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퇴소 후, 어디에 살 것인가

사회에 내몰리는 보육원 퇴소생들의 거처

보육원 퇴소 후, 어디에 살 것인가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은 스무 살이 되어 보육원을 나오게 되면 대부분 새로운 지역에 가서 정착한다. 오랫동안 살아온 보육원이 있는 지역이 아닌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자리 등 생계를 위해서 떠나기도 하고 일부러 그 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이다. 내 경우에는 보육원에서 나온 이후 줄곧 내가 자라온, 보육원이 가까운 지역에서 살고 있다.


새로운 지역으로 떠나는 아이들은 어떤 마음일까. 대부분의 아이들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계속 살아온 동네를 떠나고 싶을 것이다. 보육원 출신인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사회로 나가고자 이주를 한다. 오랜 기간 보육원에서 살면서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자라왔기에 나를 아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어 한다. 보육원에 대한 원망이나 미움 때문에 떠나는 아이들도 있다. 사는 동안 너무도 힘이 들기도 하고 좋은 기억이 별로 없기에 도망치듯이 떠나버린다. 나도 보육원에서 20년 가까이 살았기에 어떤 심정인지는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과연 보육원과 멀어진 삶이 그들의 자립에 도움이 되는지는 냉정히 생각해 볼 일이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보육원을 떠나는 아이들은 퇴소 후 3년간 자립전담선생님을 통해 자립 후의 생활을 관리 받아야 한다. 법의 규정이 그러하다. 하지만 퇴소 후 아이들은 일단 연락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동안 많은 규제와 통제 속에서 살아왔기에 앞으로는 그런 억압에서 벗어나겠다는 생각에 일부러 연락을 끊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사회에 나와 현실에 부딪혀 보면 그러한 생각이 얼마나 감정적인지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나 가치관의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보육원 퇴소 후 자립에 대해, 어느 지역에 살아갈 지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부모 중의 하나라도 연락이 되는 등 원가정과 연결이 되어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홀로 나와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나도 주변에서 그러한 어려움을 겪는 보육원 출신 친구들을 숱하게 보아왔다. 밥벌이를 찾아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더욱 어려운 점은 정서적 고통이다. 그동안 보육원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많은 아이들과 지내다가 갑자기 그 울타리를 벗어나 홀로 살아간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커다란 압박이 된다.


보육원 퇴소생에게 주어지는 자립 지원금은 아이들이 살아갈 주거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물론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몇몇 아이들은 주거조차 해결하지 못해 힘겹게 살아간다. 심지어 보육원에서 살며 숙식이 해결되고 용돈까지 받았던 그 때의 생활이 좋았다며 그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미리미리 자립 후의 생활에 대해 준비하고, 돈도 차곡차곡 모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라고 후회하는 것이다.




내가 살면서 뿌리내릴 지역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보육원과 가까이 있거나 그렇지 않거나의 문제를 떠나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성인으로서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꾸려 나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는 것이 퇴소생 본인이 결정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자립 능력을 갖추지 않았다면 무작정 떠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자라온 동네에서 자립을 시작한다면 지역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도움도 받을 수 있다. 타지 사람이 겪을 만한 정서적 소외감을 겪을 일이 줄기도 할 것이다. 또 보육원 출신이라는 과거의 이력은, 어차피 제대로 된 회사에 들어가면 입사 절차나 면접 과정을 통해 밝혀지게 되기 십상이다. 감춘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무작정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일이 당장의 기분을 전환할 수 있겠지만, 성공적인 자립을 위해 현실적인 면을 고려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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