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 동화책, 그림책 또는 짧은 호흡의 에세이 같은 글이 오히려 어렵다. 어린아이 같은 풍부한 상상력, 시적 감수성이나 문학적 해석하는 능력 내지는 시적 통찰력등이 많이 부족한 듯싶다.
남이 읽어주는 또는 남이 읽고 해석을 하여 느낌을 담은 짧은 글들은 들었을 때 '와~정말 좋다!'는 생각이 드는데 혼자 읽었을 때 좋다는 느낌까지 다다르지 않는다. 그냥 하얀 종이 위에 검은 텍스트를 읽고 있는데 뭔가 읽을수록 숙제가 쌓여가는 느낌이랄까? 주변만 하염없이 뱅뱅 도는 느낌이랄까...
멋진 시나 동화를 풍성하게 즐기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니 조금은 답답하여 아쉽다.
어린 왕자, 빨간 머리 앤, 곰돌이 푸같은 동화책 속 주옥같은 표현들이나 나태주 시인의 소박하면서 사랑스러운 단어와 문장들이 평면에서 머무르지 않고 입체적으로 다가가 만끽하고 싶다.
최근에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이기주작가님이 '그리다가, 뭉클'이라는 제목의 에세이집을 출간하였다. 책이 나오기도 전부터 기대를 많이 하였고 예약해 두었다가 나오자마자 구매하여 읽고 있다. 하나님은 불공평하신지 이기주 작가님 그림도 감각적으로 잘 그리신다. 알고 보니 작가님 전공이 건축학이었다. 모든 건축학도들이나 건축전공자들이 이렇게 손 그림까지 잘 그리지는 못하리라 아마도 작가님의 주변 곳곳에 닿아있는 섬세한 시선과 관찰력이 글과 그림으로 발현되어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작가님의 일상 속 또는 여행지에서 발길과 눈길이 머무는 곳에 대한 그림 한 점과 그림에 연결된 짧은 글들로 마치 사진처럼 그 순간의 생각을 기록하고 있다. 그림과 글은 역시 따뜻하고 정겹다. 그림에 연결된 글에는 과거와 미래 감정과 고민 생각과 소신, 가치관과 바람들이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체로 잘 어우러져 있다.
'무용'한 것을 좋아한다.
'쓸모없다'는 것의 기준이 모호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꽃을 사거나 얼굴을 그림으로 그려주는 일,
카페에 앉아 사색하는 일이나 글을 쓰는 일 같은 게
'무용'한 거라면 난, '무용'한 것을 좋아한다.
이기주의 그리다가, 뭉클 중에서
작가님의 일상에서 지향하는 보편적이면서도 소소한 즐거움은 내가 추구하는 그것과 같아서 글을 볼 때마다 많이 공감하며 읽는다. 하지만 역시도 이 책은 나의 짧은 감상력으론 부족해 한번 읽고 덮어지지 못하고 두고두고 몇 번은 더 읽어야 그 진가를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이다.
요즘 동화의 매력에 흠뻑 빠진 분들을 우연히 여러분 만나게 되었다. 한분은 전직 간호사인데 아이들 육아하면서 책을 읽어주다가 본인이 그림책의 매력에 빠져서 작가가 되었단다. 지금은 작은 서점을 운영하신다. 원래는 책을 이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았었는데 그림책에 푹 빠진 지금 그분의 그림책 사랑과 예찬은 무한대이다. 그림책이 좋은 건 알지만 어떤 매력에 그리 빠진 건지 신기하다. 그분이 운영하시는 책방에서 책 나눔 이벤트가 있었다. 선착순 3명에게 '존재하기 위해 노력하느라 애쓴 안녕, 나의 상처에게'라는 시집을 증정한다고 한다. 평소 같으면 시집은 크게 끌리지 않았으리라 하여 그냥 보고 넘겼을 텐데 제목이 강렬하게 나를 잡아당긴다. 아마도 요즘 이런저런 마음을 쓰는 일이 많아 지쳐있음에 무의식적으로 시집 제목이 확 와닿았던 듯싶다. 다행히 선착순 3명 안에 들어 책을 받아 읽고 있는데 역시나 시집이다. 그리 두껍지 않은 너무 좋은 시가 많은 시집. 이 책 또한 찬찬히 오래 여러 번 읽어야 할 듯싶다. 후루룩 훑어 읽다가 맨 마지막 장 작가소개 글에 오래 머물러졌다.
작가소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제일어려웠고,
아직까지도 어렵다.
어쩜 이 작가님은 작가소개마저도 시 같을까? 나 또한 저런 이유로 작가소개를 못하고 있는데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음에 묘한 동질감이 몰려왔다. 다시 맨 앞으로 가 찬찬히 다시 읽는 중이다. 동질감이라는 감정이 눙쳐 저 같은 시가 달리 보인다.
짧은 한 줄의 시에 복잡한 여러 갈래 내 마음이 정확히 담겨있어 곱씹어지는 시 두 편에 마음이 간다.
제목: 그립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지만, 모두가 그립다.
'존재하기 위해 노력하느라 애쓴 안녕, 나의 상처에게' 중에서
바쁜 일상 속에서 선택적 은둔에 빠져 방구석 호캉스 내지는 방콕을 할 때가 있지만 얼마 못 가 세상이 궁금하고 그립고 하여 또 카톡과 인스타를 뒤적인다.
또 때로는 누군가 너무 보고 싶은데 막상 만나볼까 생각하면 보지 않고 그리워하는 편이 더 나을 때도 있다.
제목: 단 하루만이라도
CLOSED. 오늘 내 마음은 하루 쉴래요.
'존재하기 위해 노력하느라 애쓴 안녕, 나의 상처에게' 중에서
내 마음인데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내 마음. 내 마음이 쉬자면 시키는 데로 스위치 전원을 OFF 하고 쉴 수 있으면 좋으련만... 단 하루만이라도...
목요일 독서모임에서 처음 만난 회원 한분은 30년 넘게 동화책에 푹 빠져있다고 했다. 이쯤 되니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모임이 끝나고 용기를 내어 그분에게 동화책의 어떤 매력에 그렇게 빠지셨나요? 물었다. 그분은 수줍은 듯 입을 손으로 가리고 웃으며 "짧아서 좋아요~"라고 하셨다. 뭔가 대단하고 심오한 대답을 들을 줄 알았는데...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짧은 글에는 옵션처럼 긴 생각을 동반하고 그것은 오롯이 독자가 채워가는 몫이었는데 나는 긴 생각을 생략하므로 충분히 즐기지 못했던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짧은 글의 매력에빠져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