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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vanna Nov 21. 2021

어쩌다 학부생 a양은 대학원이란 곳을 갔나

대학생이 잘못하면 가는 곳이라는데



  나는 오늘도 보기 좋게 망했다.


 

  나 4학기 차 Jan 모 씨. 어느 날부터 나 스스로 차오르지 않는 에너지 때문에 자괴감에 빠져있었다. 오늘이 그 정점을 찍은 날이 아닐까.. 울고 싶지만 이건 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랬으면 매일 펑펑 울었겠지.


  때는 논문 주제를 발표하는 날이었다. 발표가 끝나자마자 이것저것 보이는 수정할 것들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 내가 이것도 못했다니... 왜 이걸 놓쳤지? 아, 진짜 졸업 어떡해...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렇게 허점 투성이었던 발표를 끝내고 , 꼴랑 뭐 하나라도 했다는 느낌에 카페 와서 커피를 한 잔 마셨다. 그리고 생각에 잠겼다. 2년 전에 내가 꿈꿨던 게 뭔지, 그리고 1년 뒤 나는 어떤 모습일지.


  나는 지금 끝없는 바다를 항해하고 있는 느낌이다. 야속한 바다는 파도도 치지 않는다. 그저 작은 노 하나에 의지해 육지에 다다라야 한다. 뭔가를 해내야 할 것만 같아서 급하게 집어보면 모래알처럼 파스스 흘러가 버리고 마는.








  이 기록은 코시국에 석사모를 쓰기 위해 발버둥 치는 문과 대학원생 1의 아우성이다. 엄마한테 "나 대학원 가야겠다. 대학원 갈래"라고 말한 그 순간이 기억난다. 정말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대학원에 가면, 강의실에서 엄청 큰 전공책 끼고, 알아보기 힘든 전공 용어들로 빼곡한 논문들을 휘갈기는 대학원생이 될 것 같았다.


  반만 맞았다. 큰 전공책과 어려운 논문들 끼고 사는 건 맞지만, COVID-19로 인해 3학기째 집콕 대학원 생활중이다. 아마 20학번 동기들은 나와 같은 처지일 거라 생각한다. 정말.. 캠퍼스 제대로 누벼보기도 전에 졸업하겠는걸?

  언론이나 각종 대학원생 밈들은 자연계, 공대 계열 대학원생의 라이프에 맞춰져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공부란 건 사실 거기서 거기지만 , 문과 대학원생에겐 실험실이란 건 없는걸...? 논문 끼고 살고, 밤샘하는 건 어느 전공이나 매한가지. 참고로 문과에도 소수 실험실이 있는 전공은 있긴 하다.  물론 언어학 전공에도 있다.



도대체 문과 대학원생들은 어떤 공부를 하나요?



  이 질문 정말 많이 받는다.. 나는 한국어 전공이라 한국어의 다양한 언어현상을 관찰하고 분석한다. 그러니까 모든 한국인들이 일반적으로 또는 일상적으로 쓰고 말하는 방식에 대해 연구한다. 외국인 학생들은 모국어와 한국어 대조 연구를 많이 한다. 대조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모국어에 대한 공부와 한국어에 대한 공부 모두 해내야 한다.


   어떠한 주장을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실증적인 증거가 필요하다. 따라서 국어학도인 나는 이런저런 언어 데이터를 많이 본다.나는 통계적인 증거까지는 필요없어서 쓰지 않지만 통계도 해야 하고 , 필요에 따라 사람들 모아서 언어 관련 실험을 하기도 한다. 음성 실험을 하면 정확한 분석을 위해 praat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스펙트로그램을 통해 음성을 관찰한다. 음성 실험실과 장비를 갖춘 연구실의 경우 아이트래커나 자기공명장치, EPG(전자구개도)를 이용하기도 한다.



출처 : 윤영숙(2018), 한국어 리듬구조에 미치는 L1의 영향 - 일본인 학습자를 중심으로, 말소리와 음성과학, 10(4) : 45-52



사진 출처 : UCLA Phonetics Lab - Electropalatography



   첫번째 사진은 음성학 공부를 하면 흔히   있는 파형이다. 아래 사진은 왼쪽에 있는 장치는 특정한 단어를 발음했을  입천장에 오는 자극을 측정할  있는 장치이다. 그럼 오른쪽 사진처럼 어디에 조음 영역이 생기는  분석할  있다. (나는 음성학 전공자가 아니라 자세히 다룰 줄은 모르지만 음성학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학문이다.)


   어쨌거나 한 언어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공부해야 할 방법론들은 정말 많이 존재한다는 것.






  공부는 끝이 없고, 헤쳐나가야 할 일도 산더미인 요즘이다 :)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이건 나 자신과의 싸움이고, 끝까지 어떻게든 해내겠지. 이곳에 채워질 글들이, 하루하루 후회와 반성으로 밤을 지새우는 나를 위로해주기를 바라며


  석사모를 쓰는 순간까지 아자아자 !





스펙트로그램 사진 출처

- Yune Youngsook. Native language Interference in producing the Korean rhythmic structure: Focusing on Japanese. Phonetics Speech Sci. 2018;10(4):45-52.

https://www.eksss.org/archive/view_article?pid=pss-10-4-45


EPG 사진 출처

- UCLA Phonetics Lab - Electropalatography

http://phonetics.linguistics.ucla.edu/facilities/physiology/epg.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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