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29살에 1억을 잃었다

라이킷 19 댓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맛있게멋있게 Aug 11. 2023

29살에 1억을 잃었다 (4)

‘잘’ 하는 건 없어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너에게

2022년 12월.

올해 아파트 가격변동률과 거래량이 한국부동산원 통계 발표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는 기사를 읽었다. 대수롭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그때 행복했다. 아니, 적어도 한 달간은 고통받기를 유보하고 있었다. 12월에 남은 휴가를 털고 오라는 상사의 말을 듣고 한 달 전부터 계획한 스위스 여행을 떠나기 하루 전날이었기 때문이다.

수원 주상복합을 아직 보유 중이었기에, 아직 손실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내 상황을 '회피' 하고 눈을 가린 채 희망을 찾아 나섰다.

다시 2021년 3월로 돌아가보려 한다. 여기까지 이야기라면 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내가 이미 그보다 전년도인 2020년도에 서울 관악구 빌라투자로 3,200만 원의 손해를 봤다는 이야기를 되짚어본다면 첫 번째 문제가 보인다. 2021년 3월 계약 당시에 내가 모아놓은 돈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 나는 저축한 종잣돈 없이 마이너스 통장으로 투자를 감행했다.

두 번째 문제는 이제는 내 부동산투자 철칙이 되기도 한 포인트이다. 내가 갭투자한 수원 소재의 주상복합은 '안 팔려도 내가 살 수 있는 집을 사자'에서는 우선순위가 많이 먼 집이었다. 난 강동구에 살며 영등포구에 직장이 있다.

이 말은 수원에서 살 유인이 없다는 이야기다.

마지막 문제는 더 심각하다. 2021년 2월 수강한 청약강의 내용을 직접 실천해 보겠다고 별생각 없이 넣었던 오산 소재의 신규분양단지에 덜컥 당첨이 되어버린 것.

청약 당첨된 단지에 계약을 포기하게 되면 불이익이 꽤 많다. 해당 청약통장 재사용이 금지되며, 가입 추산기간도 리셋된다. 가점을 다시 쌓아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재당첨제한기간이라는 페널티도 적용되어 최소 1년에서 최대 10년 후에나 청약 신청을 할 수 있다. 만약 생애최초 전형 등 특별공급 전형으로 신청한 거라면, 계약을 하지 않았는데도 특별공급의 기회가 평생 더는 없어지게 된다.

사족이 길었는데 결국 이러한 불이익을 알고 있던 당시의 내게 당첨 포기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처음 내 이야기를 접하면 관악구 빌라 이야기, 수원시 주상복합 이야기, 오산시 아파트 청약당첨 이야기 각각이 맞물려 헷갈릴 수 있다. 그래서 정리차원에서 아래와 같이 타임라인 순으로 내가 저지른 악수를 정리했다.

'20.9 : 관악구 빌라 3,200만 원 손해 보며 매도

'21.3 : 수원시 주상복합 가계약금 송금

'21.4월 초 : 수원시 주상복합 계약서 작성 및 계약금 송부

'21.4월 중순 : 오산 소재 분양아파트 청약 당첨

'21.4월 말 : 오산 소재 분양아파트 청약 계약서 작성 및 계약금 납부

'21.6월 : 수원시 주상복합 잔금납부 및 소유권이전 절차

또래보다 많은 돈이 매월 입금된대도 '월급쟁이' 일 뿐이었다. 갑자기 혼자서 주택 2채를 운영하면 가용현금은 급격하게 바닥나게 된다. 애초에 모아놓은 돈 따위 없던 나는 수원 주상복합 잔금과 오산 분양아파트 계약금을 마련하다 보니 전문직 대상으로 1억 한도까지 개설되어 있던 마이너스 통장을 다 써버렸다. 그것뿐인가? 제2금융권인 캐피털도 이용하여 필요자금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무모했다.

그때부터 이자로만 126만 원가량이 매월 고정비로 지출됐다. 고금리의 무서움을 그때 실감했다.

한편 이러한 이자가 부담스러웠으며 수원시 주택에 자기 확신이 없었던 터라 이미 2021년 말부터 네이버부동산에 매물을 내놓고 있었다.

그리고 2023년 4월이 되어서야 당시 최저가 급매물로 노출되는 내 매물에 대한 매도계약을 할 수 있었다. 올해 6월 2년간의 고통의 시간이 잔금절차와 함께 청산되었다.

2년 전 매입가는 4억 8천, 올해 매도가는 3억 8천 가량으로 남은 건 1억 빚이었다.

솔직히 이런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것은 내 직업을 비추어보면 굉장히 수치스러운 일이다. 회계사가 투자를 잘할 거라는 생각은 오해의 소지가 분명한 말인 걸 감안해도 그렇다.

너무나도 비싼 수업료였다. 덕분에 나는 2023년 현재 5년간 쉼 없이 일을 했음에도 빚만 남은 신세가 되었다.

누굴 탓할 수 없는 온전한 내 책임이다.

나는 내가 결국엔 성공할 거라 믿지만 이로 인해 2년간 많은 걸 잃기도 했다.

그중 하나가 건강이었다.

사진출처 : Unsplash의 Denys Nevozhai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