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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밤 Jan 18. 2024

나는 무능하다. 엄마로서 무능하다.

나는 무능하다. 엄마로서 무능하다.


내 안에 그런 모습을 인정하라고 알려주는 듯이 내가 열심히 해왔던 육아가 무너져 내렸다.

일주일에 한 번씩 듣는 보물이가 다른 친구 얼굴을 꼬집거나 밀치고 또는 할퀴었다는 이야기.

한두 번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원 때 선생님께서 조심스럽게 나에게 말하는 <어머님...> 이 이야기가 이제는 내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다.

보물이가 놀고 있을 때 다른 친구가 옆으로 오면 본인의 장난감을 뺏어가는 줄 알고 친구를 밀치거나 홧김에 할퀴었다고 했다. 할퀸 아이의 얼굴은 다행이 시간이 지나 가라 앉았지만 살짝의 자국은 남았다고 했다. 그 아이에게도 또 그 아이 엄마에게도 너무나도 미안했다.


어제 그 이야기를 듣고 속상해서 집에 돌아와 아이가 화장실에서 손을 닦는 동안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마치 내가 아이를 잘못 키운 것만 같은 감정이 올라왔다.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단호한 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이야기해주는 게 맞다 생각했고 안아줄 때는 안아주는 게 맞다 생각하며 육아를 했다.


다른 아이를 꼬집었다 밀쳤다는 소리를 한 번 두 번 .. 세 번 이렇게 들을수록 그동안 참아왔던 속상한 감정이 터져 나왔다.


나는 침대에 머리를 묻고 울었다. 다 나의 잘못 같아서. 내 육아 방식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싶어서.

잘 키우고 있다고 나 자신에게도 너 이 정도면 잘 하고 있다며 나를 다독이곤 했는데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이런 일들이 일어나니 멘탈이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기질적으로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이다. 까다로운 아이 중에서도 더 까다롭다. 주 양육자인 나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선생님 원장님도 보물이는 감정적으로 굉장히 예민한 아이라고 했다. 그래서 더 보듬어 주고 단호함보다는 온화하게 말하는 것이 좋을 거라고 했다.


하염없이 우는 내 모습을 보며 손 씻던 보물이가 나에게 달려왔다. <엄마 왜 울어?>라는 말과 동시에 나를 안아주며 아이도 펑펑 운다. 울지말라고 말하며 내 등을 토닥여준다.

<보물아 엄마 속상해서 눈물이 나 그냥 마음이 속상하면 눈물도 흘릴 수 있는 거야>라고 말했다.


오늘 원장님과 상담을 했다.

더 안아주고 구체적인 칭찬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며 다 이런 시기가 있다고 한다.

지나갈 거라는 걸 아는데도 지금 이 상황들은 마치 나에게 <넌 엄마로서 자격 없어, 아이 잘 못 키웠어>라고 속에서 나를 향한 비난이 올라온다.


무능하다. 엄마로서 무능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이 일들이 내가 한 육아가 모든 게 다 잘못했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아 눈물이 하염없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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