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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베디히 Jun 02. 2022

#7. 아기집, 심장소리, 아기와 난황

그리고 다시 독일로

'#6. 이틀 뒤 임신 피검사수치 139 / 2배 이상 오르다' 글을 3월 초에 올린 후 3개월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지금의 나는 33주차를 지나고 있는 만삭의 임산부이다. 감사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을 할 수 없는 그런 경험을 매일 하고 있다.




2배 이상 올랐지만 안심할 수 없는 수치라고 느껴졌던 2차 피검사를 거쳐 일주일 후 아기집을 처음 보았고, 그 다음 일주일 후에는 0.4cm의 아기를 처음으로 보고 심장소리를 듣고 감격했으며, 또 일주일 후에는 0.79cm로 자란 아기와 난황을 초음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아기집을 초음파로 보고나서 담당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에게 축하인사를 듣고 임신확인서도 발급받았지만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임신초기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일들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마음이 놓이지가 않았다.


그래도 처음 아기집을 확인하고 병원을 나와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전하면서 함께 펑펑 울었던 기억은 어제같이 생생하다. 그냥 눈물이 줄줄 흐르고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 다음 진료는 2주 후였는데 매주 가다가 2주를 어떻게 기다리나 하는 마음이 들었었다. 그렇게 아기와 난황을 확인하고 일주일이 안 되었을 때 배가 계속 콕콕하고 아파서 걱정이 되는 마음에 일반 산부인과에 가서 초음파를 보니 1.43cm이고 잘 크고 있으며 아기가 크느라 느끼게 되는 통증이므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듣고 안심을 했었다.


2  진료에서는 2.34cm  크고 있다고 하셨고  2 후가 한국에서의 마지막 진료일이었다. 4.25cm 아기는 처음으로 초음파에서 , 다리 몸통을 신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어  기쁨을 주었다. 머리와 몸통이 거의 같은 크기로 보이고 손과 발은 동그랗게만 보이는데 움직이는 모습은 너무나도 확실해서 무척 신기했었다.




아기 심장소리를 처음 들은 날 담당선생님께 독일로 언제쯤 가면 괜찮을지 여쭈었었다. 선생님은 임신 9주를 넘기면 첫 고비를 넘는 거라서 10~11주 정도에 독일로 가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하셨고, 그렇게 사전에 계획한 출국일은 12주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안정을 취하며 오기 위해 과감히 비즈니스석을 샀고 독일에 잘 올 수 있었다.


아기집을 처음 확인하고 입덧이 조금씩 시작되어 한국에 있는 동안 피크를 경험하고 독일에 올 때쯤에는 그래도 많이 나아졌었는데 한 동안은 울렁거림과 소화불량, 속쓰림에 힘들었다. 엄마는 나를 가졌을 때 입덧이 거의 없었다고 하시며 힘들어하는 나를 보고 안타까워하셨다. 어느 책에서 본 표현처럼 술을 엄청 마시고 다음날 숙취로 정신이 없는데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 앉아있는 느낌이 매일 계속되는 것이 나의 입덧 증상이었다.


입맛이 하나도 없고 속은 울렁거리는데 그래도 무언가를 조금이라도 먹어야 나아지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음식을 넘겨야 했다. 그래도 구토를 하거나 종일 누워만있어야 하거나 하는 상황은 아니었기에 최대한 밝게 지내려고 노력했다. 위로?를 받기 위해 이러한 증상을 독일에 있는 남편에게 열심히 설명해보았지만 옆에서 본 것이 아니라 실감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좋게 생각하면 입덧이 좀 나아져서 독일로 돌아갔기 때문에 조금 더 멀쩡한 상태로 마주할 수 있었다는 것이 작은 위안이다.




마지막 진료일에 담당선생님과 간호사선생님께 정성껏 쓴 손글씨로 마음을 담은 카드를 전해드렸는데 무척 좋아하셨다. 그날 가기 전에 간호사선생님을 통해 담당선생님의 손글씨 카드를 나도 전해받았는데 참 따뜻한 기분이었다. 짧은 몇 문장이었지만 진료가 바쁘실텐데도 마음을 써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컸다.


"졸업을 축하합니다." 라는 문장이  카드에 적혀 있었다. 난임센터에서는 일반 산부인과로 가는 것을 졸업이라 한다고 들었다. 이렇게 졸업을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이제 독일에서 새로운 시작이다.

 




제 매거진 '독일에서의 시험관 시술이야기'와 '한국에서의 시험관 시술이야기'에 관심가져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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