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이 낯설다

결혼 16년 차 동안 거의 처음

by YJ Anne

내 남편이 독서를 좋아하지 않게 된 데는 책을 사랑하시는 시아버지가 한몫 단단히 하셨다.

그는 타고난 과학덕후인데 반해 그의 아버지는 타고난 인문덕후다.

아버지가 토지를 읽으실 때 그는 내셔널 지오그라피에 빠져있다.

아버지의 지식은 책으로 흡수하셨지만 남편은 관심 있는 주제의 텍스트를 어디서든 찾아본다. 백과사전을 마치 잡지책 보듯 즐기던 남편이었다고 했다.


나는 하품만 나오는 그런 온갖 지식이 들어있는 벽돌책을 재미나서 책이 닳도록 들춰보던 사람이라니. 아마도 남편은 자기가 원하는 책을 보도록 그냥 내버려두었으면 타고난 독서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가 책을 가까이했으면 하는 열정으로 그에게 독서를 강요했고, 꼭 독후감을 작성하게 하셨다.


차라리 책이라도 선택하게 했으면 좋은 방법이 되었을 수도 있을 테지만 그는 책도 고르지 못했다. 결국 그는 쓰기 싫은 독후감 때문에 똑똑한 머리를 굴려야 했다. 머리말 또는 서론을 베껴 쓰기 시작한 것이다. 대충 읽고 서론을 잘 씹어서 펼쳐 놓으면 아버지가 모르시리라 생각했겠지. 물론 대부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언젠간 잡히는 법.


남편 말로는 너무 쓰기 싫어서 서론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고 했다. 인문학도 아버지가 그걸 모르실리는 없었으니, 그날로 그는 아주 호되게 혼이 났다고 했다.


내가 만났을 때의 그는 일 년에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었다. 결혼하고 내가 사준 책이 여러 권 있는데 그중에 다 읽은 책은 10%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랬던 그가 요즘 낯설다. 내 남편이 낯설다.

아주..... 낯설게 책을 읽고 있다. 그것도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펼쳐든다.

그 이유는 바로!!!!!! 지금 영화를 개봉해서 전 세계를 진동시키는 [프로젝트 헤일메리] 때문이다. 그는 지금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읽고 있다. 아주 푹~ 빠져있다.


마션을 함께 즐겨봤던 우리는 개봉한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보러 가지 못해 아쉬움을 토했었다. 나는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밀리의 서재에서 성황리에 만들어 발표한 [프로젝트 헤일메리] 오디오 북을 모두 다 들었다. 그리고 남편에게 오디오 북이라도 듣게 하고 싶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도무지 나 혼자 알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과학덕후인 그를 이 책 속으로 안내해서 함께 읽고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나는 당연히 그가 책을 읽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오디오 북을 권했다가 집중해서 들을 수 없다는 판단에 책을 권했더니 그가 한 번 읽어보겠다고 미끼를 덥석 문 것이 아닌가.

급하게 한국에서 주문해서 그에게 갖다 바쳤다.


'제발 좀 읽어 주시길...'


그가 내 바램을 들었다. 한 번 읽기 시작하더니 재미있다며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틈이 날 때마다 앉아서 읽고 있다. 심지어 2호가 하도 놀아달라고 하는 통에 읽을 수가 없다고 내게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사람!! 진짜 내 남편 맞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나는 그와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았기에 맘이 설렌다.

책을 읽는 그가 아름답다. 섹쉬하다. 사랑스럽다.

물론 책을 읽지 않는 그도 너무너무 사랑한다. 하지만 어떤 즐거움을 함께 공유한다는 사실은 없던 권태기도 쫓아버린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제 살길을 찾아 독립하고 나면 결국 우리에게는 서로만이 남을 텐데~ 그때는 더 많이 애틋한 눈길로 서로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그런 바램으로 우리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쌓아가고 싶다.

22.03.2026 Su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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