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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킴 Feb 13. 2021

추억 일기 : 중학생 이야기 25

결투 決鬪


중1 시절에 가까운 친구가 다른 급우와 실랑이가 벌어졌는데 문제는 방과 후 결투를 하겠다며 증인으로 몇 명을 불렀고 그 가운데 내가 끼게 되었다.

고교와 대학 시절에도 비슷한 결투 상황이 있었는데 훗날 그 시절 추억 일기에서 펼쳐볼 작정이다.

결투 장소는 학교 근처 천변으로 정해졌으며 당시 주말의 명화 같은 서부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지 당사자인 두 사람이 정한 결투의 룰은 다음과 같이 기억된다.


첫째, 주먹과 발만 사용하며 돌이나 다른 무기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사용하면 안 된다.

둘째, 결투 도중 상대가 쓰러지면 상대가 스스로 일어나기 전까지 기다린다.

셋째, 어떤 결과를 막론하고 선생님이나 다른 친구들에게 알리지 않는다.

넷째, 증인들은 결투를 입회하지만 결투에 간섭하지 않는다.


보통 싸움을 하게 되면 현장에서 즉석 해서 이루어지지 이 날처럼 결투의 방식과 시간 및 장소가 당사자들 사이에서 결정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라서 기심과 걱정을 반반 준비해서 방과 후 결투 장소로 향했다.

별다른 말없이 결투 장소에 도착하자 싸울 녀석 2명과 심판, 결투 입회자가 2-3명 더 있었던 것 같다.

심판을 맡은 녀석은 다시 한번 결투 룰을 강조하였고 두 사람이 동의하자 결투가 시작되었다.

한쪽은 키만 멀대처럼 큰 순둥이 스타일이었고 다른 한쪽은 체형이 작지만 깡다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파이터로서 기질은 후자 쪽 녀석이었다.

굳이 체급을 정하자면 웰터급과 밴텀급 수준 정도 되었을 것이다.


싸움닭 기질이 웰터급 멀대는 약했고 밴텀급 악바리는 강했는데 결투가 시작되자 처음 몇 초간 탐색전을 벌이더니 멀대가 긴 리치와 발차기로 압도하다가 고르지 못한 땅바닥에서 넘어지면서 사단이 발생했다.

사전에 정한 룰에 의하면 상대가 넘어지면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룰을 어기고 악바리가 넘어진 녀석의 상체와 얼굴을 순식간에 가격하면서 완전히 결투는 끝이 나버렸다.

입회했던 우리들은 룰을 어긴 녀석에게 <룰 위반>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결투를 수습하였으나 이미 밟힌 녀석은 억울함을 호소해 본 들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악바리는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고 순둥이 멀대는 얻어맞은 얼굴을 매만지며 사과를 받아들였지만 결투의 마무리 모양새는 영 아니었는데 막상 결투 룰을 어긴 녀석에 대한 징벌을 정하지 않았고 심판과 입회자인 나도 싸움 구경이 먼저였지 룰 위반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다.

정작 문제는 다음날 퉁퉁 부은 얼굴로 등교한 멀대의 등장으로 담임 선생님의 추궁이 시작되면서 입회자로 참가한 나까지 선생님의 예리한 레이다에 감지되고 있었고 멀대는 선생님께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둘러댔지만 누가 봐도 얻어맞은 상황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으니 그 누가 이해하고 넘어갔겠는가 말이다.

급기야 선생님이 멀대와 친한 몇 명을 추궁하면서 진실이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했다.


“어제 싸움 장소에 간 사람들 다 나와? 친구가 싸우면 말려야지 싸움 구경을 하러 가?”

“(쭈뼛쭈뼛) 그게 아니라 서로 합의한 결투여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잘한다. 그러고도 잘했다는 거야? 제 얼굴을 봐라. 저게 얻어맞은 흔적이지. 설령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해도 저 정도가 말이 되느냐고?”


선생님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다른 급우들은 어처구니가 없는 결투 상황의 마무리가 어떻게 되려는지 재미난 눈길로 지켜보고 있었다.

결국 불쌍한 멀대만 거의 한 달 동안 퉁퉁 부은 결투의 흔적을 지닌 채 학교를 다녀야 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결투와 전쟁은 룰이 없으며 이기는 자의 논리로 마무리가 된다는 것을 배웠다.

당시 멀대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도 가끔 결투를 하는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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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결투


증오와 불화 때문에 또는 영광과 명예회복 등을 위하여 상호 간의 동의로 미리 정한 규칙에 따라서 가지는 투쟁.

검색으로 찾아보니 1세기경의 게르만 민족에는 개인 간의 분쟁을 격투로 해결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것이 후세의 결투의 원형으로 보인다. 그 후 결투는 신의 심판이라고 생각하였으며 신은 옳은 자 편에 선다고 여겼다.

이러한 재판적인 결투는 유럽 각지에 퍼졌고 10∼11세기의 프랑스에서 특히 성행하였는데 죄가 없는 사람이 지는 폐단도 생겼기 때문에 15세기에는 금지되었다. 대신 근대적인 명예를 위한 결투가 프랑스에서 시작되었으며 상류사회에서 성행하였다.

결투의 도전은 한쪽 장갑을 상대방에게 던지고 그것을 상대방이 주우면 승낙하는 것이 되었고 서로 입회인은 2명씩이었다.

결국 입회인들은 결투 당사자의 지인이거나 친구였을 터인데 좋은 의미로 입회하러 왔다가 친구의 죽음을 지켜보는 입장은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안된다.


OK 목장의 결투 Gunfight At The O.K. Corral 1957

감독/존 스터지스, 주연/버트 랭커스터, 커크 더글러스

전직 치과의사였던 닥 할리데이(커크 더글라스)는 서부에서 가장 빠른 총잡이면서 떠돌이 도박사로 변한다. 형의 복수를 하겠다고 대들던 악당 한 명이 닥한테 죽음을 당하자 닥은 살인죄로 갇히고, 분노한 주민들이 닥을 교수형 시키려고 하자 마침 이곳을 찾아왔던 전설적인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버트 랭커스터)의 도움으로 피신한다. 얼마 후 닥은 와이어트가 보안관으로 있는 닷지 시티에 나타나고 두 사람은 운명적으로 다시 만난다. 은행 강도범들이 닷지 시티로 오고 있다는 정보를 받은 와이어트가 조수들이 없어 난감해하자 닥이 자청해서 나서고 두 사람이 합세해서 강도범들을 처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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