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잠잘 때 꼭 엄마가 재워주기를 원한다.
엄마를 너무 좋아해서라기보다, 아이들은 엄마와 하는 저녁 수다를 좋아한다.
삐삐 인형을 꼭 안고 오는 8살 남아와 벌써 엄마보다 옷 사이즈가 커지기 시작한 덩치 큰 11살 남아가
내 옆에 눕는다.
오늘 분명히, 우리 하루 내내 같이 있었는데 늘 첫 질문은 똑같다.
"엄마, 오늘 하루는 어땠어?"
"뭘, 어때. 우리 오늘 종일 같이 있었잖아."
"그게 아니라 엄마 오늘 기분이 어땠냐고.."
나는 열심히 하는 교사이긴 하지만, 좋은 엄마는 아니다.
학교에서 상냥하고 친절하게 하다가 집에서 아이들에게 대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나는 문득,
내가 이중인격인가.. 다중이인가.. 혹은 왜 학교에서만 가능할까.. 가식적이다. 등등의 생각을 하는 그런 평범 또는 그 이하의 엄마다.
그러니, 저런 감정을 묻는 질문의 도입을 내가 가르쳤을 리 없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늘 감정을 묻고 본인들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돌봄 교실에서 다툼이 있었는데 내 생각에는 이 친구가 이렇게 말한 것은 좀 잘못한 것 같아.
그때 여자 친구 편을 들어줬는데 다른 친구들이 그 여자 애 좋아하는 거냐고 물어봐서 좀 그랬어.
품띠 이야기를 하는 게 난 어색한데 오늘 친구가 '어, 품띠네?'라고 해서 좀 부끄러웠어.
처음 10분 20분은 잘 듣고 대꾸도 성실하게 해 준다. 그런데 도대체 이 수다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애들 자면 할 일들을 머릿속에 생각하며 대화에 참여하면 기막히게 안다.
'엄마 말에 진심이 안 느껴져.'
어? 미안...
도대체 아이들이 왜 이렇게 진심이 느껴지는 대화를 요구하는 것이냐.
아이들의 수다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듯하면 또 내 이야기를 묻는다.
나도 모르게 진지하게 8,11세에게 오늘 고민을 이야기했다.
엄마는 ~하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됐어. 그래서 좀 속상하기도 했고...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큰 아이가 위로해준다.
"미안, 내가 엄마의 기분을 알아차리지 못했네."
빵 터짐. 너의 멘트가 너무 웃기다.
나 11살 아이와 너무 진지하게 대화하고 있었다.
저녁 수다를 떨 때마다 아이들이 쑥 쑥 크고 있음을 느낀다.
고맙다. 소중하다. 지금 딱 이대로 멈추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수다는 1시간 이내로..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