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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있게멋있게 Sep 19. 2023

사내연애(office romance)에 대해

K-직장인이라면 잠시 멈춰!

"맛멋아 너 소개팅할래?"


"갑자기?"


"아니 나랑 같은 대학 나온 동기 형인데 이번에 우리 회사 입사했대"


그러더니 대뜸 메신저로 사진이 왔다.



 그로부터 며칠 뒤, 일이 끝나고 회사 앞 초밥집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기로 약속을 잡았다. 소개였지만 같은 회사였기에 그리 부담스러운 자리는 아니었다. 대화가 잘 되고 서로가 마음에 들면 좋은 일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동료와 저녁 먹는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니까.




 같은 직업을 가졌고 같은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대화는 생각보다 잘 통했다. 너무 딱딱하지 않은 분위기에서 몇 번의 식사를 거친 후 자연스럽게 그와 만나게 되었다.


문제는 서로의 근무 환경, 생활방식을 너무 잘 알게 된 것에서 시작했다. 같은 메신저를 쓰고 어느 자리에 앉아 일하고 있는지 알기 쉽기 때문에, 언제 온라인이고 언제 자리비움이고, 퇴근은 언제 했는지 등을 너무나 쉽게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점이 장점으로 다가오는 커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연인 간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는 보이지 않는 감시를 당하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 또한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그게 어렵다는 것이 조금의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한편, 사내연애는 결국 모두가 알게 되는 비밀이다. 숨기면 숨길수록 너무 잘 보인다. 한 번은 별생각 없이 커피 등을 마시며 쉴 수 있는 공용 휴게실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당연히 연인이라는 티를 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며칠 뒤 같은 본부의 선배로부터  휴게실에서 봤다고 연애하냐는 질문을 전해 받았다.


이외에도 그냥 같이 걸었을 뿐인데도 들리는 목격담은 꽤 있었다. 눈은 어느 곳에나 있다. 내가 다른 커플을 본 경우도 여럿 있다. 심지어 거긴 회사에서 지하철역 기준으로 두 정류장 떨어진 곳이었다. 스킨십을 하지 않아도 커플에게서 느껴지는 바이브(vibe)는 있는 게 분명하다.




 헤어지고 나서도 껄끄러움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부서는 다른 층에 위치해 있지만 요즘 회사는 공용 오피스 층이 있는 곳이 꽤 있지 않은가. 그곳에서 가끔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게 된다.


한 번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는데 그 불편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제 아무런 감정이 없는 사이인데도 그 껄끄러움이 남아있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 후 언제가 되었든 한 명이 이직하게 되는 것이 보통 사내연애가 끝났을 때의 수순인 것 같다.



 

 이러한 경험으로 사내연애는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관계유지에 서툴다고 생각한다면 특히 그렇다. 불가피하지 않은 이상 직장에서는 친목도모 또는 연애를 병행하기보다는 오롯이 일만 하는 편이 좋은 것 같다.


관계가 있는 곳에 사건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 Unsplash의Nathan Duml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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