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초록 Aug 28. 2023

#prologue. 42일간 유럽에서 다이어리 쓴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저예요


유럽에서 계획한 일은 단 한 가지였다. 초록색 다이어리를 사는 것이었다.   



1. Europe

유럽 비행기표는 충동적으로 예매했다. 당시 IT회사 인턴으로 근무 중이었는데, 언니오빠들과의 술자리에서 퇴사하고 나서 무엇을 할 거냐는 질문을 받았다.


말의 절반이 농담인 사람답게 ‘한 달 동안 유럽이나 갈까~?’라고 말했다. (갈 생각은 전혀 없었음)


그때만큼 진지한 표정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너 지금 가야 돼… 취직하면 절대 못 간다.’


나는 가끔 황당하게 빠른 결정을 내릴 때가 있다.

이것이 2월에 막무가내로 독일행 비행기표를 산 이유다.   




2. Green

초록이 우리 눈이 가장 밝게 느끼는 색이라는 걸 아는가?


빛의 3원색(red, green, blue) 중 하나로, 어떠한 혼합으로도 만들어낼 수 없는 독립적인 색이다. 스위스의 예술가 요하네스 이텐은 초록색을 육각형에 비유했는데, 독일의 학자 베버와 페흐너가 말했듯이 육각형은 원만함을 뜻한다.


원만한 초록색이 내포하는 자연과 평화와 생동의 의미를 사랑한다. 삶을 다채롭게 꾸며나가면서도 몸과 마음, life routine이 건강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명도 차초록으로 지었다.


당연히 내 최애색이다.   




3. Diary

항상 책을 쓰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작가가 되고픈 것까진 아니었지만, 내 손에 잡히는 유형의 결과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기록의 힘을 알기 때문에, 5주 동안 유럽에서 컨셉을 잡은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문제는 주제였다. 흥미로운 글을 쓰려면 관통 주제가 있어야 하는 법. 무엇을 중심으로 잡아야 할까?


인상 깊은 공간. 사람. 혹은 초록 색깔. 몇몇 후보는 있었지만 이거다 싶은 주제는 없었다. 일단 다이어리를 사면 어떻게든 되겠지, 미루는 마음으로 여행길에 올랐다.







주제를 정하지 못했던 이유는 유럽에 도착하자마자 깨달았다. 직접 보기 전에는 무엇을 써야 할지 당연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보지 않은 걸 예상하는 대신, 충분히 본 것을 다이어리에 훔쳐오기로 했다. (유지혜 작가님의 우정도둑처럼)


소셜 미디어도 줄였다. 여행지에선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게 행동하되 미디어에 그때그때 표출하는 대신 펜을 꺼내 일기를 쓰겠다는 목표로.    






그렇게 42일 동안 140페이지의 기록을 채웠다.

 

그동안 나는 5개국 11개 도시를 경험했고, 매번 다른 이들과 즐겼던 하루를 초록색 다이어리에 무겁게 옮겨왔다. 쓸 거리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유럽은 매 시간 다른 색깔을 띠었다. 오색찬란하게 행복했다.



서론이 길었는데,

미래 대신 현재를 만끽했던 여름 에피소드가 가득한 다이어리 내용을 브런치에서 공유하고자 해요.


시간 순서보다는 꼭지 중심으로 풀어갈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스포: 스펀지 먹은 썰 있음. 기차 밑에 기어들어간 썰 있음.

#꽤괜 #나름웃겨요 #5주유럽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