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

by Letter B





꽤 번듯한 공간을 상상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발견되지 않았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꼭 존재할 것이라 믿어온 그런 공간 말이다.

그런 감이 든다.

조금 번잡한, 그러나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

나는 그런 순간에 대해 몇 번이고 상상했다.


아무도 닿지 않은 순백의 지면 위로 오전의 설익은 햇살이 짙게 드리우는 그림자를 떠올려 본다.

햇살을 따라 서서히 움직이는 그 미세한 움직임을 관찰한다.

아니, 탐미한다.


여기까지 꽤 많은 준비를 했다.

가만있어보자.

그러니까 그토록 오래도록 갈망하던 온전한 것을 보기좋게 내보이기 위해 필요한 일종의 절차같은 것들 말이다. 탁자 위에 놓인 꽃 문양이 새겨진 티슈 케이스를 한참이나 응시한다.

보다 나은 것이라 여겨지지 않는다.


그녀는 생각만큼, 그 이상으로 움직임이 둔했다.

그럼에도 확실히 반응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나와는 다른 감각이어서 좀처럼 낯설게 여겨졌지만, 예상을 빗나가는 일은 없었다.

흔한 것이었다.

그보다 좀 더 엉망이었던가.


그럼에도 모든 것이 왜 그녀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나는 어느 사이 그들이 만들어 낸 현실 속에 놓여있다.

마땅히 정해진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래도록 갈망하던 생각들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 사이 그들의 비위를 건드렸던 것은 아닐까.

모든 것을 알아야만 했다.


그 보다 역시, 이해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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