성들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된 '여담' 프로젝트. 같은 대학교 같은 과를 다니던 우리 7명의 여담 멤버들은 그 인터뷰 첫 타자로 호기롭게 황은주 의원을 떠올렸다. 대전광역시 유성구의원인 청년 황은주는 어떤 사람일까, 몇 날 며칠 회의가 이어졌다. '설마 받아주실까'하고 반신반의하며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너무나도 흔쾌하게 받아주신 황은주 의원.
그렇게 우리의 첫 인터뷰가 성사되었다.
'여담'으로서의 첫 인터뷰였기에 매우 서툴렀다. 카메라 두 대에 마이크 하나. 우리가 가져간 것은 그것뿐이었다. 괜한 망신을 당하진 않을까, 인터뷰 약속 시간이 다가올수록 떨리는 마음에 쓴 커피만 계속해서 들이켰다. 원래 여담 멤버는 일곱 명이지만 인터뷰를 진행한 인원은 세 명. 어떻게 보아도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인터뷰어들이었다.
의원실에서 만난 황은주 의원은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우리가 만든 투박한 패널 속 치코리타 그림의 의미를 설명하자 그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인스타그램 보니까 '치코리타' 닮았다는 말을 들으셨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귀여워서... 그래서 여기에 붙였어요."
"아, 정말요? 맞아요, 닮았다고 하더라고요. 귀엽다-"
바짝 긴장해서 허둥지둥하는 우리와 달리 그는 오히려 격려하듯 분위기를 띄워주었다. 누가 누굴 인터뷰하는 건지- 이건 마치 까마득한 선배의 어드바이스를 들으러 온 어린아이들 같은 느낌이어서 부끄러워질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긴장은 풀어졌고,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촬영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잊고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고 함께 웃으며 대화했다.
아무래도 제일 큰 걱정은 '여담'과 황은주 의원의 조화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의 취지에 공감하지 못하시면 어떡하나, 우리가 너무 '급진적'이라고 느끼시면 어떡하나, 우리의 질문이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하시면 어떡하나. 하지만 횡설수설 풀어놓은 우리의 이야기에 황은주 의원은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떻게 이렇게 탁월한 생각을...! 근데 진짜 그랬어요, 저도. 여자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선배가 없어지잖아요. 언니들은 어디서 어떻게 사는 건지 아직도 되게 궁금해요. 아직도 모르겠어요, 여자 선배들 소식을."
예상했던 시간보다 길어졌던 인터뷰 시간. 하지만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딱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말.
인터뷰가 끝나자 황은주 의원은 우리를 건물 현관까지 배웅하다가, 이금선 의장과의 만남을 제안했다. 바로 위층에 의장실이 있다며, 정말 좋은 분이시니까 한 번 만나고 가는 게 어떻겠냐며 쭈뼛거리는 우리를 엘리베이터에 태웠다.
이금선 의장은 우리에게 차를 대접하고는 시종일관 시원스럽게 웃으며 여러 가지를 묻고 답했다. 이금선 의장과 황은주 의원의 대화를 보고 있자니,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구청의 이미지가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그들은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었고,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구나 싶었다. 이런 곳에서, 이들과 함께 더 많은 청년들이 정치인으로서의 꿈을 키워나갔으면 좋겠다.
보통 정치의 영역은 나이 든 남성들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실제로 정치권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청년들이 차별을 몸소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국회 내에 청년, 특히 여성 청년의 비율이 더 늘어야 하지 않을까.
대전광역시 최연소 의원, 청년 황은주.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그는 24시간이 모자라게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그와의 인터뷰는 시작부터 끝까지 설렘과 즐거움뿐이었다. 심지어 고통스러운 편집 과정까지도 즐겁게 느껴질 정도로. 앞으로 여담은 황은주 의원의 행보를 쭉 지켜보며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