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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현 Jul 04. 2020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괴롭힌다는 슬픈 이야기

좋은 어른이 되어주지 못해 미안해

 시현아 엄마야.

 오늘은 시현이에게 엄마 이야기를 하려고 해.

엄마도 아이였던 때가 있었어. 좋게 말하면 밝은 아이, 나쁘게 말하면 심하게 까불거리던 아이였어. 장난도 좋아하고, 관심 끌기 좋아하는 철부지였던거 같아. 그런 나를 돌아보면 나도 누군가에게 상처도 주고 또 상처를 받기도 했어.


 엄마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과의 일이야. 반에서 급식을 먹어서 반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반찬 배급을 했지. 그날은 담임선생님도 반찬 하나를 맡아서 우리에게 나눠주셨어. 선생님이 그 자리에 섰던 건 처음이라 재미있어서 농담을 했어.

 “선생님 얼마 받고 하시는 거예요?”

 다음 날 내 일기장 한 페이지가 선생님 글씨로 빼곡히 적혀있었어. 그냥 넘어갈까,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다가 펜을 들었다는 선생님의 글씨가 정말 불편하게 느껴졌어. 선생님은 가르치는 일을 결코 돈을 벌기 위해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글이었어.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오랫동안 마음이 불편했어. 그리고 한 가지를 깨달았어.

 ‘말을 생각 없이 내뱉으면 안 된다는 것’


 고등학교 1학년 때 국어 선생님이 있었어. 국어에서 모르는 부분이 있어서 교무실로 갔는데 우리 반 가르치는 국어 선생님은 안 계시고 다른 국어 선생님이 계셨어. 교무실까지 온 김에 그분께 질문하고 설명을 들었지. 감사해서 인사하고 나오며 나도 모르게 호들갑 떨며 선생님 설명이 최고라는 둥 아부를 했나 봐. 문제는 그 사이에 우리 반 국어 선생님이 자리에 와서 그 말을 다 들었던 거야. 나는 모르고 있었는데 우리 반 국어 선생님이 다른 반에 가서도 그 일화를 얘기하며 ‘싸가지 없는 X, 미친 X’ 이라고까지 얘기했다고 해. 다른 반 친구가 말해줬어. 그때 나는 두 가지를 배웠지.

1. 상대방에게 말할 때 그 말을 듣고 있을 주변까지 생각할 것.

2. 저런 어른이 되지 않을 것


 내가 한 행동, 그에 따른 상대방의 반응 때문에 마음이 무거울 때가 있어. 그리고 그 무거운 마음이 며칠이고 없어지지 않을 때가 있지. 하지만 그 일은 반드시 지나가게 되어있고, 너의 마음은 좀 더 단단해져 있을 거야. 살아가면서 좋고 행복한 일만 있을 수는 없어. 그렇게 마음이 단단해지면 다른 힘든 일이 찾아와도 견뎌낼 수 있을 거야. 제대로 된 어른의 가르침은 대부분 이렇게 다가올 거고, 그 순간은 마음이 좋지 않고 불편하지만 너를 바른 사람으로 자라게 할 거야.


 그런데 시현아. 그거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해줄게. 불편한 가르침을 너머 불쾌한 감정까지 다 견뎌낼 필요는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 마음이 단단해질 수 없는 일, 마냥 너를 망가뜨리려는 사람/상황이 있다면 과감히 벗어나라고 말해주고 싶어. 너를 지키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어. 너의 직업, 네가 사랑하는 일, 네가 쌓아온 업적, 너의 이미지, 명성 그 무엇을 잃더라도 괜찮아. 어떤 상황에서도 너를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해.


 엄마는 겁쟁이라서 ‘그곳에서 벗어나서 너 자신을 지키라’고 밖에 말해줄 수 없지만, 만약에 시현이가 더 용기 있고, 더 현명하고 강한 사람으로 자란다면 벗어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곳에서 고통받는 다른 약한 사람들까지 지켜주길 바라. 그리고 그 시작은 항상 네가 그런 악한 사람이 되지 않는 것부터인 것을 잊지 마.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할 권리는 없어. 모든 생명, 모든 사람은 소중하고 존귀하다는 것을 잊지 마.


사랑하는 시현아,

불편한 가르침을 받아들일 줄 아는, 마음이 단단한 사람으로 자라줘.


불쾌한 행동과 언어를 구분해서, 그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줘.


너 자신이 강한 사람이 되어, 그 힘을 악하게 쓰지 않고 선하게 쓰는 사람으로 자라줘.


엄마도 시현이가 보고 배울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도록 노력할게. 꼭 그런 어른이 될게.


故 최숙현 선수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 어른이 되어주지 못해, 어린 나이에 너무 큰 고통을 짊어지게 해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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