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는 건 없어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너에게
내 꿈은 소박하다면 소박한 편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플 때 돈 걱정 하지 않고 지원해 줄 수 있는 상태,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정말 사고픈 물건이 있을 때, 사치가 아니라면 기꺼이 사줄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내가 추구하는 이 상태는 좀 더 가까운 미래에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리고 기본적인 불안도가 높은 내 성향이 결합하여, 나는 이 꿈을 하루라도 빨리 이루기 위해 무턱대고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올해 1억을 잃었다.
사실 이번이 첫 손해를 본 사건은 아니었다.
일전에 한 번의 실패가 또 있었다.
그전에 길고 솔직하게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2018년 난 전문직 자격증을 따고 그 해 9월 바로 대형회계법인에 입사했다.
기고만장한 나날들이었으며,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잘 될 거라 믿었다.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시선 또한 그랬다.
보통 회계법인이 바쁜 달인 1,2,3월을 시즌이라고 부르는데 그땐 얼굴들이 모두 죽상이다.
시즌을 한 2-3번 뛰기만 하면 생그러움과는 영원한 작별을 고해야 할 정도이니까.
그렇게 찌들어야 하는 시즌에도 나는 특유의 긍정, 자신감으로 가득 차서 다니다 보니 ‘시즌의 회계사 같지 않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아무래도 기업의 돈을 다루고 큰 숫자를 정확히 다루어야 하는 업종이다 보니, 차분하고 현실적이고 냉정한 사람이 더 잘 맞는 직업인 건 사실이다.
그리고 나는 개중에 좀 튀었다.
오만한 나는 이러한 튐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원래 성공한 사람은 조금 다른 법이니까.
그런데 이러한 오만함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내 태도에 문제가 많았다.
어느덧 겸손함을 잃고 성실함을 잃어갔다.
그땐 그저 또래보단 많은 일정액이 매월 통장에 꽂히는 것을 보며 어떻게 빨리 부자가 되지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2019년 초여름,
나는 그 당시 교제하던 사람의 영향을 받아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 친구는 나와 동갑인 은행원이었다.
은행원 특유의 착실함, 현실감각을 갖춘 친구여서인지 어린 나이인데도 벌써 서울에 본인 명의의 빌라가 있었다.
서점에 가면 경제, 경영코너의 책들을 좋아하던 나도 당연히 투자서적 몇 권쯤은 읽어둔 터였다.
그럼에도 집을 산다는 것은 그 당시 생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는데.
그 후 부동산 관련 세미나, 부동산 서적을 마구잡이로 듣고 읽기 시작했다.
거기서 잠시 멈췄어야 했다.
더 내공을 쌓고 저축을 했어야 했다.
지금도 내 동생이 내 사정을 알고 하는 밥 먹듯이 하는 말이 있다.
참고로 난 동생과 무척이나 사이가 좋다.
‘누난 집 사지말고 외제차나 뽑았어야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