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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 Opener Aug 28. 2020

냉소적 결과론이 담긴 말 '타이밍'

마음을 담은 기다림이 쌓이면 언젠가 너의 타이밍이 혹시 나일 수 있을까?

하필 그 '타이밍(?)'에 왜 그런거야!


나는 사람들이 굉장히 결과론적인 해석을 담아 내뱉는 말이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서 그 말을 사용하는 것과 듣는 것 모두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국시리즈 7차전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 선수 교체를 고민하는 감독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또 그 고민이 경기 후반 스코어는 1:0 단번에 승패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 한계 투구수를 진작 넘어섰지만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키는 팀의 에이스에 대한 것이라고 가정해보자. (물론 매우 억지스럽고 진부한 가정이다 -_-)


투수코치는 세이버메트릭스 등 과학적인 분석을 기반으로 교체를 강력히 제안하고 있다. 반면, 감독의 눈에는 강렬한 의지를 불태우며 팀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에이스가 보인다. 감독은 이 분투가 역사적인 드라마로 남았으면 하는 기대와 그것이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 자신의 직관에 따라 코치의 제안을 수차례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 <퍼펙트게임>  -  케네디 대통령은 동의 안 했겠지만, 난 아직도 에이스들 간의 피 말리는 한점 승부가 더 재미있다!

이 경우, 교체를 하지 않아 팀이 패배했다면, 감독은 교체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고심 끝에 결정한 교체로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가지게 되었다면, 냉철한 판단으로 에이스에 대한 교체 '타이밍'을 잡은 감독을 칭송하는 기사가 쏟아질 것이다.


이처럼 결과에 따라 같은 '타이밍'의 해석이 달라지는 것이라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노감독의 결정에는 수십 년간 현장에서 흘렸던 땀,  정확한 판단을 돕기 위해 수없이 밤을 지새운 분석팀의 노력, 경기 이상을 함께 해온 선수들과 팬들의 열정과 바람의 무게가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 모든 것이 하필 그 '타이밍'이 되어버려 묻혀버리는 것은 괴롭기까지 하다.

넌 낄끼 빠빠도 몰라? 왜 이렇게 걸리적거려!


나서고 물러날 타이밍을 모르는 눈치 없는 사람에게 핀잔을 주는 목적으로 생겨난 '낄끼 빠빠'라는 신조어가 있다. 썩 듣기 좋은 말이 아니지만, 상황 판단 능력이나 떨어지는 사회성으로 기인한 언행  등 이 말을 듣게 되는 사람이 먼저 이유를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 말에는 상대방의 미숙함을 못 견뎌하는 소인배들의 성급한 결과론적인 판단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열의 하나 아니면 백의 하나는 혹시, 순간의 비난이나 오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진지한 이유와 고민으로 가지고 그러한 말이나 행동을 했을지 모른다. 그들에게는 그러한 진심이 보일 리 없다.  난 미숙한 사람보다 진심을 보고 듣지 못하는 사람이 더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제발, 그런 사람이 내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 그래픽 디자이너 <장종민>  https://notefolio.net/jongjong/


사랑도 타이밍이라니… 눈치 없는 사람은 어쩌라고


요새는 무려 '사랑'까지도 '타이밍'이라고 한다. (아쉽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중 하나인 폴킴, 장범준도 제목이 <사랑 타이밍>이란 곡을 부른다.) 너와 나의 마음이 엇갈리는 일이 내가 타이밍을 몰라서라고 한다면 이것도 참 절망스러운 일이다. 나 같이 이런 일에 눈치 없거나 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감정을 계산하는 일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앞으로 사랑할 기회조차 없을지 모르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타이밍'이라는 말을 격렬히 긍정할 수 있는 케이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계산된 '타이밍'이 아니라 만들어진 '타이밍'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우리 인생에는 노력과 기다림으로 쌓아온 삶에 대한 보답으로 선물처럼 다가오는 '타이밍'이 반드시 있다고 나는 믿는다.


엇갈리는 마음이 걱정된다면 내가 변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너를 만나지 못하고 내 마음이 사라지면, 결국 내 탓이다. 지나간 너의 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더라도 마찬가지다.


이제라도 진심을 보고 들을 눈과 귀를 열고, 마음을 담아 기다림을 쌓아가 보자. 언젠가 너의 타이밍이 내가 될지 모르는 일이다. 아직 기회는 있다!


커버사진 출처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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