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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인 Mar 22. 2024

만남의 분절

나의 고단한 하루 끝에 서 있는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

괜찮은 척 버텨내려고 안간힘을 쓰다

맥이 탁 풀려버린 어느 날.

나름의 일로 지쳤을 당신에게

부득이하게 만남을 요청한다.


중간에서 만나자, 그 한마디에

남은 힘을 끌어모아 밖으로 몸을 이끈다.

비이성적인 날들에 베여

피를 철철 흘리고 있지만 처치할 여유는 없다.


새삼스럽게 낯설어진 세상에서

배신감에 절어 쫓기듯 걷는다.

모든 곳이 나를 부정하는 느낌에

발을 덴 듯 빠르게 걸음을 재촉한다.

      

반대편에서 나를 만나러 오고 있다는

그 하나의 위안만으로

눈을 질끈 감고 직선으로 달려본다.     


나를 미어지게 하는 상념들이 내 시야를 가려오고

지면의 진동이 내 몸을 흔들어 놓지만 멈추지 않는다.

숨이 가쁘게 차올라도 끝이 있다는 믿음에 내달린다.     


그러다 일순간.

익숙한 실루엣이 내 앞에 멈춰 서면

가쁜 숨을 몰아내기도 전에 내 몸을 받아내게 한다.

얼굴을 묻은 채로 그간의 일을 뱉어내는 동안

당신은 나를 정성껏 쓰다듬는다.


정적이 찾아왔지만 내가 아는 세상이다.

아무것도 해결된 건 없지만

그저 다행이다 싶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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