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가 눈이 맞았나
어느 백화점이나 마트를 가면 'STAFF ONLY' 구역은 꼭 있기 마련이다. 어릴 적 나는 이곳이 뭐하는 곳인지 너무도 궁금했다. 그러니까 직원들만 갈 수 있는 곳인 건 알겠는데 도대체 뭐하러 가는 곳인가! 이 수수께끼는 내가 20살 때, 백화점에서 알바를 시작하며 풀렸다.
다른 백화점은 어떤지 모르겠다. 내가 일했던 백화점의 STAFF ONLY 구역에는 매장 자재들을 적재하기도 하는 곳이기도 했지만 노래방과 오락실 그리고 휴게실과 안마의자가 있는 휴게 공간이 있었다. 고객이 STAFF ONLY 구역을 들어갈 수 없는 이유는 상품들이 적재되어 있는 곳, 택배 박스들이 오가는 곳이라 위험하다. 그곳은 하루 종일 서있는 직원들이 그나마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
내가 일했던 층은 20대부터 50-60대 직원들까지 연령대가 매우 다양했다. 20대 직원들은 어느 매장 누가 잘생겼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이모뻘이었던 직원과는 인사하고 오늘은 바쁘시냐, 아무 일 없냐 등등 시시콜콜한 안부 인사를 주고받았다.
다른 매장 직원과 안면을 트면서 좋은 점은 바로 음식을 얻어먹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나 마감시간에 근무하면 그날 이후로 버려야 하는 음식이 많기 때문에 매장 사람들끼리 서로서로 주고받기도 했다. 그렇게 주고받는 음식 사이에서 싹트는 무언가
그날도 무거운 쓰레기 봉지 더미를 롤테이너에 실어서 나르고 있던 A양이 있었다. 너무 무거웠던 나머지 고객들 사이를 비틀비틀거리며 옮기다 그만 쓰레기 더미를 떨어뜨리고 말았단다. 설상가상 유리까지 깨버려서 당황하던 찰나, 앞 매장 남성분이 쓰레기 장까지 빗자루를 챙겨서 도와주셨다.
"아.. 너무 무거워 보이길래... 도와드려도 괜찮을까요?"
그 친구 성격에 괜찮다고 손사래 쳤겠지만 남성분이 끝까지 도와줬다고 한다. 그리고 마감이 끝나고 남은 음식들을 갖다 주었다. 그렇게까지 도와주셔서 감사했다고.. 그 뒤로 남자와 인사도 주고받고 스몰 톡도 하고 매장에 종종 사 먹으러 왔었다. 남자가 번호도 물어봤지만.. 끝내는 잘 안되었다. 지금은 그 백화점에 두 매장 모두 없어졌다.
어쨌든 STAFF ONLY 공간은 생각보다 크고 주로 자재를 실어 나르는 공간, 가서 쪽잠을 자기도 하고,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푸는 공간이다.
p.s 간혹 엘리베이터 안 온다고 직원용 엘리베이터 쓰시는 고객분들 계시는데 다칠 수 있다 ㅠ
p.s 그렇게 일 끝나고 받는 음식들은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랑 나눠 먹었다.
p.s 직원식당도 따로 있는데, 저렴한 가격에 학식 정도의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다. 여기서 먹는 라면은 매우 맛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