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나온 후, 하루
엄마가 바로 되는 것은 아니다.
출산 후 나의 첫마디는 '배고파요'였다.
긴 산고로 이틀 가까이 굶었고 마지막 순간까지 힘을 다 쏟고 나니 나는 배가 고팠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아이를 보고 눈물을 흘리고 감동적이던데 나는
'드디어 끝났구나'가 주된 감정이었다.
탄생의 순간을 영상으로 남기지 못했고 탯줄도 빨리 잘랐고 아이가 어서 나오기만을 바랬다.
아이를 심장 가까이에 대보니 나오느라 고생한 빨간 아이가 조용해졌다.
신기하다. 그런데 눈물은 나오지 않는다.
엄마가 된다고 모성애도 같이 탄생하지는 않는 것 같다.
피가 범벅이 된 침대 위에서 한 대접 갖다 준 미역국을 들이켠다.
뭐가 그리 배고팠을까마는 나는 그 순간 미역국이 참 먹고 싶었다.
병원에서도 기진맥진한 나를 보고 출산과 동시에 따뜻한 미역국을 가져다준다.
나를 힘들게 했던 간호사들에게 참 감사한 순간이었다.
우걱우걱... 몇 숟가락 먹는데 넘기지를 못한다.
다 게워내고 가져다준 물을 종이컵에 천천히 마셨는데 그 물마저 모두 토해냈다.
갑자기 간호사들이 바빠지고 내 체온을 수시로 재더니 의사가 온다.
이틀 내내 시달렸는데 뭔 또 검사야..
싶은데 나를 일반 병실에 내려보내 주지 않는다.
나는 먹지 못하고, 마시지 못하고 열은 나는 상태여서
병원에서는 비상이었다.
이제야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내 몸이 버텨주지 못한 모양이다.
나는 회복을 하지 못해 계속 수술실에서 아침까지 링거를 맞으며 체온 체크를 하며 있었다.
아이는 신생아실로 내려가고 나 혼자 피 냄새가 가시지 않는 시트에 누워서
헤롱헤롱 한 정신으로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한다.
한 번씩 눈을 떠 보면 저 소파에 남편이 말린 빨래처럼 구겨져서 자고 있다.
따뜻한 것이 뺨을 타고 흐른다. 아이를 안고나서도 안 나오던 눈물이
새벽에 수술실에 누워서 주르륵 흐른다.
그제야 힘들었던 나에 대한 연민이었을까.
아이가 주인인 하루 속에서 나를 위해 구겨서 자고 있는 사람을 보니 울컥했을까.
어떤 감정이었는지 모르는 것들이 나에게 밀려왔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뭔지 모를 감정들을 자꾸 맞닥뜨리게 만든다.
설명하기 힘든..
아이를 낳았는데 나는 엄마가 되는 것 같지 않다.
낯가림 심한 내가 내 아이에게도 낯가림을 하는 것인가
정말 막.. 사랑스럽지 않고.. 그냥 신비롭고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막.. 애정이 샘솟지 않는 나에 대해서 계속 의문이 생겼다.
왜? 엄마가 되는 것 같지 않지?
몸이 바스러질 것 같은 상황에서도 나는 출산과 동시에 짠 하고 우리 엄마 같은
능숙한 엄마, 포근하고 따뜻한 엄마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어제의 나와 똑같다.
어색하고 신기한데
따르릉... 울리는 전화에
'산모님, 수유하실 시간이에요.'
나는 또, 산모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