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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 가얏고 Oct 04. 2021

코로나 이후 처음 탄 비행기

드디어 가게 된 더블린

2021년 9월 30일.


독일의 10월 3일은 통일 기념일(Tag der Deutschen Einheit)이다.

10월 1일(금요일)부터 연휴가 시작되는데 하루 전날 더블린으로 가기로 했다. 아이들의 오후 수업까지 빼먹게 하고 말이다.


아일랜드의 수도인 더블린은 뮌헨에서 비행기 타고 2시간 30분만 가면 된다.


일 년의 반을 여행하는 여행 가족인데 여름 여행만으론 부족해서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던 중이었다. 작년처럼 코로나 봉쇄를 여름에만 잠깐 풀어주고 재봉쇄하려나 했는데 오히려 더 완화됐다. 유럽의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위드 코로나(with Corona)로 가려나 보다. 여름엔 EU 국가 내의 여행만 자유로웠는데, 8월 말부터는 백신 접종 완료자(2차 백신까지 맞고 2주가 지난 사람)는 영국도 자가격리 없이 여행할 수 있게 됐다.


마일리지도 꽤 있었고 아이들도 2차 접종한 지 딱 2주가 지나서 급하게 여행 계획을 세웠다.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끊을 수 있는 지역 중에서 안 가 본 곳, 멀어서 차로 가기 힘든 곳으로 고르다 보니 더블린이 당첨됐다. 남편은 여러 번 가봤지만 나와 아이들은 이번이 처음이다. 난 무엇보다 정통 아이리시 펍(Irish Pub)에 대한 동경심이 있었다.  




아이리시 펍에 대한 동경심은 20여 년 전부터 있었다. 서유럽의 민속 음악에 관한 책을 읽던 중 아이리시 펍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펍에서 전통음악이 연주되고 흥에 겨운 사람들이 모여 전통춤을 추기도 한다고 했다. 아이리시 펍은 단순히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교류 장소였다. 궁금했다. 아이리시 전통음악을 직접 듣고 느껴보고도 싶었다.


몇 년 후 2003년 여름, 싱가포르에서 갔던 펍 이름이 더블린이었다. 아일랜드 수도라는 걸 처음 알게 됐다. 전통적인 아이리쉬 펍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때 함께 갔던 친구 커플과 펍 '더블린'에서 즐겁게 보냈다. 덕분에 더블린이란 단어는 내게  '즐거움 + 행복한 추억'이 되었다.


더블린과 아이리시 펍은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이번 여행은 기간이 짧아서 더블린 시내만 구경하기로 했다. 킬마이넘 감옥, 더블린 캐슬,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만 구경하고 나머지는 아이리시 펍을 실컷 가고 싶다.




비행기 타는 게 얼마 만인지!

마치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것처럼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됐다.

공항 가는 길, 눈 앞에 펼쳐진 하늘은 맑지만, 뭉게구름이 많이 있다. 이쁘단 생각은 잠깐이었고 비행기가 많이 흔들리겠단 생각에 긴장됐다.


여행은 좋아하는데 비행기 타는 건 별로다.

대학 4학년 때 처음 비행기를 탔었다. 가고시마로 공연 갈 때였다. 난생처음 비행기 타고 해외로 가는 거라 무척 신나었는데, 귀가 아파서 고생했었다. 쏟아지는 폭우는 별로 걱정 안됐었다. 우리를 인솔해 주시던 교수님께서 안개가 위험하지 비는 괜찮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흔들려도 그땐 안 무서웠고 귀가 찢어질 듯 아픈 게 정말 괴로웠다. 비행기 타는 게 마냥 신나는 일이 아니란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그 이후 제주도 갈 땐 에어포켓에 빠진 적도 있었다. 이런저런 경험으로 비행기를 타면 탈수록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한 번은 너무 무서워하는 나를 위로한답시고 남편 하는 말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 마음을 편하게 먹으라고 하는데, 그 말이 더 무서웠다. 그걸 위로라고!!


