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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킴 Jul 04. 2021

추억 일기 : 중학생 이야기 29


상남자의 며느리 맞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죽이 잘 맞아온 친구가 생산능력도 좋아서 3남매를 두었는데 첫째가 장가를 간다고 한다.

절친들이 모여서 축하를 해주어야 잔치도 빛이 나는 법이다.

하객이 많다고 잘 된 결혼식일까?

그럼 하객이 적은 스몰웨딩은 서운한 결혼식인가?

신랑/신부가 그리고 혼주들과 하객들이 축복해주고 행복하면 그게 좋은 결혼식이 아니겠는가.


친구의 부인은 오래전 본인들 결혼식 할 때 보고 중간에 통화는 어쩌다가 했지만 무척 오랜만에 만나는 기쁨이 있었다.

물론 세월이 비켜가지는 않는다. 비켜갈 수도 없다. 그렇다고 마냥 피할 수도 없고 기다릴 수도 없다. 그럼 결국은 나이 먹기를 즐겨야만 잘 익어가는 것이다.


이 친구는 결혼이 빨라서 아버지도 먼저 되더니 며느리 맞이도 제일 빠르다.

가수 강수지의 보랏빛 향기가 연상되는 고운 규수였다.

물론 신랑도 부모를 잘 만나서 훤칠하고 단정한 총각이었으며 초여름 해바라기 같은 밝은 미소가 무척 매력이 있었는데 이렇게 좋은 날에는 사람도 꽃처럼 보인다.

사실 사람은 저마다 한 송이의 꽃이다.

그럼 첫 며느리를 맞이하는 기분을 녀석한테 물어보았다.

기쁘면서도 덤덤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자신이 살아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울컥했다고 했다.

사실 이 친구의 울컥함을 나는 솔직하게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같이 나누어 온 40년보다 넘치는 추억들 속에 왜 이심전심이 없었겠는가?

말로 표현해야 다 말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었으니.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온 우정 속에도 애정이 포함된 묘한 감정선이 있기 마련인 것이다.


‘덤덤’하다는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보니 “특별한 감정의 동요 없이 그저 예사롭다”.

그럼 ‘예사롭다”는? “늘 가지는 태도와 다른 것이 없다”.

덤덤하게 며느리를 맞이한다는 이 친구 이야기를 듣고 나의 첫째와 둘째도 성인이 되었고 혼기가 다가오고 있음에 새삼스럽다.

첫째는 사회 초년병으로서 잘 지내고 있으며 둘째도 씩씩하게 졸업을 앞두고 있다.

아이들의 성장을 보면서 나도 인생의 후반전을 맞이하는 선수처럼 기분 좋게 긴장되기도 한다.


나의 아이들이 결혼한다면 나는 무슨 생각으로 맞이하고 보낼 것인가?

첫 번째 감정은 대견함이고 두 번째는 서운함으로 다가온다.

그럼 아이들에게 대하는 애정 표현과 감수성이 풍부한 내 와이프는 어떤 감정일까?

왠지 가슴 한 켠에 휑하게 허무한 바람이 물다가 지나간다.

내가 친구들 자녀들의 결혼식을 가면 단골 행사로 러브샷 사진을 찍어서 브런치 글과 함께 보내주는 이벤트를 즐기곤 한다.

혼주 부부와 신랑/신부가 주인공이며 잘 된 사진을 골라서 아름다운 추억의 흔적을 남겨야 하는 쉽고도 어려운 미션.

이번 두 러브샷도 잘 된 감정과 수줍음이 함께 묻어 난다.

뽀뽀든 키스든 입술로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아름다운 마무리는 주인공도 관객들도 흐뭇하게 만드는 마법이 들어있다.


뒤풀이에서 두 부부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며 기분 좋게 대취할 수 있었다.

왠지 인생의 깊이를 더하려면 술 몇 잔이 들어가야 풍미가 그윽해진다.

술 향기에 취한 듯, 인생에 취한 듯, 우정에 취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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