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이라는 세계(12)

2. 삶 두 개를 살기로 해

by 손은경

하루에도 두 번 나는 혼동한다. 튀르키예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가 서울에 버티는 기분이었다가. 때론 이것이 국제적 대화합(결혼)이라는 사실을 까먹기도 하며 그러다 ‘아하 우리 국제 부부지’ 하고 새삼 깨닫기도 한다. 그러니까 나라와 나라간 결혼이었으므로 이것을 국제결혼이라고 하는 거겠지 하고.



국제결혼은 둘의 다름을 인정하는 행위이자 약속일 것이다. 다름이 전제인 것이다. 환상과 신비의 기원-어때? 외국인이랑 사는 건?-은 이것일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모험인 만큼 리스크가 존재한다. 미지의 세계로 접속하려는 시도는 낯선 호기심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외모와 외모, 언어와 언어, 음식과 음식, 문화와 문화처럼 이면이 존재해서다. 서로를 외(外)국인이라 부르는, 같지 않은 두 것이 만나 사랑을 하고 다름을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이 그래서 국제결혼이다. 훈과 살며 매일 만나는 두 개의 삶은 그래서 숙명이 된다.



그리고 두 개의 면, 국제결혼의 이면을 가장 안정적이게 하는 상태는 그대로 두는 것이라 믿는다. 두 개의 면을 하나로 합쳐 모난 부분은 가위로 성큼성큼 잘라내 완전히 하나의 모양을 갖추는 게 아니라 그저 두 면을 나란히 붙인 채 산다. 일종의 공존이자 공존을 비롯한 확장이다. 삶이 두 개이므로 우리는 서로를 만나 2배만큼 넓어졌다. 아침, 저녁 밥만 먹던 내가 이젠 아침엔 빵 저녁엔 밥을 먹는다. 쌀이 아니라 빵을 주로 먹고 살던, 케밥엔 ‘라바쉬’라는 얇은 빵을 둘러 먹고 수프엔 ‘에크멕’이라는 바게트 질감의 거친 빵을 찍어 먹던 훈을 위해 아침엔 늘 빵을 구비해 둔다. 저녁은 나를 위해 감자조림 같은 야채반찬에 현미 찰밥을 먹는다. 버터향 가득 후두둑 떨어지는 필라프(짭짤하게 간을 해 볶은 밥)에 익숙하겠지만 아무 간 하지 않고 찐, 그것도 쌀과 쌀이 찐득하게 붙어 한 뭉치로 떨어졌다 붙었다 하는 찰진 밥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떡 같은 그것을 매 저녁마다 먹는다.



훈 덕에 내 포용력은 딱 2배 더 커졌다. 어렵지 않은 건 사랑하므로, 그럴 수 있다. 나는 그를 사랑하고 그는 나를 사랑한다. 다름을 다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불만하지 않는다. 왜 아침에 쌀밥을 먹지 않느냐고 저녁엔 왜 빵을 먹지 않느냐고. 대신 미소 가득한 얼굴로 마주해 아침엔 빵 저녁엔 밥을 먹는다. 어떤 날은 아침에도 밥을, 저녁에는 밥 대신 빵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