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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직트레이너 Sep 23. 2024

취업준비 안하고 떠난 유럽배낭여행이지말입니다

썸이 가득했던 유럽 배낭여행기

나는 40대 아줌마다. 아이 둘이 있고 벌이는 시원치 않아도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그래서 일도 한다. 매일 매일이 정말 스펙타클하게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언제였나'를 떠올려봤다. 그랬더니 2000년대 초반 대학교 4학년 졸업을 앞두고 떠났던 유럽 배낭여행이 생각났다. 아직도 생각만 하면 손발이 오그라들고 부끄러웠던 추억이 많았던 그 시간들이 많이 그리웠다. 주변에선 취업 준비도 안하고 여행을 떠난다며 한심해 했지만, 난 지금까지도 어행을 갔던 것에 대해 조금의 후회가 없다. 오히려 만약 안 갔더라면 큰일 날 뻔 했다는 생각만 더 강하게 든다. 그래서 난 두 아이들에게도 배낭여행을 강하게 권장할 것이다. 내 인생의 화양연화는 내가 만드는 것임을 경험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대학교 4학년, 학과는 영어영문학과, 지금도 그렇지만 십 몇년 전에도 좋은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 만큼 힘든 시절이었다. 복수전공으로 경영학이나 경제학을 추가했다면 취업하기가 좀 더 쉬웠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지나간 일을 후회해봤자 머리만 아픈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당시의 난 참 단순했다. 어차피 좋은 회사에 취업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고, 4학년 내내 스펙을 쌓는다고 해서 그 기업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열심히 노력은 하되, 남아있는 대학교 생활을 후회없이 즐겨보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대학생활의 마지막 여름방학에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가야겠다고 혼자 마음먹었다. 


그때가 대학교 4학년 2~3월달쯤 이었다.


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으니 함께 갈 친구를 만들어야했다. 혼자서 배낭여행을 갈수도 있었으나, 난 혼자서 여행하면 기분이 다운되고 더 많이 외로워하는 타입임을 진즉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다들 취업준비를 해야해서 못간다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나를 약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재밌게 잘 다녀오라고 마지못해 덧붙였다. 


난 뭐 기분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미리 예상했던 반응이었기 때문에 별로 상처도 받지 않고 다음 스텝을 모색했다. '내 친구들이 안 된다면,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야겠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난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무조건 저지르고 보는 타입인데, 에너지가 팔팔끓던 20대엔 직진밖엔 없었다. 


당시엔 '동행자'라는 여행 메이트를 찾는 것이 유행이던 시절이었다. 나도 유럽여행 정보를 얻으려고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알게된 정보였는데, 유럽여행 관련 인터넷 카페에 여행지와 출발 날짜, 나이, 성별, 그밖에 정보 등을 적고 함께 여행 갈 사람을 찾는 것이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내가 떠났을 때만해도 그렇게 모여서 놀러온 경우가 꽤 있었다. 나는 '다음' 사이트의 유럽여행 카페에다 동행자 모집 공고를 올렸었다. 그리고 나 포함 네 명이 최종적으로 유럽여행에 함께 가기로 결정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용기였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당시에 동행자가 유행이었다고 해도 낯선 사람들과 함께여행한다는 것이 불안하고 걱정되는 일일수 있었을텐데, 그때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한다는 것에 설레고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나 그리고 동갑내기 여자친구 한 명, 한 살 어린 남동생, 한 살 많은 오빠와 함께 우리는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가지 고백하자면 우리는 나름대로 신분확인을 확실히 한다며 서로의 학생증도 공개했고, 여행을 떠나기 전에 몇 번 만나 서로를 스캔했다. 물론 유치한 검증이었지만, 우리는 진지했고 서로 믿음이 간다는 판단 하에 여행을 함께 하기로 했다. 이상하고 변태같은 사람이 걸릴 수도 있었을텐데 모두들 순하고 착한 사람들이어서 여행이 더 매끄러웠고 즐거울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감사한 일이다!


이들과 함께 한 유럽배낭여행은 정말 최고였다. 약간의 로맨스, 짝사랑, 썸 등이 뒤섞여 생각만해도 웃음이 절로 나는 그런 상황들이 어행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프라하 카를교 아래에서 오렌지를 까먹으며 썸을 느끼고, 스위스에서 다리를 다쳐 병원에 실려가고, 영국에서 자정이 넘도록 거리를 돌아다녔던 추억은 그 어떤 무엇보다 내 기억 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함께 간 남동생과 오빠 두명 가운데 누구와 썸이 있었는지 궁금하다고요?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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