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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킴 May 16. 2021

추억 일기 : 로마 이야기 1

로마 플랜


해외여행을 가자고 하는데 내가 미루다가 가족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몇 해전인가?

방콕 여행을 간다고 계획을 세우길래 나만 빼고 다녀오라고 했더니 정말 3명이 오손도손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들이 커서 그런지 계획만 서면 바로 행동이 가능하더라.

와이프와 첫째는 여행 취향이 비슷하고 둘째는 나와 닮은 구석이 있다.

예를 들자면 와이프와 첫째의 여행은 순례보다는 휴식의 개념이 강하고 나와 둘째는 휴식보다는 순례의 기준으로 여행을 받아들이며 출발하는 경향이 있으니.

방콕 여행은 나의 부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즐거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이정표가 되어 주었는데 새삼 다들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인생은 혼자 또는 함께 걸어서 가야 하는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훈훈한 순례가 아니던가.


방콕 여행을 다녀온 가족들이 한결 같이 살이 쪘다고 하는 것을 보면 정말 ‘방콕’ 위주의 여행을 한 것 이리라.

똠양꿍과 쌀국수, 커리크랩 등을 실컷 즐겼으니 허리가 불어나는 것은 즐거움의 나이테가 아닐런지.

나도 쌀국수는 정말 좋아한다.

지금 같아서는 매일 한 끼를 쌀국수를 먹으라고 한다면 흔쾌하게 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해외여행을 기획하는데 나도 같이 가자고 제안을 했으며 유럽 여행의 특성상 최소 1주일은 시간을 비워야 하는데 년에 모아둔 연차가 여유가 있어서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문제는 여행 경비인데 대충 항공비를 제외해도 제법 목돈이 필요했다.


종친회에서 장학금을 준다는 소식을 접한 후 다행히도 둘째의 성적이 자격 범위에 들어서 혹시나 하는 기대심리로 신청을 했는데 조상님들의 도움으로 선정되었고 여비에 큰 보탬이 되었다.

첫째의 인턴과 둘째의 편입의 결과를 고려하자면 여러모로 조상님들의 보살핌이 있었다는 강한 생각이 들었기에 다시 한 번 감사한 마음을 갖게 다.


인생에 어쩌면 한 번 또는 자주 오지 못할 수도 있는 가족만장거리 여행이므로 강한 추진력으로 온 가족들의 일정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당시 첫째도 건설회사 인턴으로 출근을 하고 있었고 둘째는 학생이지만 편입을 위하여 노력했던 결실을 얻었기에 복학을 앞두고 동면 중 이었다. 겨울방학을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이르자 순식간에 항공편 일정과 숙소와 렌터카 등 다각적인 조사에 착수하였다.


여행은 목적지를 정하고 접근법을 찾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첫째가 인턴으로 휴가 일정을 맞추는 것이 여의치 않게 되자 1진과 2진을 나누어 출발하자고 제안을 했다. 나와 둘째는 먼저 가서 현지에 적응하고 있다가 와이프와 첫째가 오면 선행된 경험으로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나는 일주일 일정이었고 둘째는 나랑 같이 있다가 2진과 합류하여 2진이 귀국할 때까지 함께 행동하는 것으로 계획이 잡히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일리가 있는 제안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나와 둘째가 먼저 출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고 목적지에 대하여 호불호가 있었으나 항공편 일정 및 출도착 시간대를 감안했더니 이탈리아, 로마가 가장 합리적이었다.

둘째가 대학 편입을 준비할 나도 동네 도서관에 같이 다니며 읽던 <로마 이야기>나 <시저>, <마테오 리치>, <루벤스> 이야기에 집중해서 그런지 서양 역사의 출발점인 로마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아울러 스페인어에 관심을 갖던 차에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가 많이 유사하다고 들은 풍월과 언젠가 로마에서 주재 근무를 하고 온 지인이 유럽은 로마의 군대가 스쳐간 곳이 나라별 수도가 되었고 아직도 도처에 로마 유적지와 건축물들이 산재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나와 둘째는 항공기에 먼저 올랐고 미지의 세계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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