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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한 불꽃 Jan 22. 2021

'기대'가 내 마음을 괴롭힐 때

#6. 기대가 미움이 되는 순간

누군가에게 기대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기대하지 않았을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났었지?


최근 기대하지 않고 '그저 잠시 그쳐가는 만남' 이라고 생각한 모임에서 뜻밖에 공동의 관심사를 발견하고 유대감을 형성하며 깊은 연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관계를 경험하면서, 

전혀 기대치 않고 '그저 목적한 바를 달성하기 위한 장'이라고 생각한 곳에서 꿀같은 배움을 경험하고, 다음 배움도 약속한 나를 바라보면서,


기대하지 않음과 기대함에 대한 내마음에 극명한 빛과 어둠이 드러나 마치 흙탕물이 된 듯 내 마음이 혼탁해 진 느낌이다.


가족간의 대화에서 나는 이때는 이렇게 말해 주면 좋겠는데,

왜 내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거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오빠가 수년간 비밀 상자를 움켜쥐고 풀어내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며 지금쯤이면 가족들한테 소개할때가 된 것 같은데.. 이번 명절에는 말하겠지? 엄마가 이렇게 궁금해 하시는데 왜 여태 말이 없는거지? 등등의 상상을 하면서 내 마음의 기대는 시간이 갈수록 서운함이 되고 답답함이 되었다.

이쯤되면 말해야 하는거 아니야? 라는 타임라인을 정해버렸고, 상대방은 협의하지 않은 나만의 기한을 넘어서 버리니 화가 되고 실망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미움이 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내 마음은 정화되지 않은 나의 언어와 행동으로 드러나 상대방을 다그치기 시작했다.


이 마음의 진화과정을 알고 나니 그 누구도 내게 화살을 겨누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바늘로 매일 상처를 내는 기분마저 든다. 내 마음에.. 나의 일상에.. 그리고 내 가족에게..


마음공부를 하며 내 삶에 큰 변화는 '상대방의 긍정적 의도'를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니, 그렇다 여겼다.

긍정적 의도란, 현재 상대방의 표현 속에서 (그것이 비록 성숙하지 않은 방식일지라도) 그 사람이 말하지 않은 숨은 긍정 의도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예를 들면, 누군가 몸이 아파 짜증을 낸다면 드러나는 그 짜증을 인지할 경우 내 마음이 '짜증'에만 머무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쉬고 싶어' or '빨리 건강해 지고 싶어'라는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순간 내 마음은 '짜증'이 아닌 그의 긍정의도에 머무르게 된다. 


말이 나온김에 사람에 대한 믿음에 대해 코칭을 공부하며 늘 되새기는 코칭철학을 통해 좀 더 들여다봐야 겠다.


1. 모든 사람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스스로 답을 찾고 스스로 행동하게 하는 이 관계 기술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일깨우도록 돕는다는 코칭철학의 첫번째 전제이다.

나는 그의 가능성을 최대화 시키고 존재로서 인정하는 이 기술들을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가족에게는 참 적용하기가 어렵다는게 함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걸림을 알아차리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2.  그 사람에게 필요한 해답은 모두 그 사람 내부에 있다.

- 어디에 도달할지, 무엇을 깨달을지, 어떤 행동을 할지 이 모든 답은 그 사람 내부에 있다. 

내가 '이렇게 해주길~ 저렇게 해주길~' 기대하며 마치 답정너 처럼 지시하는 것이 아닌, 기다림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것이다. 

'그래, 지금은 가족들에게 오롯이 기다림으로 마주해야 할 시간이다'


3.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 코칭에서는 상대방이 원하는 목표, 즉 성장이슈에 도달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그를 돕는 파트너로써 코치가 역할을 이행한다. 

다만 지금의 나는 그가 파트너가 필요한지, 명확한 도달목표가 있는지 알 수 없다. 

나의 기대를 내려 놓고 좀 더 충분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충분한 대화 없이 내가 정한 타임라인에 그를 끼워넣고 있었다. 

나의 기대가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향해 있을때, 즉 합의되지 않았을 때 코칭에서는 만족도 높은 대화를 이끌어 가기 어렵다. 초점이 맞춰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결국은 각자의 산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나의 일방적인 요청으로 우리는 그 어떤 '합의점'도 없이 나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다.

'기대'는 종종 메마른 땅에 가랑비 내리듯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달콤함을 선물하지만, 

그 기대가 채워지지 않을 때는 쓰디쓴 아픔도 맛보아야 한다.

그 아픔의 과정은 여간해서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아 꽤 오랜시간 자가 치유가 필요한데 마치 지금의 나를 바라보는 듯 하다.


그래도 내 마음에 대처하는 센터링의 자세를 잘 유지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음공부를 위한 여정이 아직 멀고도 험해 보인다.

과유불급 (過猶不及),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으니 내가 정한 기준은 상대방에게는 지나친 일방적 요구일수 있고, 견마지로 (犬馬之勞), 내 노력과 마음수련이 아직 턱없이 부족하니 배움을 삶에 적용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할터,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잘 하라 하리오. 나나 잘해야지..


한 때, 코치를 하기 위해서는 내가 완벽한 코치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굳은 신념이 있었다.

그러다 어느날, 완벽해서 이 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코치라는 업을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을 바꾸는 순간 모든 것이 편해졌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 


다시한번 내 마음을 정화해야 할 때이다. 

나나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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