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무기력하고 축 처진 날에
아무것도 되질 않고
도움이 되는 것도 없는
먹구름 투성이인 날에
작은 빗방울이 떨어져 준다면
작은 눈송이 하나 내려온다면
작은 바람 한 점 불어온다면
내 먹구름도 흩어져 쾌청 해질 텐데
그 작은 도움 하나가 이뤄지기가 너무 어려워서
그래서 나는 점점 더 커지고
무거워지고
거대해져서
우르르 쾅쾅 소리치고
거센 바람을 몰고 와 내 곁에 아무도 남지 않게 되고
그렇게 한바탕 응어리를 쏟으면
나는 다시
홀로 흘러내려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없었던 것처럼
조용해지고
고요해지고
희미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