그래 하늘에 떠 있으니 몇백 명의 승객을 태운 비행기도 작아 보이고 그 안에 타고 있는 나 자신은 먼지처럼 작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난 배도 무섭고 비행기도 무서웠다. 나이가 들수록 듣고 보는 게 많아질수록 겁도 같은 늘어가는 거다.


어느 여자 비행기 조종사가 쓴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다. 그 조종사는 본인의 여러 경험담을 통해 조종사가 되고 싶어 하는 후배에게 희망과 현실의 어려움도 알려 주고 싶어 했던 거 같다. 그러나 난 그 책 읽고 더 무서워졌다. 그렇다고 여행을 포기할 순 없다. 요즘은 오히려 남편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말이 도움이 된다. 그러니 걱정하지도 말자!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 갈 때를 빼곤 비행기가 주요 여행 수단이다. 우리나라도 해외여행을 하려면 비행기를 타야 하지만 그래도 국내 여행이 가능하다.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는 국내 여행이란 것조차 없다. 여행 횟수가 늘수록 비행기 타는 것도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오고 싶었던 더블린이었지만 이제 오게 된 이유도 비행기를 타야 할 거리였기 때문이다.

 


뮌헨 공항이 텅 비어있다. 여전히 여행이 자유롭진 않기 때문일 거다.

체크인할 때 접종 확인서를 검사했다.


EU 국가를 여행할 땐 국내 여행처럼 출입국 심사가 없었는데 브렉시트 이후 아일랜드도 출국심사를 통과해야 해서 시간이 꽤 걸렸다. 아일랜드는 EU 국가에 포함이 되는데 왜 그럴까 했다. 남편 왈 영국과 아일랜드가 출국심사 없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영국인(브리티시, British)이 아일랜드를 통해서 EU 국가로 입국하는 걸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브렉시트 때문에 불편하게만 됐지 아직 좋아진 건 하나도 없다.


라운지에 들어갈 때도 접종 완료 확인서가 필요했다. 음식은 주문방식으로 바뀌어서 인기 있는 코너에선 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이래저래 시간이 걸렸지만, 라운지가 개방된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



보딩 시간이 다가왔다. 게이트 앞이 인산인해였다.

보딩 전에 접종 확인서를 보여주고 항공권에 스티커를 받기 위해 줄을 섰다. 마일리지 골드 멤버 혜택도 없고 노약자 우선 혜택도 없다 보니 한참을 서 있었다. 스티커를 받은 후 게이트로 가서 스티커가 붙은 항공권을 보여 주면 입장할 수 있다. 8월 말 이후 런던과 싱가포르로 출장을 갔다 온 남편 덕분에 바뀐 시스템 때문에 우왕좌왕하지 않고 움직일 수 있었다.


우리 비행기는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해야 했다. 모든 승객이 탑승하도록 기다려야 해서 총 40분이나 연착됐다.


비행기에 들어서니 승무원이 소독용 물티슈를 하나씩 나눠줬다. 손만 닦으려 했더니 딸이 티슈로 앞의 테이블이나 손잡이도 닦으라고 했다. 유튜브에서 다른 승객들이 하는 걸 봤다나?


마스크는 당연히 계속 착용해야 했다. 2시간 40분간 착용하고 있으려니 귀아프고 책 읽으려고 안경을 쓰니 안경에 습기가 차서 불편하고 숨쉬기도 힘들었다. 언제쯤이면 마스크 없이 생활할 수 있을까?!


기내 음식은 사 먹어야 했다. 이것도 코로나 여파인가 했더니 이제 유럽 내 여행은 음식 무료 제공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나마 500ml 생수는 한 병씩 나눠 줬다.


비행기는 꽉 찼다.

이제 드디어 출발이구나!

기다려라. 더블린, 내가 곧 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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