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과 각종 검사
결혼 후 1년간 아이를 가지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다. 처음에는 순진하게(?) 검색으로 찾아본 배란주기에 맞춰 보기도 하고, 배란테스트기로 스마일표시나 두 줄이 진하게 나온 날을 기점으로 삼아보기도 했다. 시계처럼 매일 잠 잘 때 차고 자면 기초체온을 체크해주는 기기를 사서 오랫동안 써보기도 했는데,앱과 연동되어 가능성이 높은 날 3일, 아주 높은 날 3일을 표시해주곤 했다.
남편이나 나나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이어서 이 과정을 잘 넘겼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들었고 나는 신경을 덜 쓰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매번 시작되는 생리는 평소의 생리와는 또 다른 감정들을 내게 가져다주었다. 아쉬움, 실망감, 조바심 등등...
'왜 안될까? 무엇 때문일까?'
그렇게 찾아가게 된 난임클리닉. 독일에서는 Kinderwunsch라고 부른다. 아이들을 바라는 사람들을 위한 센터. 사전에 검색을 했고 여자분으로, 평이 좋은, 위치 등을 확인하고 예약을 했다.
남편과 함께 마스크를 쓰고 역시 마스크를 쓴 선생님을 만나 그 동안의 이야기를 나누었고 여러가지 검사를 한 후 다시 만나기로 했다.
나중에 제대로 알게 된 사실인데, 보통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난임클리닉은 한국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난임센터와는 매우 다르다. 이 곳에서 담당하는 것은 전문적인 상담과 과배란주사 처방, 기본적인 초음파, 피검사를 위한 채혈을 하여 랩에 보내기 등이다. 난자채취, 수정, 배아이식 등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센터에서 진행되며 시술 전에 필수로 이 곳에 방문하여 담당의사를 만나 설명을 듣고 수 많은 서류에 서명을 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일정 기준이 충족되면 나라에서 시험관시술을 몇 차례에 걸쳐 지원해준다. 독일에서도 가입한 보험사에 따라 시험관 시술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나이제한이 있고 우리 부부는 이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여 기분 좀 나쁘고 말았다. (해당 나이가 불합리하게 여겨졌다.)
어차피 독일에서 하기로 결정한 이상 비용은 어마어마하다고 들었지만 과감하게 해보기로 했다. 한국에 가서 하는 비용과 비교해보았을 때 비행기, 숙박 등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고 독일에 사니 독일에서 해보자하는 생각이 더 컸다. 그런데 나중에는 이 생각이 바뀌게 된다. 그 이야기는 차차...
시간이 흘러 다음 상담일이 잡혔고 다행히도 우리 부부는 수치상으로는 모두 좋다는 결과를 듣게 되었다. 단지 확률이 비껴간 것일뿐이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다소 안도하면서도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었다. 앞으로의 과정이 잘 진행되기만을 바라면서 생리주기에 맞춰 첫 시술을 시작하기로 했다.
과배란주사 비용은 나중에 비교해보니 한국보다 독일에서 할 때 2배 이상 비쌌다. (한국이 훨씬 더 수요가 많아서일까?)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프랑스에 위치한 업체를 알려주셔서 이전에 받은 과배란주사 처방전을 그 곳에 이메일로 보내서 빠른 배송으로 주사제를 모두 받아놓았다. (그런데 프랑스는 왜 독일보다 비용이 저렴할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어 그저 감사한 마음...)
생리 첫 날, 클리닉에 전화를 하여 다음 날 방문을 예약하고, 다음 날에는 초음파 체크를 한 후 과배란 주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는 길에 걸려온 클리닉의 전화.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구나. 독일어로 대화해서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뭔가 잘못된 것 같았다. 화를 꾹 누르고 전화를 끊은 남편이 나에게 건넨 얘기는 이러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