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거(消去)

사라진 다리 위에 남은 건물

by 강라마
P1002773.jpg 2025.11 | Thailand_Bangkok | Copyright © llama.foto(Gaeun)

건물 이름에는 다리가 있다.
메가 플라자 사판렉.
하지만 이곳에 다리는 없다.

방콕 차이나타운 로터리를 건너오다 보면 이 건물을 지나치게 된다.
차는 멈추지 않고, 사람은 고개를 들지 않는다.
간판은 크고, 광고는 밝고, 내부는 언제나 붐빈다.
그래서 더더욱, 이 건물의 이름은 질문되지 않는다.

‘사판렉.’
철로 만든 다리라는 뜻이다.
한때 이 자리에는 운하 위로 다리가 놓여 있었고, 그 위와 아래에는 시장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다리 위에 삶이 얹혀 있었다.

좁았고, 불법이었고, 지저분했다.
도시는 그것을 오래 참지 않았다.
정비라는 이름 아래 다리는 사라졌고, 운하는 다시 드러났고, 사람들은 흩어졌다.

그 이후, 이 건물이 남았다.

메가 플라자는 대체물이 아니다.
기념물도 아니고, 복원도 아니다.
그저 사라진 이후에 남겨진 공간이다.
도시가 기억을 처리한 결과물에 가깝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층마다 가득 찬 물건들, 좁은 통로, 빠른 손놀림.
형태만 달라졌을 뿐, 밀도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달라졌다.

이곳에는 더 이상 설명이 없다.

왜 이곳이 이곳이 되었는지, 무엇이 사라졌고, 누가 옮겨왔는지.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오직 ‘기능’뿐이다.

도시는 이 방식에 익숙하다.
기억을 남기기보다는 정리하고, 의미를 새기기보다는 통과시킨다.

그래서 이 건물은 늘 붐비지만, 아무도 머물지 않는다.
사판렉은 이름으로만 남았고, 다리는 지도에서 지워졌다.

건물 밖으로 나오면, 정비된 운하를 따라 사람들이 걷는다.
사진을 찍고, 산책을 하고, 과거는 설명되지 않은 채 풍경이 된다.

이곳은 잊힌 장소가 아니다. 너무 깔끔하게 처리된 장소다.

메가 플라자는 도시가 기억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남길 것은 남기고, 불편한 것은 덮고, 설명은 생략한 채 다음으로 넘어간다.

다리가 사라진 자리에서, 다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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