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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킴 Jul 04. 2021

추억 일기 : 중학생 이야기 30

골마루 신사

내 기억이 맞는다면 그곳을 ‘골마루’로 불렀다. 사전을 검색하니 ‘허리춤’의 사투리로 나온다.

중학교 시절 겨울에는 어김없이 튼손으로 지냈는데 내복을 입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사랑채에서 행랑채로 넘어오거나 집에 있지만 추운 밖에서 볼 일이 있으면 두 손을 골마루에 넣고 다니곤 했다.

지금의 온기가 넘치는 실내 생활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그 겨울 속의 한 풍경화이다.

당시를 회상하면 무척 생뚱맞고 어려운 추억일 수도 있겠지만 그 시절을 같이 보냈던 연령층이라면 대충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마치 자신의 어설픈 고추를 매만지고 다니는 듯한 야릇한 상상을 하게 만들기도 했었겠다.


중학생 시절 정신적인 멘토였던 대학생 형이 내 몰골을 보게 되면 한심하다고 손을 빼라고 하지만 지금의 핫팩처럼 온기가 남아 있는 그곳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형이 뭐라고 훈계를 하면 형이 보이는 곳에서는 골마루에서 손을 뺐다가 형의 시야에서 벗어나면 다시 온자리를 찾아가곤 했다.

당시 형은 ROTC 제복을 입고 다니며 호리호리한 체격에 강단이 있었고 절제와 당당함이 있었다.

그러던 형님이 자연인으로 제주에 터를 잡고 도시 탈출을 실천한 지가 몇 달이 되어간다고 한다.

그야말로 자연인으로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고 하는데 제주는 언제나 우리들 가슴속에 미지의 세계처럼 꿈에 그리던 여행지가 아닌가.

내가 코로나 영향으로 시간이 넘치는 구석도 있고 아무래도 이 여름이 식기 전에 제주, 그곳에서 형님과 함께 오래된 추억을 안주 삼아서 정겨운 한 잔을 나누어야 할 것 같다.


3 삼 三

제주는 아름다운 섬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전설과 신화들이 한라산에도 백록담에도 지나가는 한 줄기 바람과 해녀들의 거친 숨소리에도 들어있기 마련이다.


삼다도, 삼무섬 등등

그러고 보면 한국인은 유달리 3을 좋아한다.

패가 둘로 갈리지 않고 균형을 잡아줄 수 있어서 3인듯 싶은데 말이다.


“삼삼하다”라는 단어가 생각나서 검색해 보니 “음식 맛이 조금 싱거운 듯하면서 맛이 있다”로 나온다.

그럼 내가 지금껏 “삼삼하다”라는 표현을 싱거운 쪽 보다는 미세한 짠맛이 느껴지는 정서로 사용지냈으니 잘못된 사용법 인듯 싶다.


“삼삼하다”의 다른 표현도 보인다. “잊히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듯 또렷하다”

“33하게 생겼다”라는 표현도 있지 않은가?

약간 성적인 표현이 섞인 속어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세 얼간이 3 diots 2009 인도 141분

감독 라쿠마르 히라니 / 주연 아미르 칸(란초), 마드히반(파르한), 셔먼 조쉬(라주)


줄거리)

천재들만 간다는 일류 명문대 ICE, 성적과 취업만을 강요하는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은 대단한 녀석 란초.
아버지가 정해준 꿈, `공학자`가 되기 위해 정작 본인이 좋아하는 일은 포기하고 공부만 하는 파파보이 파르한.
찢어지게 가난한 집, 병든 아버지와 식구들을 책임지기 위해 무조건 대기업에 취직해야만 하는 라주.
친구의 이름으로 뭉친 "세 얼간이"
삐딱한 천재들의 진정한 꿈을 찾기 위한 세상 뒤집기 한판이 시작된다.

감상평)

일본 영화에 대한 나의 좁은 편견과 선입견을 무참히 날려버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이 있었다면 인도에 대한 새로운 발견으로 보석처럼 다가온 인도 영화이다.

아마도 인도 유명인들 가운데 Khan이라는 성이 많아 보이고 한국으로 말하면 Kim 수준으로 이해가 되는데 그 옛날 칭기즈칸의 영향을 인도에 까지 준 것은 아닌지 나 혼자 생각이지만 말이다.

처음에 혼자서 킬링타임으로 보았다가 감명을 받아서 나와 와이프, 나와 첫째, 나와 둘째는 각기 시차를 두고 따로 또 같이 4번을 연달아 본 나와 가족들 인생의 인도 명화. 강추!!!

인도 영화는 도중에 주인공들이 단체로 나와서 과 노래로 보여주는 마치 막간 공연은 덤.

참고로 주인공인 아미르 칸이 나랑 동갑이더라.


명대사)

. 알 이즈 웰  All is well

. 너의 재능을 따라가면 성공은 뒤따라 올 것이다.

. 친구가 낙제를 하면 눈물을 흘리지만 친구가 1등을 하면 피눈물을 흘린다.

. 돈은 덜 벌겠죠. 집도 더 작고 차도 더 작겠죠. 하지만 저는 행복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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