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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타리즘 Aug 10. 2020

여행썰  ㅡ인도편 3

3. 처음은 델리

첫 인도 여행 때의 공항 도착 썰을 잠깐 풀자면 당시 나는 일본밖에 다녀와 보지 못한 그리하여 전 세계의 공항은 모두 일본의 크고 깨끗한 국제공항을 상상했었더랬다.

델리 공항에 나온 나는 내가 생각했던 풍경과는 다른 모습에 너무나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모래먼지와 공해 냄새, 똥물 튀는 길가와 시끄러운 릭샤꾼들 , 울고 있는 아이들 , 버스에서 소리 지르는 안내 청년, 갑자기 나타난 소떼 내정신은 비행기에서 내리길 거부했다. 아니 돌아가는 비행기에 앉았다고 해야 할까


먹음직한 고기를 발견한 하이에나 때들처럼 릭샤꾼들은 왠지 한껏 뜯어먹을 수 있을 거 같은 내 비주얼에 너 나할 것 없이 100달러를 외쳐댔다. 내가 어디 갈 줄 알고 100달러를 외치는 걸까? 100루피도 아니고 100달러라니 뭔가 이상했다. 하지만 그들의 외침은 줄어들지 않았다.

머릿속은 백지가 되어 뇌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빠하르 간지(여행자 거리가 있는 지역)만 계속 맴돌았다.


길가에 앉아있는 수도승  ㅡ소박한 짐에 비해 옷과 장신구는 화려하다.


뭔가 수상해서 조금 더 걸어가 보니 릭샤꾼의 흥정소리는 어느새 70달러까지 내려왔다.

적정가가 얼마인지도 모르겠지만 하이에나 같은 그들의 모습에서 어두운 상상이 가기 시작했다.

그때 눈앞에 녹색 페인트로 대충 채색한 버스가 한대 눈에 들어왔다.

안내 청년에게 빠하르간지를 말하니 그 근처에 있는 뉴델리 역으로 간다고 말했다. 자세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얼마가 걸려도 좋으니 오토릭샤보다는 마음이 놓였다.

릭샤꾼만 피하면 그걸로 족했다. 그 선택이 첫날을 우울하게 보내게 될 첫 단추가 될지 그때까진 상상도 못 했다.

버스에 앉아 있으니 살 거 같았다. 버스에 앉아 출발을 기다렸으나 사람이 다 찰 때까지 아니 이래서 어떻게 더 탈 수가 있냐는 시점에 버스는 시동을 걸었다. 오후 3:30경에 비행기에서 내린 걸로 기억하는데 5시에 버스는 출발했고 9시가 다되어서 빠하르간지(이하 빠간)에 도착했다.

얼마나 돌아서 갔고 천천히 다 선 지 상상이 안된다. 지금이라면 메트로로 한 번에 갔을 거기를 난 첫 여행에서 가볍게 패스하고 빠간에 도착했다. 빠간에 들어가자 두 번째 하이에나의 세계에 입성했다.


내 배낭과 행색을 보자마자 게스트하우스 호객꾼, 식당 호객꾼, 가게 장사꾼들이 순식간에 나에게 달려왔다. 심지어 어린아이가 필요도 없는 침낭을 100달러에 주겠다고 손까지 잡았다.

숙소 호객꾼은 자기네 숙소가 더 좋다며 내 팔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또 내정 신을 뒤흔들어 놓는 이들

그러던 중 눈알이 푸른 호수 같은 착한 인상의 어린아이가 자기 부모님이 하는 숙소를 소개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래 너다. 너만이 나를 이 하이에나의 숲에서 건져줄 천사다.라고 생각하여 그 아이의 뒤를 따라갔다.

호객꾼의 늪에서 겨우 도망쳐 어스름한 골목을 지나 이상한 건물에 나를 데리고 온 이아이 내 믿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름만 호텔인 삼류 숙박시설의 주인으로부터 동전을 받고 유유히 사라지며 나에게 눈웃음으로 나에게 걸려서 고맙다는 그런 눈빛이 아직도 잊히지 않은 안내받은 방은 습하고 곰팡이 냄새나는 감옥 같은 방에 안내받았다. 여권도 복사당하고 돈은 돈대로 얼른 내고 방에 들어온 나는 그곳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인도의 국민배우 샤룩칸  ㅡ 연기력 인기 인지도 뭐하나 빠지는게 없는 명배우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용에 방안에 조그마한 세면대만 있던 걸로 기억한다.

너무나 정신없는 상황을 겪었는지라 도저히 밖에 나갈 용기가 안 났다. 세면대에서 세수랑 발만 씻고  일어나면 다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던 첫 여행.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이 뒤에 인연이 닿아 최고의 여행이 되었던

인도 여행.


다시 현재로 돌아와 그때랑은 전혀 다른 델리 공항이 눈앞에 나타났다.

정말 깨끗하고 세련된 현대식 풍경이 나를 반겼다. 9년 동안 인도 공항은 바뀌어있었다.

물론 릭샤꾼들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먹잇감이 아니다. 가볍게 발길을 메트로로 돌렸다.

30여 분 만에 빠간에 도착했다.


아까 도잠 깐 언급했던 빠하르간지(빠간)는 서울의 명동이나 남대문 정도 되는 곳으로 여행객들이 델리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가기 전 여행 준비를 하는 곳으로 식당, 환전소, 여행물품 , 게스트 하우스 , 여행물품 가게가 나열된

지역이다. 또한 델리 역과 붙어있어서 타 지역으로 가기 쉬운 명장소로 각국의 여행객들이 묵는 장소라 엄청난 상인들이 함께 살아가는 추억의 공포 장소이다.


그리운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그리운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자동차, 오토바이, 오토릭샤가 만들어내는 소음, 매연냄새, 공해 , 장사꾼들의 흥정소리 , 음식점에서 나는 튀김 냄새, 카레 냄새  

그래 이게 그리웠다. 이게 그리웠더랬다. 눈물이 살짝 났다.

저기 앞에 짜이 티 파는 아저씨가 보였다. 얇디얇은 플라스틱 소주잔 같은 컵에 퍼주는 저 황톳빛 음료 그래 저거였다. 나를 카레의 늪에 빠지게 하는 인도의 마력 음료 첫 번째. 얼른 마시고 숙소로 들어가야 한다.

가방을 풀고 인도의 냄새를 몸에 묻혀야 한다.

첫 여행 땐 공포의 거리가 지금은 추억의 거리가 된 빠간에 나는 왔다.




TMI  :    1편에서 언급했던 수술은 죽을 만큼 아픈 수술이었지만 목숨과는 상관없는 지극히 안전하고

                완쾌한 수술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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