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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텔러 레이첼 Jan 18. 2024

고양이를 불러줘

고양이는 애정의 계기판


나는 집에 손님들이 오면 우리 집 고양이, '나비와 토미'를 부른다.  둘은 사람들을 잘 따르고 다정하다. 모두 개냥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나는 고양이는 다 그런 줄 알았다


'나비와 토미'를 귀여워해주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친밀감. 그건 진심이다.  고양이는 영리하기 때문에 눈을 통해 진심을 파악한다. 그래서인지 나만의 '사람 인정머리 구별법'은 우리 토미와 나비를 부르면서 시작된다


동물도 사람도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여 주는 존재를 좋아한다. 그야말로 조건 없는 관심과 시선만이 순수하다. 그렇기에 그들과 눈을 맞추면 거짓말은 금세 들통이 날 것이다.


고양이를 불렀다.


"나비야"

"토미야"


생긴 것은 무섭지만 스위트한 나비는 "냐옹"하며  머리로 S자를 그리는 애교쟁이다. 멀리 가진 못해도 집 밖 정원에 갔다 오는 것을 좋아해 들어올 때마다 씻기는 것도 일이다. 하지만 그 일이 무색하게 귀엽다.


토미는 저 나무 꼭대기에서 떨어진 사실을 아는 것 같다


토미는 얼마 전 자신의 키보다 수십 배는 더 큰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옆집 개가 펜스를 뛰어넘어 집 밖에서 놀던 토미에게 컹컹 짖으며 달려들었다. 토미가 단풍나무 꼭대기로 다람쥐보다 더 빨리 뛰어 올라갔.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도무지 토미를 내려 줄 방법이 없었다. 먼저 토미를 안정시켜야 했다. 토미는 '까마귀'나 앉아 있을 법한 단풍나무 꼭대기에 매달려 수십 분, 어쩌면 한 시간이었는지도 모를 시간을 버텨냈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와 토미를 깍깍 거리며 위협했다. 소리쳐 까마귀를 쫒을 수도 없었다. 그랬다면 토미는 더 무서웠을 것이다.


사고 친  주인이 '토미'를 구한다며 나무에 올랐는데 거구였다. 그는 토미를 구하겠다는 일념에 토미 다리가 닿는 곳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나는 그가 디딘 나뭇가지가 부러질까 봐 무서웠다. 결국 그의 와이프가 소방서에 전화를 했다.  911은 이런 일에 도움을 줄 수는 없다고 했다. 그 남자는  어떻게 내려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쩔쩔맸다. 그 남자의 진심이 느껴져 미워할 수가 없었다. 부부는 안타까워했지만 어쩔 수가 없어 돌아섰.  나무 밑에서 손을 벌리고 토미가 떨어질 를 대비했다. 캠핑 갈 때 쓰던 침대를 나무밑에  가지런히 펴놓고 집안의 담요를 가져다 잔디와 아스팔트 위에 깔았다.  내 품 안에 떨어지기를 간구하며 토미와 눈을 맞추려고 했지만 무성한 나뭇잎 때문에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며 나의 감각을 믿을 뿐이었다.


수십 분간을 매달려 있던 토미가 후드득 소리와 함께 내 손이 닿지 않는 높이의 가지 위에 내려앉았다.  얼마나 애를 썼는지 붉은 혓바닥으로 헐떡거렸다. 양팔을 크게 벌려 '토미'가 보도록 했다. 토미는 내 품 안으로 떨어졌지만 이머전시에 가서 뜯긴 발톱을 치료해야 했다. 그 사고 이후로 토미는 예전과는 다른 토미가 되었다. 아직도 발톱이 뜯긴 줄 아는지 AI 고양이처럼 걷는다. 집안에만 있는 토미, 잠만 자는 토미 어떻게 해야 할까?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토미!


양이랑 친해지면 친밀감을 배운 거다. 고양이가 가엾으면 긍휼함을 배운 거다.

고양이를 키울 뿐인데 사랑을  알게 되었다.


고양이는 예민한 감성을 지녔다. 그래서 용케도 사람의 마음속을 간파한다. 쓰다듬는 손길거치면 피한다. 고양이가 당신을 피한다면 당신  그들을 이해 못 한다고 생각해서다. 고양이가 당신 마음의 거울이라고 생각한다면 고양이를 친구로 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혼을 위로하는 친구.

 

이른 새벽에 앞집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고양이를 불러보라. 고양이는 절대로 한 번에 품에 달려오는 법이 없다. 오더라도 배배 꼬다가 한 바퀴 돌다가 감질나게 서서히 다가온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당신이 그를 사랑한다면. 맛있는 간식을 주고 놀아주고 잘 때 담요를 덮어주고 그 귀여운 얼굴을 쓰다듬고 털을 빗겨준다면 언제까지라도 당신 곁에 머물며 떠나지 않을 것이다. 고양이는 애정의 계기판처럼 당신 마음을 비춰준다.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인지 아닌지 그것을 알려준다. 단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피할 것.


우리 집에 오는 손님들이 늘었다. 용케도 어디 숨어 있다가도 자신들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으면 다가와 안긴다. 사랑은 감출 수 없다


혹시라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으면 고양이를 불러보면 어떨까? 서로 사랑하지만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는 커플들이라면?


고양이를 키울 뿐인데 우리 집은 화가의 그림 속으로 들어간 것처럼 이야기가 많아진다.



싸울 땐 싸워야지!




어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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