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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NP Jan 06. 2022

ON THE SILKROAD 길 위의 시장 #2

신장 위구르 자치구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위구르족 마을. 작고 아담한 그곳은 우리네 시골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이들의 웃음은 해맑았고, 끼리끼리 몰려 다니는 10대들에게선 딱 그 나이만큼의 불량기가 느껴졌다. 그렇게 마을을 돌아보고 식당으로 돌아왔을 때, 양고기가 실린 삼륜오토바이를 사이에 두고 선 두 사내가 보였다. 뭔가 흥미로운 상황이 연출될 분위기... 한데 두 사내의 거래에는 아무런 흥정도 없었다. 요구한 만큼 내어주고, 내어준 만큼 받아 가는 게 그들 거래의 전부였다. 사내들의 무뚝뚝한 표정만큼 무덤덤하게 끝나버린 거래. 돈을 주고 물건을 받아가는 건 당연한 일인데, 뭔가 빠진 듯 그들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 낯선 장면 위로 언젠가 찾았던 시골시장의 모습이 겹쳐 보였던 건 아마 향수병 비슷한 그 무엇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지매, 조금만 더 주이소.”

“아따, 내는 뭐 땅 파서 장사하는 줄 아는 갑다.”

“그라지 말고. 쪼매만 더 담으소.”

“에고, 고집도.”

시장 한복판에서 백발성성한 할머니 두 분이 콩나물시루를 앞에 두고 주거니 받거니 언성을 높이고 계셨다. 주네, 못 주네 두 분은 한참이나 그렇게 티격태격하셨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고 했던가. 오가던 아주머니들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그만하면 마이 준기다’

‘아이다, 이 만큼은 더 주야제’

누구는 손님 편을, 또 누구는 주인 편을 들었다. 그렇게 5분정도 이어지던 실랑이는 장터에서의 흥정이 늘 그렇듯, 인심 좋아 보이는 주인 할머니의 한 움큼 ‘덤’으로 마무리 됐다. ‘남는 것 하나 없다’며 투덜거리시던 주인 할머니도,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딨누’라며 야무지게 장바구니를 챙기시던 손님 할머니도 모두 웃음으로 마무리 지은 행복한 흥정이었다.


낯선 땅에서 만난 두 사내의 거래에서 빠져있던 건 바로 ‘덤’이었다. 한 움큼 더 얹어주는 ‘마음’ 말이다.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에 한 움큼 더해지는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 지를 먼 길을 떠나온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되다니. 거래를 마치고 각자의 길을 가는 무뚝뚝한 사내들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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