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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do Oct 16. 2020

너의 꿈을 응원해

새로운 꿈

다섯 살 큰아이의 꿈은 파워레인저였다.

그맘때 남자아이들이 그렇듯 영화 속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 그 녀석의 꿈이었다.

어느 날 아이가 내게 물었다.

“엄마는 꿈이 뭐야?”

“음... 엄마 꿈은 유엔 사무총장의 엄마가 되는 거야”

갑작스러운 아이의 질문에 잠시 멈칫하다가 답했다.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우리나라 최초로 유엔 사무총장이 된 때였는데 유엔 사무총장이 된 반기문도 존경스러웠지만 아들을 그렇게 훌륭하게 키워내신 그의 어머니가 무척 존경스럽고 부러웠다.


부모가 되고 보니 그랬다. 자식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되고 자식의 영광이 나의 영광이 되는 그런 순간들이 생겼다. 나의 대답에 아들은 유엔 사무총장이 뭐냐고 물었고 나는 파워레인저처럼 지구를 지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다. 아들은 그럼 그거 하겠노라고 답했다. 해맑은 아들의 답에 정말 그렇게 될 것 마냥 웃음이 나왔다.


열 살 무렵부터는 아들의 꿈이 축구 선수로 바뀌었다.

아들이 12살 되던 해 우리 가족은 말레이시아로 왔는데 큰아이는 온 지 한 달이 채 안되었을 때 학교 축구팀에 발탁이 되었다. 축구 선수가 될 만큼의 재능이 있어 보이진 않았지만 운동신경은 꽤 있음이 입증되었다. 여하튼 나는 아들의 꿈을 계속 응원해 주었고 좋아하는 박지성, 손흥민 선수의 책도 한국 갈 때마다 사주었다.

학교별 축구 경기가 있을 때는 목청 터져라 응원을 했다.


올해 열세 살이 된 아들은 코로나로 인해 학교가 온라인 수업에 들어가고 집에만 있다 보니 제빵을 하겠다고 했다. 우선 중고 오븐을 하나 사주었다. 중고를 사용하다 계속 빵을 만들고 싶어 지면 새것으로 사주기로 했다. 그러나 그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제빵은 기다림이 꽤 필요한 작업이었다. 발효가 되기를 기다리고 빵이 구워지길 기다리는 시간들. 결과물이 빨리 보이길 원했던 아들은 제빵은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요리를 시작했다. 5개월 온라인 수업 기간 동안 매일같이 점심을 준비해주고 어버이날에는 2시간짜리 코스요리도 준비했다. 제법 맛도 좋았다

어버이날에 아들이 준비해준 2시간짜리 코스요리



그리고 최근 아들의 꿈은 골프 선수로 바뀌었다.

동남아에 있다 보니 한국에 비해 라운딩 나가는 비용과 레슨 비용이 저렴한 게 다행이다. 1년 가까이 주 1회 단체 레슨을 받아왔던 터라 주 1회 개인 레슨을 추가시켰다.

그리고 학교 수업이 Half Day인 금요일 오후에 두 아이를 데리고 라운딩을 나가기 시작했다.


트롤리를 밀며 나는 캐디가 되어 두 아이와 함께 나인홀을 돌았다. 동남아의 무더운 날씨에 2시간 넘게 두 아이의 속도에 맞춰 라운딩을 하다 보면 지치고 힘이 들기도 한다.

언제 또 바뀔지 모르는 아들의 꿈이지만 늘 응원하고 함께 해 주는 엄마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이번 주도 나는 아이들과 함께 필드 구석구석을 누비며 잃어버린 공을 찾아 주고 아이의 스윙마다 ‘굿 샷!’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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