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와 입양
나는 고아다. 나 스스로 고아임을 밝히는 것이 사실은 불편하다. 고아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이 사회에서 고아임을 밝히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세상 어느 누가 편하게 “나는 고아다”라고 말하겠는가? 그럼에도 나는 고아임이 부끄럽지 않다.
단순히 부모가 없는 사람을 고아라고 일컫는다면 나는 고아에 해당되지만 결혼도 하고 자녀도 있는 나에게 고아라는 말은 더 이상 합당하지 않다. 정확하게 말하자만 “나는 고아였다”라고 말하는 것이 바른 표현일 것이다. 참, 고아였으면 어떤가? 나는 남부럽지 않게 많은 분에게 사랑을 받고 자랐는데….
보육원에서 지낼 때 입양되는 동생들을 많이 보았다. 선량해 보이는 분들이 보육원을 방문하여 우리를 관찰하듯이 유심히 쳐다본다. 그러면 우리는 후원자 중 물품을 전달하러 왔는지 자원봉사를 하러 왔는지 아니면 입양하기 위해 잠깐 들른 것인지 우리는 감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입양을 결심하고 오신 분도 있고, 아직 입양할까 말까 고민하는 중에 우연히 눈이 마주치는 아이가 있는지 혹은 자신을 잘 따르는 아이가 있는지 확인하러 온 분도 있다.
많은 보호아동이 입양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 나 역시 입양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고 보육원에서 친구들과 노는 게 좋아서 그리고 생부모가 찾으러 올 수도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조금은 있어서 입양에 별 관심이 없었다. 또한 친동생도 한 명 있었기에 형제 둘이 동시에 입양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서 입양은 나와 상관없는 일로 여겼다. 그럼에도 입양되는 동생들을 보면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입양된 아이들은 비교적 얼굴이 잘생겼고 평소 성격이 다른 보육원생보다 온화한 경우였다. 보육원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보육사의 말을 잘 들으며 공부도 어느 정도 하는 아이들이었다. 보육원에서는 아무래도 좋은 아이를 연결해 주려고 했기에 별 볼일 없는 나 같은 아이는 추천 대상자에 절대 들 수 없었다. 우리는 입양된 아이들이 잘 지내는지 가끔 이야기하며 궁금해하기도 했다.
성인이 된 후, 불현듯 입양된 동생들이 생각나곤 했다. 명절이나 장례식장 같은 곳에서 보육원 출신들이 만나면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입양된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그들은 얼마나 잘 사는지 보육원에 다시는 방문하지 않았다. 물론 입양된 아이들은 이제 고아가 아니므로 보육원에 방문할 이유도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가끔 보고 싶어 하기도 했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자라기 곤란한 경우에 다른 가정 등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게 되어 있다. 생부모와 불가피하게 헤어진 아동은 반드시 가정에서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나는 고아로 성장하여 운만 좋았다면 입양될 수 있었으며 함께 살던 동생들이 입양되었기에 입양이 어떤 것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한국고아사랑협회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단체의 장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부모 단체, 주사랑공동체, 입양 단체, 장애인 단체, 탈북 단체 등이다. 모든 기관이 보호아동을 지원하는 우리 협회와 관련 있는 단체이다. 보육원에도 함께 성장한 장애아동이 있었고, 한부모로 인해 보육원에 입소한 동생들도 있었기 때문에 장애인 단체나 한부모 단체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여러 단체 중에서 무엇보다 입양 단체를 만날 때에 매우 친근감이 들었다. 왜냐하면 입양 부모들은 나 같은 고아들의 가족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입양을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주변의 시선을 의식했을까. 너무나 대단해보였다. 누구나 입양을 생각할 수는 있지만 가족의 반대와 여러 어려움을 무릅쓰고 입양을 실행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오지랖이 넓은 것일 수 있지만, 나와 같은 고아 아동을 입양해 주신 이 땅의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린다. 존경스럽다.
고아 관련 단체 일을 하면서 입양 활성화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보육원에서 성장하는 것의 안타까움을 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부모 없이 자랄 의무는 없다. 부모의 보호하에 자라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갖고 있다. 모든 아동에게 이 기본권이 실현되는 환경,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환경은 바로 보호자가 있는 가정이다.
2012년에 개정된 「입양특례법」으로 인해 입양 건수가 다소 떨어진 것이 매우 안타깝다. 해당 법령에서는 출생 신고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호적이 없는 아동은 입양될 수 없는 것이다. 가정보호 우선 원칙을 위해 부모가 의뢰한 아동에 대해서만 입양 절차를 정하고 있어 부모가 없는 유기 아동은 시설보호만 가능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시설에서 보호받는 아동에 대한 가정보호로의 변경 조치가 시설장의 재량에 맡겨져 있기에 시설로 들어간 아이가 가정으로 입양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정부는 「입양특례법」을 통해 고아에게 자신을 알 권리를 찾아주고 고아 호적을 만들어 개인의 역사를 삭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자신을 알 권리와 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은 무엇일지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동은 모두 가정에서 성장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시설에서 지내는 보호아동 80% 이상은 부모의 소재지를 알고 있다. 그러므로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아동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이 어떠하든지 존중받으며 성장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하다. 가정이란 어떠한 곳인지, 친생부모와 함께 있는 곳만 가정이라는 생각의 틀을 벗어 버리고 입양가족도 우리 사회에서 아무런 편견 없이 어울려지도록 해야 한다. 입양아동은 여전히 고아이며 그들은 다른 혈육이라는 관념을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