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는 건 없어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너에게
2021년 2월, 나는 청약 당첨자를 많이 배출하여 유명한 한 청약강사의 정규 청약강의를 듣게 되었다.
그동안은 서점 책으로만 읽던 청약 당첨 사례들이 남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러한 사례를 직접 강의로 듣게 되고 실제 당첨자가 강의 조수로 활동하시는 모습을 보니 더 이상 남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2월 동안 진행된 한 달간의 강의가 끝이 났다. 나름 너덜너덜해진 한 달간 공부했던 청약강의 책을 보고 있자니 이미 청약 당첨이 되어 부자가 되어 있는 상태처럼 괜스레 마음이 들떴다. 그동안 시키는 과제도 성실히 했고 읽으라는 책도 열심히 읽었다. 다시 내 자의식이 커져갔다. 그 순간 나는 또 악수를 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내가 다시 내 집마련에 매몰되어 있던, 아직은 쌀쌀하여 두꺼운 겉옷을 챙겨야 했던 2021년 3월 어느 날이었다. 나는 강남에 위치한 한 공유오피스에 들어와서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나를 위층으로 데려갔고 그곳에선 꽤 넓은 모니터를 두대씩 쓰며 일하고 있는 한 명의 직원도 함께 있었다. 그는 그 방에서 노트북을 챙겨 옆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건 작년 2020년 추석연휴였다. 앱에서 튜터로 활동하는 그를 부동산 입지분석 하는 방법 등을 배우기 위해 방문하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새해 그리고 명절에 한두 번씩 안부를 주고받는 인맥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당시 그의 직업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다. 그저 그가 대기업 건설사에 다녔고 '티아이'(가칭)라는 애플리케이션에서 부동산 분야의 튜터로 활동했었다는 것만이 내가 알고 있던 그의 이력이었다. 나중에 가계약을 하러 같이 가준다고 할 때서야 그가 당시에는 주로 중개사로 활동한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다.
...
"어떻게 지내셨어요?"
상담을 해준다는데 빈 손으로 가는 건 예의가 아니라 도넛과 커피를 펼치며 대답했다.
"전 잘 지내고 있죠~ 부동산 공부도 하고 강의도 들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잘 지내셨어요? 우선 이것 좀 드세요~"
...
스몰토크가 이어진 뒤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고 싶다고 사무실까지 방문한 나를 보고 그도 적극적인 의욕을 뿜어냈다.
"저평가된 걸 한 번 같이 찾아보죠"
...
"어. 이거 너무 싸 보이는데.."
노트북으로 ‘호갱노노’라는 사이트에서 저평가 지역을 찾아보다가 그는 수원의 인계동에 위치한 한 주상복합에 화면을 멈춰두고 말했다.
당시 나는 부동산 공부를 하다 만 상태였고 부동산을 나보다 많이 해 본 사람이 다소 저렴해 보인다고 하니, 무분별하게 그 의견에 휩쓸렸다. 귀도 얇았고 주어진 공부만 할 줄 알았지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만한 수준이 아닌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다시 내가 추구하는 경제적 자유와 더욱 멀어지게 된 것이다.
지금 그 물건을 추천해 준 남 탓을 하는 게 아니다.
부동산 시황이 좋지 않고 주상복합이라는 점 때문에 좋은 물건이라는 말은 하지 못하겠지만 그리 나쁜 물건도 아니었다.
문제는 나 스스로 그 지역의 향후 공급에 대한 분석, 최소한의 입지 분석도 하지 않고 내 집을 남 말만 듣고 가계약까지 일주일 만에 진행해 버린 것이다.
사실 당시 그 튜터가 추천한 수원시 매물만 투자 고려 대상이었던 건 아니었다.
그 튜터를 만나러 가기 전엔 어머니와 함께 차를 타고 다니며 하남 교산 신도시의 물건도 보고, 강동구 둔촌동에 위치한 1동짜리 아파트이긴 했지만 9호선과 도보 5분 거리라 입지가 꽤 괜찮은 물건 사이에서 고민 중이었다.
어머니는 나를 당연히 말리셨다.
"좀 더 고민해 봐라. 뭐가 그렇게 급하니"
하지만 선조들의 유전자를 역행하는 내 미친듯한 실행력이 조언을 귀담아듣지 못했다.
그 실행력은 귀중한 자산인데 난 이 능력을 악수를 두는 데 사용하고 있었다.
그 물건을 인터넷으로 확인한 지 일주일 뒤, 광교에 위치한 그 튜터의 중개소까지 '친히' 방문해 튜터의 차를 타고 가서 직접 해당 물건을 한 번 보고는 바로 가계약을 해버렸다.
2021년 3월에 벌어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