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약 반년 전, 나는 세계여행을 마치고 한국에서 2달간 재 충전을 한 후 그토록 갈망하던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막차 티켓을 끊었다. 호텔에서 사람들 똥오줌이나 닦고 하루 종일 청소만 하던 나는 3개월 만에 호텔일을 그만두었고 그때부터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 백수로 3개월을 살고 나머지 한 달은 엄마를 한국에서 모셔와 함께 남섬 로드트립도 한 달이나 같이 했다. 통장에 잔고가 없어 이젠 똥이든 오줌이든 가리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어느 작은 레스토랑에 주방 설거지하는 일을 찾아 시작하게 됐다. 그렇게 설거지일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세상이 멈췄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뉴질랜드까지 상륙하였고 이런 전염병을 겪어보지 않은 이 나라 사람들은 그 병에 걸리면 무조건 죽을 것처럼 벌벌 벌 떨었다. 총리 역시 바로 국경 문을 봉쇄하고 전국에 최고 단계인 격리 및 봉쇄 4단계를 강행하며 나라 전체는 유령도시 변했다. 초기 대응에 성공한 뉴질랜드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국경 봉쇄는 유지하되 자국민들의 자유를 풀어주기 시작했다. 마스크 없이 살 수 있고 각 종 행사와 콘서트도 문제없이 진행되며 방역 모범국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나의 1년 워킹 홀리데이 만료일은 2020년 원래대로 하면 2020년 6월이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3개월 자동 연장되었고 공식적으로는 2020년 9월이 만료일이라 더 이상 체류가 불가했지만 운이 좋게
워크 비자를 받아, 다시 만료일은 2022년 8월로 늘어나게 되었다.
코로나 사태 발생 반년 전에 들어온 이후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아직도 최저임금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국에 뉴질랜드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하다. 최저임금이라고 해도 전 세계 3위 위엄답게 시급 16,000원 (2021년 기준)이라서 일상생활을 이어가는데 문제가 없고 오히려 락다운이라도 이렇게 걸리 되면 내가 일하면서 버는 돈만큼 국가에서 매주 보조금을 주기 때문에 일도 안 하고 돈을 벌 수 있어 더 좋다. 사실 복지가 좋은 뉴질랜드에서도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수익이 없어 가게 문을 닫는 경우도 많고 그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런 아수라장 속에서도 최저 시급으로 일을 해온 덕분에 내가 일하는 급여만큼의 돈이 주마다 통장으로 따박따박 들어오고 나는 집에서 편하게 놀고먹고 쉬면서 이렇게 글도 쓰고 영상도 만들면서 지내고 있다. 사실 코로나 시대에 뉴질랜드에 갇혀 지낸다고 제목을 짓긴 했지만 편하게 일 안 하고 돈 벌면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피신해 온 셈이다.
앞으로 인류는 코로나와 함께 영원히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에 놓인 듯하다. 백신과 치료제가 더 많이 개발되어 코로나가 A형 간염이나, 메르스, 각종 독감처럼 미리 예방하거나 치료해질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환경파괴 등으로 인류는 코로나 이외에도 또 새로운 질병과 싸워야 할 것이다. 이제 시작일 뿐. 우리는 이제 질병이 만연한 이 세상 속에서 또 어떻게든 적응해서 살아가겠지. 그 과도기에 뉴질랜드라는 안신처 속에서 나는 이렇게 당분간 숨어있으련다. 이 정신없고 혼란한 세상 속에서 고통받는 다른 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몸과 마음 편히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