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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nne May 14. 2024

쉬야가 찔끔찔끔 고양이 스트레스성 방광염 극복기

스트레스 해소는 고양이도 사람도 중요합니다.

고양이 돌봄에 관한 정보를 한참 수집하고 있을 때였다.

‘고양이는 아파도 티를 안내요. 집사가 평상시에 잘 지켜봐야 해요. 조금이라도 다른 행동을 보이면 더 유심히 지켜보세요.’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 집 냐옹이들은 두 녀석 모두 병원에 예방접종 맞으러 가서 검진을 받을 때마다 닥터의 엄지 척을 받아왔다. 밥도 잘 먹고 쑥쑥 잘 크고 있는 고양이들을 보면 마음이 뿌듯해지기도 대견하기도 하다. 물론 언제나 건강하기만 할 순 없을 테고 어딘가 아플 때도 있겠지만 내 아이들의 건강을 기도하는 것처럼 냥냥이들의 건강도 함께 두 손 모아 기도하며 살고 있다.


지난 금요일 1호와 2호의 모든 스케줄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왔을 때 치즈(노란 고양이)가 고양이 화장실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어이구 잘했어.’라고 이야기해 주고 나는 아이들이 모두 잘 놀고 있는 모습을 확인한 후에 씻으러 화장실로 향했다.


샤워를 마친 후 저녁 준비를 하러 부엌으로 왔을 때 아이들이 잘 놀고 있는지 한 번 더 확인했다. 그때 또 치즈가 화장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15분 전에 들어갔으니 지금은 응가가 마려운 건가? 싶어 대수롭지 않게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저녁 재료를 준비하려 주방과 거실을 오가고 있는데 화장실에 다녀온 지 10분도 안돼서 치즈가 또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오잉? 또라고? 배탈이 났나? 싶었다.


한 번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니 계속 시선이 갔다. 고등어(태비)는 괜찮아 보이는데 치즈가 거의 10분마다 화장실을 들락 거리기 시작했다.


설사를 하나 싶어 모래를 뒤적거리면 아주 조그만 덩어리의 쉬야만 있었다.

잉? 쉬야 덩어리가 이렇게 작았나? 우리 집 고양이들은 두부모래를 쓰기 때문에 쉬야가 닿는 즉시 뭉쳐서 굳어버린다. 이제 덩치가 제법 커진 6개월 냐옹이 들이라서 쉬야 덩어리의 크기는 절대 작지가 않다. 많이 싸면 성인 주먹크기지만 평상시에는 3살 아이의 주먹 크기 정도랄까?


그런데 오늘 치즈의 쉬야 양이 내 새끼손가락 만했다. 왜 이렇게 작지? 싶었는데 들어갈 때마다 모래를 뒤적여 사이즈를 체크해 보니 2시간쯤 지났을 무렵에는 내 엄지손톱 만한 덩어리만 보였다.

뭔가 이상했다. 건강하던 녀석들에게 적신호가 온 것이 틀림없다는 강한 느낌이 왔다.


내일 아침까지도 이상하면 바로 병원을 알아봐야 하나 머릿속이 복잡했다. 밤새 더 많이 안 좋아지면 어떡하지? 아무리 동물 병원이라지만 예약을 하지 않으면 가서 마냥 기다려야 하거나 그마저도 보지 못할 수도 있는데… 마음이 탔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 아플 때와 똑같았다. 내가 가진 지식이 별로 없기에 나는 먼저 구글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정보를 모두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분명 쉬야가 찔끔 거리는 다른 고양이도 있었을 테니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집사들의 대처법을 알아봐야 했다.


‘고양이 쉬야 찔끔찔끔’ ‘고양이 화장실 들락날락’ ‘고양이 방광염’


여러 글을 섭렵해 본 결과 바이러스 성이 아닌 방광염은 고양이의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다는 글이 가장 많았다. 집사들의 문의 글에 친절한 수의사님들의 댓글에서도 눈에 띄는 단어는 ‘스트레스’였다.

고양이의 스트레스 대처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높이 올라가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라는 것이었다. 우리 집에는 물론 캣타워가 있지만 책꽂이 위에는 깨질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아이들 스트레스의 원인이 뭐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식탐이었다.


다른 고양이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집 냥이들도 중성화 수술을 한 후 사료를 줄 때마다 마치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게걸스럽게 먹어댔다. 급성장함과 동시에 찾아온 것은 슬슬 쳐지기 시작하는 뱃살이었다. 뭐, 물론 주인들의 뱃살 문제가 더 시급했지만 고양이들은 중성화 수술 이후에 적정량의 사료 급식이 중요하다고 해서 조절하려고 노력했지만 허겁지겁 먹어대는 통에 잘 소화하지 못하고 게워내기 일쑤였다. 그래서 조금씩 자주 주고 있었는데 매번 조금씩 주니 배고프고 감질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만 같았다. 사람인 나도 다이어트할 때는 예민함이 끝도 없이 치솟으니 본능에 충실한 동물들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 같았다.


고민 끝에 내가 선택한 방법은 조삼모사였다. 적절하게 줘야 하는 양을 정해놓고 여기저기 숨겨놓기 시작했다. 마치 보물 찾기처럼 녀석들은 코탐지기로 숨겨놓은 곳을 기가 막히게 찾아낼 것이고 오도독오도독 즐기며 먹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보물 찾은 치즈

같은 양이지만 보물 찾기를 하면서 먹으니 한꺼번에 많이 먹지 못해서 토하지도 않고, 한 번에 허겁지겁 먹었던 사료를 여러 번에 걸쳐 먹으니 즐거움은 배가 되었다. 치즈의 방광염이 바이러스가 아니라 스트레스였다는 것은 이 보물 찾기로 인해 밝혀졌다.


토요일 아침까지만 해도 들락날락거리던 녀석이 12시가 넘어가자 화장실을 가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컨디션도, 쉬야의 색깔과 양도 추적해서 확인 중이었는데 횟수가 줄어드니 한 번에 해결하는 쉬야의 양도 조금씩 돌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일요일 저녁 즈음에는 거의 정상의 양을 되찾았고, 전보다 더 활발히 뛰어놀았다.


이 글을 적고 있는 오늘 화요일 저녁에는 치즈와 고등어의 ‘먹고 자고 싸고’ 컨디션이 이보다 더할 수 없을 정도로 활발하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것.

늘 내 몸과 마음을 유심히 애정을 가지고 살펴야 한다는 것.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가 되고 나니 사람만큼 동물도 달리 보였다.


생명은 모두 똑같다는 것이 새삼 더 피부로 느껴지는 우리 집의 작지만 큰 사건이었다.

고양이도 사람도 스트레스 없는, 있다면 현명하게 잘 대처할 수 있는 우리들의 세상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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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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